해외통신원 소식

기타리스트 박주원, 독일 첫 공연의 의미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08.30

기타리스트 박주원, 독일 첫 공연

''정말 멋졌습니다. 연주자들 모두가 기량이 뛰어났는데, 특히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건 한국 음악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가사도 없고요. 어디에서나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음악이죠.''

 

지난 19일 베를린 공연장 메트로놈에서 박주원 기타리스트의 독일 첫 공연이 열렸다. 박주원은 스페인, 집시 장르를 연주하면서 한국에서 독보적인 기타리스트로 손꼽히고 있다. 독일 관객 토마스씨는 독일 남서쪽 끝에 위치한 프라이부르크에서 온 가족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공연을 보러 왔다. 베를린에서 살고 있는 딸아이의 강력한 추천도 있었지만, 젊은 시절 베이스를 연주한 경험으로 한국 연주자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토마스씨 가족은 공연이 끝나고 박주원 기타리스트의 앨범 4장을 구입해 공연장을 떠났다.


이날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공연은 베를린, 아니 독일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던 장르였다. 소수지만 강력한 팬덤을 지닌 K-Pop도, 한국 전통 문화의 범주 안에 들어 정부 기관이나 재단의 지원을 받는 전통 음악 공연도 아니었다. K-Pop이나 클래식이 아닌 한국의 대중 음악과 그 연주자들은 그 동안 외국에서는 설 무대가 거의 없었다. 유럽 지역 재외 한국 문화원이 힘을 합쳐 여는 재즈코리아 축제에는 일 년에  4~5팀 정도만 무대에 오를 기회를 갖는다. 이번 박주원 공연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독일에 또 다른 한국 음악의 장을 열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콘서트, 박주원 기타리스트는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공연을 하게 되었을까. 공연을 마친 박주원 기타리스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스페셜 게스트로 와서 함께 공연한 강이채 바이올리스트와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 박주원 기타리스트 일문 일답

기타리스트 박주원


안녕하세요. 어제 공연 잘 봤습니다. 어제 공연을 마친 소감은 어땠나요?


완전히 많은 분들이 오시지 않았지만 시작이 괜찮았던 것 같아요. 특히 나이 지긋한 노부부들이 공연을 끝까지 보고 앨범을 사가시는 걸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피로가 싹 가시면서 내가 계속 (음악을) 해야 할 이유를 찾게 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K-Core 임창수 대표님이 공연을 기획하면서 프랑크푸르트 공연장이 먼저 섭외가 됐어요. 그런데 독일이 크고 거리가 있으니까 온 김에 다른 지역도 해보자고 해서 베를린도 오게 됐습니다. 임창수 대표님이 저 개인적으로도 20년 가까이 되는 음악 선배, 학교 선배라서 믿고 왔습니다. 


독일에서는 첫 공연을 했는데 이전에도 외국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나요? 한국 관객들과 외국인 관객들 반응은 차이가 있는지?


카자흐스탄이나 이스라엘, 싱가포르, 이탈리아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외국에서 공연한다는 그런 특별한 느낌은 없었어요. 최근 들어 좀 더 다양한 곳에서 연주해보고 싶다는 목적 의식이 뚜렷해졌습니다. 관객문화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는 관객들이 처음에는 낯을 가리고 이런 부분이 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공연 환경이나 관객 반응도 점점 더 좋아지고 외국 관객과의 반응 차이는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유럽 등지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우리나라에서는 K-POP 등 아이돌 위주 음악이 주류가 되고 있습니다. 장르적 편향이 심해지면서 다양한 연주자들이 활동할 만한 공간이 많이 줄었어요. 저도 연주자로서 지난 시절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해 아쉬운 것도 있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더라고요. 또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고 보니 이제 좀 나갈 때가 됐다. 알려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본인의 음악이 이곳에서도 관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요?


제가 이제는 나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물론 자신감이 없으면 이런 생각도 하지 못하겠죠. 요즘에는 유튜브에서 외국 영상들도 잘 볼 수 있으니까 영상을 보면서 '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또 한국인으로서 그들과는 또 다른 감성이 있으니까요. 또 제 연주를 들은 외국 사람들로부터 느낌이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표현하려고 애쓰려 하지 않아도 독특한 뭔가가 있다는 느낌이요.


독일 방문은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도시의 느낌은 어떤가요?


