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210년만에 베이징을 다시 찾은 추사 김정희, 베이징 중국미술관 김정희 특별전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7.03

현재 베이징에 있는 중국미술관에서 ‘추사 김정희와 창조 문인의 대화(秋史金正喜与清朝文人的对话)’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8월 23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김정희는 한중 문화교류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사드 이후 한중관계가 회복되고 있는 시점에서 김정희 특별전이 중국 국립미술관으로 최고의 지위를 지니는 중국미술관에서 전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김정희는 태어나서 1809년 단 한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학문에 큰 뜻을 둔 그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북경 방문 시 중국에서 명망 있는 학자들을 수소문해 만나고자 노력했다. 그 노력 끝에 만날 수 있던 인물이 옹방강이었다. 금석학, 서예 등에 조예가 깊었던 옹방강은 대학사까지 지내 학문적으로나 관직에서 성공한 문인이었다. 원래 그는 사람을 잘 만나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정희가 북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관직에서 물러난 상황이었고, 옹방강의 제자를 통해 그와 접촉할 수 있었다. 이후 김정희는 북경에 다시 가지 못했지만, 당시 옹방강과 사제관계를 맺고, 북경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교유를 이어갔다. 이 관계를 중심으로 교류가 확대되어 나갔고, 개인 대 개인이 아닌 한중 간 일정한 방향성을 띤 그룹 간의 교류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김정희는 이러한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뿐만 아니라, 김정희를 통해 확장된 교유 네트워크는 그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중국을 보다 자주 다녀올 수 있었던 역관 출신으로 김정희의 제자였던 이상적, 오경석에게까지 이루어졌으며 다양한 형태의 교유 문물이 남아 있다.

 

김정희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설명 김정희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설명

 

옹방강과 김정희의 필담서

옹방강과 김정희의 필담서

 

양국 문인 간 교류는 한중 간 우호적인 교류를 상징한다. 이들 민간 교류는 양국 관계의 긴밀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 전시도 이러한 점을 매우 잘 반영하고 있다. 중국미술관 5층에 마련된 특별전은 총 3개의 전시실에서 김정희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그의 서예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는데, 비문, 현판, 부채, 서찰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어린 시절에 썼던 작품도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가장 주목받는 공간은 세 번째 전시실이다. 이곳에는 청조 문인과 주고받았던 서신이나 작품이 전시 중이다. 특히 김정희가 북경에서 옹방강을 방문했을 당시 필담을 나눴던 종이도 전시되고 있다. 한국 문인이 대부분이 중국어 회화는 못 했지만, 한자에는 능통해 종이에 서로 써가며 대화가 가능했다. 필담 기록뿐만 아니라, 청나라 문인들이 김정희에게 보낸 서신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 있는 작품을 중국에 가져가 전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김정희가 청나라에 문인에게 보낸 작품은 거의 없지만, 청나라 문인들이 김정희를 비롯해 조선 문인에게 보냈던 서신 여러 종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조선 문인과 긴밀히 교유했던 문인 그룹 중 하나는 금석학자들이었다. 금석학이란 청동기, 철기, 비석 등에 새겨진 명문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금석학의 특징은 문헌뿐만 아니라, 실물 또한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김정희가 북경을 방문하던 19세기 초에 북경에는 금석학이 상당히 유행하고 있었으며, 많은 금석학자가 희귀한 금석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관심이 중국에서는 접할 수 없는 조선의 금석문에까지 뻗치게 됐고, 김정희는 그 중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한중 간 금석학을 중심으로 한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옹수곤, 유희해 등은 한국 금석문을 전문적으로 연구했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엮어 조선 문인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였다. 옹수곤의 <해동금석영기>, 유희해의 <해동금석원>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옹수곤의 ‘해동금석영기’

옹수곤의 ‘해동금석영기’

 

금석학뿐만 아니라, 당시 한중문화교류는 조선에 인장 문화를 발전시키는데에도 큰 공헌을 하였다. 이번 특별전에 전시된 많은 서적이나 그림에 그것을 원작자 외에도 그것을 소장했거나 감상했던 이들의 인장이 많이 찍혀 있는데 한중 간 문화가 공유되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통신원은 중국에 있는 주변 사람에게 이번 전시를 꼭 보라고 권하고 있다. 김정희의 작품이 많이 소장되어 있고, 이번에도 많은 작품을 보낸 과천 추사박물관에서도 관련된 전시를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 보는 것과 교류의 현장이었던 베이징에서 그것을 보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한중 우호를 과시할 뿐만 아니라, 김정희처럼 중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한국인에게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손성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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