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캄보디아 한류, 케이팝을 넘어 뷰티 시장까지 인기 고공행진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7.10

케이팝의 인기를 넘어 캄보디아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6월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코트라 주최 한국상품박람회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케이팝의 인기를 넘어 캄보디아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6월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코트라 주최 한국상품박람회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북동부 씨엠립주에서 지난해 10월 열린 제11회 한국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오낙영 주캄보디아 한국대사는 축사를 마친 직후 씨엠립 여성 부주지사에게 한국산 화장품을 선물하며, 이렇게 말했다.

 

K-Pop의 인기를 넘어 K-코스메틱(Cosmetic)이 요즘 캄보디아에서도 뜨고 있습니다.

 

이에 부지사는 환한 표정으로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오 대사의 발언처럼 캄보디아에서는 요즘 한국산 화장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록 1인당 국민소득이 1,580불 수준(2018년 기준)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지만, 최근 10년 이상 지속된 연평균 7%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소득 증대 등에 힘입어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나자, 뷰티 시장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지난 10월 씨엠립에서 열린 한국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주캄보디아 오낙영 대사(좌)가 씨엠립주 여성 부주지사에게 한국산 화장품을 선물하는 모습지난 10월 씨엠립에서 열린 한국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주캄보디아 오낙영 대사(좌)가 씨엠립주 여성 부주지사에게 한국산 화장품을 선물하는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코트라 프놈펜 무역관(관장 권경무)이 최근 공개한 캄보디아 화장품 수출시장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캄보디아에서 태국과 싱가포르에 이어 3번째로 큰 화장품 수입국으로 급부상했다. 그동안 캄보디아 화장품 수입은 주로 중국과 베트남, 태국산 등에 의존해왔다. 그런데, 2017년 태국산 수입량이 2013년 대비 40% 감소(2013년 30,801,000달러→2017년 17,648,000달러)한 반면, 한국산 화장품 수입량은 2013년 대비 무려 400% 대폭 증가(2013년 1,928,000 달러 → 2018년 9,281,000달러)했다. 그렇다면 한국산 화장품은 뜨고, 반대로 가장 큰 수입국인 태국의 화장품 수입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한 현지에서 여성 화장품을 수입하는 사업가 A 씨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과거 캄보디아 여성은 하얀 피부를 선호하기에 주로 태국 화장품을 많이 사용해왔다. 피부가 하얀 남녀 배우들이 등장하는 태국 TV 드라마의 인기도 한몫했다. 덕분에 태국산 화장품은 화이트닝 제품이 주력상품이었다. 그런데, 태국산 화장품은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기 때문에 피부에 자극을 주어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소비자들 사이에 스며들기 시작한 것 같다. 반면, 한국산 화장품은 드라마틱한 변화보다는 피부에 알맞게 천천히 또는 적당히 변화를 주기 때문에 더 신뢰가 간다. 가격 면에서도 미국, 유럽 브랜드에 비해 비용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짝퉁 화장품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얻다 보니 최근 들어 중국산 짝퉁 제품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골 변두리 시장에선 한국어 글씨가 쓰인 화장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진짜 한국산 제품인지 확인이 불명확한 화장품이 적지 않다. 수도 프놈펜에도 ‘무무소’ 같은 경우처럼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둔갑해서 판매하는 곳이 여러 곳 있다. 대부분의 현지 소비자들은 중국산 제품이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 한글이 적혀 있어 한국 제품으로 잘 못 안다. 한국산 화장품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우려되지만, 캄보디아 소비자들 가운데 이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이 상점에서 만난 여대생 로왓 양(21)도 “이곳 제품이 한국산 아니었던가요?”라며 오히려 되물었다. 중국산이라고 설명해주자, “아 그렇군요”라며,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여대생은 한글이 적힌 중국산 2달러짜리 화장품 한 개를 쇼핑 바구니에 슬그머니 넣었다.