아직 많이 시끄러운 데는 가보지 못했는데, 스페인과 비교해보면 거기는 좀 들떠있는 느낌이라면 독일은 차분하고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람들도 뭔가 중후한 분들이 더 많이 있는 느낌이에요. 독일 베를린이 예술가들에게는 최고의 대우를 해 줄 수 있는 곳, 살기에 좋은 곳이란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독일 음악이나 문화가 저에게 큰 영감을 준 건 아니에요 (웃음).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프랑크푸르트 독일 공연을 잘 마무리 하고요, 지금 중국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새 앨범이 나와서 그 활동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기타리스트 박주원, 독일 첫 공연

>> 강이채 바이올리스트 일문 일답

기타리스트 박주원, 독일 첫 공연 패널


강이채님 안녕하세요. 이번 박주원님의 공연에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하셨는데요, 어떤 인연으로 함께 하신건가요?


예전부터 박주원 기타리스트의 팬이었습니다. 같이 연주하고 싶어서 메일도 보냈는데 그때는 답도 없었어요 (웃음). 낙심하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로 이태원 재즈바에서 만나 인사하고 그 이후로 종종 같이 연주를 하고 있어요. 오빠 공연에 거의 항상 제가 게스트를 서고 있습니다. 제 공연에는 감히 오빠를 게스트로 부르지는 못하구요.. (웃음)  (박주원)왜 안 불러. 부르면 당연히 가지!!


바이올린을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그런 주법이나 음악 장르가 있는 건가요?


퓨전이라고 해야겠죠. 제가 하는 음악을 딱 뭐라 규정할 수 없는 데, 전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어릴 때는 클래식을 했고, 중학교 때는 집시 음악을 좋아했어요.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음악적 스타일을 다 배우고 해보려고 했었어요.


그런 연주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그런 연주를 하시는 분이 또 있나요?


바이올린 핑거링? 바이올린으로 코드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하는 건 제가 처음인 것 같아요.


처음에 클래식 바이올린을 하시다가 장르를 바꾼 이유는요?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저는 클래식도 너무 좋아합니다. 클래식을 하면 그것만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 둔 것이지 그것이 싫어서가 아니에요. 저는 제가 모든 음악을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워낙 팝이나 펑크를 많이 들어서 제 주변 친구들은 제 선택에 놀라지 않았는데 집에서는 반대가 심했어요. 특히 어머니는 클래식 연주자셨거든요. 저도 하나씩 하나씩 증명해보이려고 노력하고, 집에서도 지금은 응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강이채님은 해외에서도 활동하셨는데 독일은 처음이시라구요. 이곳 독일 관객의 반응은 어땠나요?


미국에서도 활동을 했었고, 이탈리아 재즈 페스티벌에도 정기적으로 참가하고 있는데, 다른 유럽 나라에서 연주했을 때는 관객 반응이 엄청 드라마틱했어요. 여기는 관객 반응이 생각보다 젊잖으셔서 사실 조금 놀랐어요. 공연장의 기운도 차분하고, 공연장 위치도 차분한 동네에 있는 공연장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새 솔로 음반이 10월에 나와요. 그동안 활동했던 이채언루트보다 솔로 활동에 집중을 할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도 찍고, 대중들을 만나는 활동과 해외 활동도 더 활발히 할 것 같습니다.


이 공연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생긴 음악 공연 기획 프로젝트 K-Core가 기획했다. 아이돌 음악만이 아닌 좀 더 다양한 장르의 한국 대중 음악과 훌륭한 연주자들을 독일에 알리고자 시작됐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 문화 및 아시아 문화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여러 단체가 힘을 합쳤고, 넥스트 전 기타리스트로 현재 유럽에서 음향 기기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임창수 대표가 총대를 맸다. 그리고 국내에서 집시 기타로 적수가 없다는 박주원 기타리스트와 퓨전 바이올린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는 강이채가 함께 첫 공연의 문을 열었다.


사실 이번 베를린 공연은 대성황을 이루지는 못했다. 한국에서야 집시 기타로 적수가 없는 기타리스트지만 독일에서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연히 홍보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초 독일 베를린, 브레멘,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4개 도시로 예정됐던 공연은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등 2개 도시로 줄었다. 집중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베를린 공연장은 시 외곽으로 중심지와 매우 떨어져 있었고, 100석이 채 안 되는 소규모 공연장이었다. 그날 방문했던 마리씨는 '홍보가 너무 안 된 것 같다'며 '홍보가 더 되고, 공연장이 좋은 위치에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왔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공연장을 나서는 그의 손에도 역시나 박주원의 앨범이 들려 있었다.


이번 공연이 보여준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시작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뒤에는 K-Pop이 아닌 다른 한국 대중 음악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기획사 K-Core도 수익을 남기는 공연보다는 첫 발걸음을 떼는 것에 의미를 뒀다. 박주원 기타리스트는 공연 다음날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버스킹을 하며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앞으로 독일에서 이런 장르의 공연이 꾸준히 이루어질 수 있기를, 독일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 음악의 저변을 넓혀주기를 기대한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이유진 독일 라이프치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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