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꼭두 이야기, 캐나다에 전해지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6.27

한국인에게도 잊혀진 ‘꼭두’를 소재로 한 국악 공연이 캐나다에서 공연되었다. 120여 명의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민속악단, 무용단이 펼친 ‘꼭두’ 공연은 김태용 감독과 방준석 음악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되어 캐나다에 도착했다. 한국 전통 무용과 연극이 결합한 국악 공연 꼭두와 이를 영화로 만든 꼭두 이야기가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면서 작품으로 만들어졌고, 이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19명으로 구성된 국립국악원 연주자들은 영화 전개를 따라 국악 라이브 공연을 선보였다. 죽음 너머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현실에 사는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처럼, 공간의 경계와 작품의 형식 경계를 넘나들면서 꼭두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주캐나다 대한민국대사관, 주캐나다 한국문화원, 주토론토 대한민국총영사관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공연은 토론토 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캐나다 역사박물관과 뉴욕 링컨센터에서 공연으로 마무리된다. 지난 6월 21일 캐나다 토론토 아트 센터(Toronto Centre for the Arts)에서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토론토에서 펼쳐지는 국악의 향연을 맛보고자 모여든 이들은 다양한 경로로 이 행사를 접했다고 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로부터 토론토 엄마들이 공유하는 카페모임, 예술인 모임과 비즈니스 모임 등에서 소개받아 온 이들 중에는 비 한인도 눈에 띄었는데, 한국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한국 공연을 챙겨서 본다고 언급했다.

 

토론토 아트 센터에서 이루어진 '꼭두' 공연장 모습토론토 아트 센터에서 이루어진 '꼭두' 공연장 모습

 

캐나다 주요 예술공연의 중심지인 토론토 아트 센터에서 꼭두는 ‘가디언 천사 이야기’(A Story of Guardian Angels)로 번역되었고, ‘국악 라이브 음악과 함께 하는 영화 콘서트’(Film Concert with Live Traditional Music Performance)로 소개되었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서자 스크린 파트를 제외한 850석 전석이 가득 매워져 있었고, 가야금과 아쟁, 해금뿐 아니라 평소에 듣지 못하던 편종, 방향, 노도 등 생소한 악기들도 연주되기 시작했다. 국립국악원 공연 PD 이미애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악기들은 조선 시대와 그 이전 ‘제례’ 때만 사용되던 전통악기들로 이를 적극 활용하여, 극 전반에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연주가 흐르고 스크린에서는 공연을 준비하는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시작되었다. 

 

길잡이 꼭두, 시중꼭두, 광대 꼭두, 무사 꼭두 역할을 하는 이들의 무대 뒷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들이 화면에 나오더니 갑자기 수민, 동민이라는 어린 남매의 재미난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로 넘어갔다. 즉 영화 속에서 연극 무대와 영화가 함께 어울려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할머니 꽃신을 팔아 강아지를 산 아이들은 할머니가 쓰러지자, 꽃신을 되찾으러 갔다가 저승길로 떨어져 무대 위 꼭두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몰입도가 높아진 것은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함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는 독특한 전개 구성과 더불어 화려하게 들리는 정통 국악 연주 덕분이었다. 단순히 영화의 배경음악이 아닌 당당한 라이브 연주회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스크린 영화를 곁들인다는 느낌을 가질 만큼 웅장했다.

 

 '꼭두' 이야기와 공연이 어우러진 토론토 '꼭두' 이야기와 공연이 어우러진 토론토

 

국악과 함께 한국인들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관람객들

국악과 함께 한국인들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관람객들

 

죽음에 대한 한국인의 세계관과 상여 문화를 엿볼 수 있었던 이야기와 수준 높은 연주는 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치게 만들었다. 죽은 자를 지극히 대접해 저승길을 인도하고자 하는 4명의 꼭두는 꽃으로 핀 정원에서 망자를 위로하기도 하고, 마지막 길을 건너기 전 고픈 배를 채워주며 달래기도 한다. 고단한 삶을 살았을 우리네 조상들이 죽음 너무 세계에서라도 위로하고 애정을 베풀고자 했을 그 마음이 느껴져 ‘꼭두’이야기와 공연은 참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공연을 보고 난 후 비 한인들도 인류 전체가 공감하는 주제인 ‘죽음’과 인생’에 대해서 한국 전통악기와 의상, 춤과 노래로 풀어낸 것이 신비롭고 놀라웠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경험했다고 말한 이들은 국악이라는 한국 전통악기에 이질감을 느낀 것이 아니라 도리어 스토리와 함께 녹아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은 ‘꼭두’ 이야기가 캐나다 공연을 성공적인 시작으로 하여 세계 무대로 더 많이 뻗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고한나[캐나다/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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