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과 정열의 만남: 판소리-플라멩코 합동 공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5.28

아바디아 극장에서 열린 판소리, 플라멩코 공연 – 출처 : 통신원 촬영

아바디아 극장에서 열린 판소리, 플라멩코 공연 – 출처 : 통신원 촬영

 

지난 23일 수요일, 마드리드의 역사와 문화 공간의 지구 참베리(chamberí) 소재의 극장 아바디아(abadía)에서 한국의 판소리와 플라멩코 합동 공연 ‘한-스페인 전통음악의 만남: 판소리&플라멩코’가 열렸다. 이번 공연은 한국의 다양한 음악을 스페인 현지에 알리기 위해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원장 이종률)이 5월 10일부터 22일까지 기획한 ‘코리안 사운드 페스티벌’의 마지막 프로그램이다. ‘코리아 사운드 페스티벌’의 첫 프로그램으로는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팀 ‘태싯그룹(Tacit Grupo)’의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Tacit.perform[0]’가 이틀간 무대에 올라 현지 관객의 큰 호응을 유도했다. 디지털 테그놀로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소리를 개발한 태싯그룹의 공연을 보고 현지인들은 “기존 음악과는 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음악의 공연”이라 평가했다. 이렇게 스페인 현지에서 접하기 힘든 한국의 공연과 음악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코리아 사운드 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판소리와 플라멩코의 협연이었다.

 

사실 한국 전통 악과 스페인 플라멩코의 합동 공연은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작년 한국문화원은 한국 현대 미술 전시회 개막 기념 공연으로 가곡-플라멩코 협연 무대를 마련했는데 많은 이들이 그 공연에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실제 작년에 공연을 관람했던 스페인 한국학 연구소 원장은 그때의 감동을 전하며 이번 판소리와 플라멩코의 공연에 큰 기대를 품고 공연장을 찾기도 했다. 또 “기회가 된다면 CEIC에서 진행 중인 한-서 수교 70주년 외교 관계에 대한 서적 발간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그 음악을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플라멩코 안무가인 호아킨 루이즈(Joaquín Ruiz)의 지휘로 소리꾼의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정보권 씨와 클래식, 국악, 재즈로 풀어내는 프리 재즈 그룹 ‘미연 앤 박재천’이 한국팀으로 참가했다. 스페인 현지 유수 플라멩코 아티스트(노래: 파즈 데 마누엘, 춤: 사라 라모스, 기타: 알베르토 푸엔터)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유네스코 무형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두 장르가 어떤 음악적 시너지 효과를 줄지 기대를 모은 공연이었다.

 

사실 판소리와 플라멩코는 지배 계층이 아니라 민중의 정서와 핍박당하던 집시의 정서를 닮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지만, 외형적으로는 다른 음악이다. 이번 공연을 지휘한 호아킨 루이즈는 공연 휴식 시간 무대에 올라 처음 “한국에서 제의를 받고 판소리를 접했을 때 서로 다른 리듬의 두 장르를 한데 모아 풀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어 “하지만 항상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 덕에 판소리를 알게 되었고, 이번 공연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는 판소리 중 가장 비극적인 정조가 강한 심청가가 무대에 올랐는데, 첫 번째 공연에서는 명옥&박의 피아노 및 장구 등 타악기의 재즈 리듬에 절제와 폭발을 오가는 드라마틱한 감정 표현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에너지는 강렬했다. 두 번째에는 플라멩코 공연 팀의 공연이 이어졌다. 절절한 플라멩코 가창과 기타 소리 역동적인 춤이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손 등 몸을 이용해 만들어낸 리듬은 강렬했다. 첫 번째 판소리, 두 번째 플라멩코 공연을 보고 나니 서로의 장르가 어떻게 조회를 이룰지 더 궁금해졌다. ‘효(孝)’가 주제인 심청가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플라멩코의 공연은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르였지만, 이들이 한 무대에 만나 투박한 듯 폭발적인 에너지를 선사했다. 관객들을 큰 박수와 환호로 공연을 함께 즐겼다. 특히 엄청난 에너지가 발산하는 프리 재즈 파트에는 모든 관객들이 하나되어 브라보를 외쳤다. 때로는 신명 나게, 때로는 한이 서린 목소리로 리듬의 경계에 국한되지 않는 않는 소리가 어울러져 강렬한 무대가 계속되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공연은 환상적이었다. 공연에 참석한 스페인 아시아 뉴스 《아시아 노스이스트》의 편집장 산티아고와 CEIC의 아구스틴 라모스, 알바로 등은 하나같이 엄청난 공연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 판소리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며 어떻게 호흡을 그렇게 끌 수 있는지 공기와 하나 되는 소리에 감명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다가오는 2020년은 한-서 외교 70주년이다. 오래된 한-서의 외교 관계에 비해 그동안 양국 사이에 활발한 문화 교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스페인 한국문화원은 이와 같은 다양한 한국의 공연, 예술을 스페인에 소개함으로써 두 양국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문화 교류를 통해 양국이 더 가까워지길 고대해 본다. 



성명 : 정누리[스페인/마드리드],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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