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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값은 유머로 내세요, 주목 받는 공간 예술 '유머 식당'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7.04.11

지난 3월 22일 단 하루, 베를린에서 특별한 식당이 문을 열었다. 음식값을 돈이 아닌 '유머'로 계산하는 이른바 '유머 식당'이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김병철 예술가의 프로젝트로 슈트트가르트, 스위스 취리히, 짐바브웨에서도 짧은 기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말, 한국 음식과 예술을 주제로 한 전시 중 일환으로 베를린에서도 문을 열었다.


독일 언론에 보도된 김병철 작가의 유머 식당

<독일 언론에 보도된 김병철 작가의 유머 식당>


김병철 예술가의 유머 식당은 2011년 슈트트가르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과정은 이렇다. 일단 그냥 식당이다. 작가가 직접 김밥과 비빔밥을 요리한다. 김병철 작가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한 덕분에 그도 요리에 일가견이 생겼다. 음식을 다먹고 손님이 계산을 원하면 작가가 테이블로 직접 간다. 그리고 손님은 유머를 보여준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이상한 시를 읊을 수도 있고, 웃긴 몸짓을 보여줘도 좋다. 음식 값 만큼의 유머를 보여줘야 한다. 그럼 계산이 된 것이다.


이 식당의 정체는 뭘까? 매장을 내기 전 시도해보는 시험적인 식당일까? 아니, 이건 예술이다. 김병철 작가는 '교환 수단으로써 돈의 독점적 지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예술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 아이디어에 대한 독일 미디어의 관심은 상당한 편이다. 공유 경제를 실천하며, 덜 소비하고 나누는 대안적인 삶에 대한 독일의 관심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유머 식당에서 나온 유머들도 다양하다. 물론 독일식 유머도 많다.


한 아픈 어린이가 의사에게 말한다.


'의사 선생님,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저 다시 학교로 가게 되나요?'

 

'저기 사장님, 제 스프에 보청기가 있어요!'


'뭐라고요?'

 

유머는 분위기와 음식과 잘 맞아야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물론 동물 흉내를 내는 경우도 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김병철 작가는 '사람들은 꽤 노력해야 한다. 내가 김밥을 서비스하고 그게 10유로일 때, 그 유머는 10유로짜리 유머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고객들의 60퍼센트 정도는 자발적으로 돈을 낸다고 한다. 요리를 하는 데 드는 원가는 충당할 수 있는 정도다.


슈트트가르트(좌)와 짐바브웨 하라레(우)에서 열었던 유머 식당
 
<슈트트가르트(좌)와 짐바브웨 하라레(우)에서 열었던 유머 식당>


독일 언론 <쥐드도이체차이퉁(Suddeutsche Zeitung)>은 김병철 작가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고, 베를린 지역 방송국은 물론 함부르크 지역 신문에도 소식이 실렸다. 김병철 작가의 작품은 유머 식당 뿐만이 아니다. 퍼포먼스 호텔이 있는데, 어떤 방식이든 퍼포먼스를 하면 숙박비를 받지 않고 하룻밤을 재워주는 '공간 작품'이다. 이 퍼포먼스 호텔과 유머 식당으로 그는 이미 독일에서 꽤 유명한 예술가가 되었다.


한식당과 새로운 개념의 교환 수단을 접목한 이 아이디어는 그 어떤 한식당보다 혹은 그 어떤 비슷한 종류의 예술 프로젝트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유머 식당은 작가의 생각과 상상력을 시민들이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이다. 대안 경제가 이미 활발한 독일에서 '유머 식당'의 존재는 더욱 의미있다. 유머 식당이 하루 이틀의 설치 공간이 아니라 장기적인 설치 공간으로 거듭날 수는 없을까. 김병철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참고자료 및 사진 출처


독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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