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독일의 한인 청년 예술가 '노마드'의 첫 전시회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11.16

독일의 한인 청년 예술가 그룹 '노마드'의 첫 그룹 전시회 포스터


<독일의 한인 청년 예술가 그룹 '노마드'의 첫 그룹 전시회 포스터>

 

타지에서 산다는 건 존재 자체가 곧 다양함을 의미한다. 불안정함과 불안함 속에서도 공존의 의미와 에너지를 찾는다. 서로 다른 문화가 부닥치면서 새로운 장면이 연출된다.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더 넓고 다양한 장소를 찾아 세계의 이곳저곳에 머무는 이유다.


독일도 다르지 않다. 독일은 특히 자유와 다채로움의 도시 수도 베를린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몰려들었다. 통일 이후에는 구동독 도시인 라이프치히가 새로운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를린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면서 돈과 자본주의의 속박에서 벗어나 예술적 자유와 영감을 찾아서 많은 예술가들이 라이프치히로 이동했다.


라이프치히 미술대학(Hochschule fur Grafik und Buchkunst)은 라이프치히의 예술씬을 대표하고 회화 분야에서는 '신 라이프치히 학파(New Leipzig School)'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난 11월 10일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청년 예술가들의 전시회가 열렸다. 라이프치히뿐만 아니라 베를린, 오펜바흐, 칼스루에 등 독일 전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함께 모였다. 이들이 함께 모인 이유는,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 어떤 것일까?


이번 전시회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 10명이 모인 그룹 '노마드(Nomad)'의 첫 그룹 전시회다. 라이프치히 미대에서 미디어아트와 회화/그래픽, 드레스덴 미대 설치예술, 칼스루에 회화/그래픽, 오펜바흐 미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뉘른베르크와 베를린 등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들이다. 한국인들은 독일에 있다는 것 자체로 노마드, 그리고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이 생겨난다. 이 젊은 작가들은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독일이란 공간에서 함께 작품을 내보이려는 목적으로 함께 모였다. 이번 첫 그룹 전시회의 테마는 '프렘더 알탁(Fremder Alltag, 낯선 일상)‘이다.


10일 전시회의 오프닝은 수많은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라이프치히 미술대학의 세미나 홀 한 곳에서 열린 작은 규모였지만, 한국인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방문해 청년 '노마드'들의 작품을 눈여겨 보았다. 독일 학교에 소속된 학생들은 대게 학교 차원의 전시를 하기 마련이라 독일 각지에서 각기 다른 표현 방식을 가진 한국 예술가들의 그룹 전시는 꽤나 독특한 장면이다.


독일 한인 청년 예술가 그룹 '노마드'의 첫 그룹 전시회 '낯선 일상'

독일 한인 청년 예술가 그룹 '노마드'의 첫 그룹 전시회 '낯선 일상'

<독일 한인 청년 예술가 그룹 '노마드'의 첫 그룹 전시회 '낯선 일상'>


라이프치히 미대에서 미디어 예술을 전공하고 있는 양지태 작가는 '먼지 같은, 시간(wie Staub, die Zeit)'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자신만의 작업을 하면서도 이곳 독일에서 먹고 살기 위해 사진 찍는 일을 병행한다. 테이프로 모델의 옷에 묻은 먼지를 떼어내는 반복되고 '무의미한' 시간 속에서 그는 작품의 영감을 찾았다. 먼지가 묻은 테이프는 차곡차곡 모였고, 결국 거대한 캔버스에 하나의 정체성으로 표현되었다.


이렇게 삶 속에서 끄집어낸 것들도 있지만, 표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작품도 있었다. 양지태 작가는 '독일은 도시별로, 학교별로 예술에서 중요시하는 게 다 다르고 그것이 다 다른 표현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내가 속한 라이프치히는 이론적 배경을 묻기도 하고,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반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표현, 감각 그 자체를 중시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이방인이자 같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음과 동시에, 저마다 독일 전역의 다양한 예술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양지태 작가의 '먼지같은, 시간(wie Staub, die Zeit)' 작품


<양지태 작가의 '먼지같은, 시간(wie Staub, die Zeit)' 작품>

 

이날 전시회를 찾은 토마스씨는 평소에도 한국 등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다. 그는 '대학에 걸린 포스터를 보고 찾아왔다'며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고, 뿌리 내리지 않은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보이는 것 같다'고 감상을 전했다. 반면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해온 한 방문객은 '거친 표현방법 등에서 독일에서 배웠구나 하는 것이 느껴진다. 독일에서 활동하니 자연스러운 결과지만, 조금 더 자기만의 색을 찾으면 더욱 빛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노마드 그룹은 이제 첫발을 뗐다. 매년 독일 내 도시를 돌며 전시회를 열고, 좀 더 다양한 도시에서 활동하는 한국 청년 예술가들과 함께할 생각이라고 한다. 청년 예술가들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고, 동시에 독일이라는 공간과 소통하며 새로운 제3의 지대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이유진 독일 라이프치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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