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이스탄불 대학 한국어문학과 방문기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7.05.10

색색깔의 튤립이 만개한 완연한 봄날, 지난 해 9월 이스탄불 대학교에 신설된 한국어문학과를 찾았다. 이스탄불 대학교는총 22개 단과대학에 26만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터키 최대 규모의 국립대학으로, 그 중에서도 한국어문학과가 신설된 문과대는 그 건물에서부터 학교가 가지고 있는깊은 유서가 느껴졌다. 마침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 학교에 도착해 한국어문학과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메르베 카흐르만 씨의 안내로 약스무 명 가까이 되는 학과 재학생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수업중인 이스탄불 대학 한국어문학과의 수업 전경

 

<수업중인 이스탄불 대학 한국어문학과의 수업 전경 – 출처 : 통신원촬영>

한학생의 수업 노트

 

<한학생의 수업 노트 – 출처 : 통신원 촬영>


먼저 학생들에게 “어떤 계기로 한국어문학과에 진학하기를 결정하게 되었나요?” 라고 물으니 이외로 “한국이 좋아서”라는 순진한 답변보다는 “취업, 특히한국 기업 취업에 어드밴티지가 될 것 같아 진학을 결정하였다.”는 현실적인 답변이 훨씬 더 많았다. 실제로 한국어문학과는 수능 커트라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는 진학이 쉽지 않아 보였다.


다음으로는 학생들에게 “언어적 관점에서 한글이 지니는 특징”에 대해 물었다. 한 남학생이 말하길 “한국어와 일본어는 중국어에 비해 듣기에 상냥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때문에상대에 대한 존중감을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호감이 간다.”고 한다.  또한 언어의 미적 측면에서 의태어와 의성어를포함한 다양한 표현법이 인상깊었다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어와 터키어가 같은 우랄 알타이어족에속하는 이유로 한국어 문법을 배우는 데에 있어서의 용이성이 터키인들에게는 한국어의 가장 큰 특징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좋아하는 한국문학 또는 작가가 있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많은 아쉬움을 표했다. 사실상터키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작품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재 터키어로 접할 수 있는 한국문학은 이청준, 김소월, 이광수, 이문열, 김영하 그리고 양귀자 등의 현대문학가들의 작품들뿐이다.


학생들은 이외에도, 앙카라를 제외하고는 이스탄불에서조차 한국어나 한국문화를배우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부족하다는 데에 아쉬움을 표했다. 가령 앙카라대학의 한국어문학과 학생들은입학 전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강좌들을 수강함으로써 이미 상당한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대학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문화’라는것이 터키에서 유독 K-POP과 드라마, 영화 등의 미디어컨텐츠로만 인식되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싶은 한국문화는 전통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와 한국인들의삶 전반이다. 한국문화가 너무 협소한 범위로 전파되고 인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한 학생의 말에 필자는 큰 공감을 했다.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학생들의 깊이 있는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스탄불 대학교에서 한국어문학과가 새로이 개설됨으로써 현재 터키에서 한국어 전공 수업을 제공하는 4년제 대학은 에르지에스 대학교, 앙카라 대학교에 이어 세 곳으로늘어났다. 이스탄불 대학은 한국어문학과의 설립 취지와 목표를 “한국어교육을 넘어 한국의 역사와 한국의 고전 ∙ 현대 문학 그리고 한국문화를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고 연구함으로써한국과 터키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제막 한국어와 한국문학의 세계에 발을 들인 학생들이 실제로 그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기원하며, 터키내 한국어문학과의 질적 발전을 위한 한국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 또한 기대해본다.


터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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