 

한국산 화장품 각축장이 된 수도 프놈펜

현재 수도 프놈펜 소재의 대형백화점은 한마디로 한국산 화장품들의 치열한 시장 각축장이다. 이온몰 등 대형 백화점에는 VDL, 네이쳐 리퍼블릭(Nature Republic), 더 페이스 샵(The Face Shop), 더 샘(The Saem), 에뛰드하우스(Etude House), 토니모리(Tonymoly) 등이 정식등록 진출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도 프놈펜 중심가 대형백화점에 입점한 국내 유명 한국산 화장품매장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수도 프놈펜 중심가 대형백화점에 입점한 국내 유명 한국산 화장품매장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하지만 고급화 전략에 높은 관세까지 붙는 바람에 이들 화장품은 한국에서 파는 가격에 비해 2~3배까지 높은 가격에 책정되어 있다. 소득 수준이 높은 중산층이 아니라면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백화점들은 특별 할인 기간에만 손님들로 북적이고, 평상시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이에 대해 코트라 프놈펜 무역관 관계자는 “런칭 기업들이 매출이 높지 않음에도 비싼 백화점 임대료를 감내하면서까지 버티는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의 매출 수익보다는 고급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현지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장기적인 마케팅전략이기 때문”이라고고 분석했다.

 

반면, 현지 상무부에 정식 런칭되지 않은 대부분의 중소 브랜드들은 화장품 전문 판매점에서 주로 유통·판매되고 있다. 정식 등록된 화장품들보다 오히려 매출이 훨씬 크고 수익도 꽤 짭짤하다는 게 현지 업계 관계자의 주장이다. 명확한 수입원을 밝히지 않는 한국 제품 거래처도 적지 않다. 실제로도 코트라 무역관조차 현지 진출 업체 수나 매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미등록 업체들이 현지에 진출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들이 정식 런칭을 하지 않고,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수입하려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간단하다. 바로 높은 세금 때문이다. 한-아세안 FTA를 적용해도 일부 민감한 품목은 최대 35%까지의 관세가 부과되고, 특별세 10%까지 부과돼 세금 부담이 매우 높아 이것이 결국은 판매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시장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정식 수입 등록 절차를 밟지 않은 현지 진출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수입절차나 수입원조차 정확히 밝히는 것조차 꺼린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 같은 문제가 양국 간 수출입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산 화장품의 향후 마케팅 전략은?

한국산 화장품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캄보디아 화장품 유통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 코트라 측 관계자는 “이 나라 화장품 유통은 대부분 영세한 도소매 규모 형태이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중대형 유통 플랫폼이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현지에 단독 진출할 경우, 반드시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따른다. 소량주문이 많은 탓에 팔수록 마케팅 경비가 상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지 뷰티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지 유통망의 특수성에 대해 공감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지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동종 업종 간 협업 진출을 통한 마케팅 활동 강화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화장품 유통업계에서 10년 넘게 종사해온 현지 전문가 B 씨는 “당장 수출량을 늘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화장품 유통 전문 플랫폼 구축을 위한 투자와 노력을 겸비하는 한편, 동종 업계 간 협업 노력을 통해 지속적 성장과 시장 포지션 강화를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화장품 수출 분야 전문가인 코트라 무역관 김도현 과장은 한국산 화장품이 성공하기 위해선 SNS를 적극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캄보디아는 개발도상국이지만 의외로 인터넷망과 SNS가 잘 발달된 나라입니다. 인구 1천 6백만 명 가운데 페이스북 가입자 수는 무려 9백만 명이 넘습니다. 유저들은 한국의 유명 유튜버나 한국 인스타 스타 등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제가 아는 현지 무역상은 화장품 미용 선진국인 한국의 트렌드가 매번 바뀔 때마다 우리도 그 트렌드를 따라갑니다. 바로바로 신제품이 나오면 수입을 하죠. 심지어, 고객들이 인터넷을 보고 신제품을 먼저 와서 찾기도 합니다.

 

실제로 캄보디아는 지난해 2018년 기준 전체인구 1,500만 인구 중 무려 1,200만 명이 인터넷 가입자일 만큼, 인터넷 보급률이 매우 높다.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소셜 미디어의 노출빈도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이들은 '코리안 스타일'에도 관심이 크다. 과거 한류 드라마가 이끌었던 한류 패션-미용-스타일 트렌드가 빠르게 SNS으로 바통을 넘긴 것이다. 한국 화장품 구매 경로 기존 대형매장이나 고급 백화점에서 현장 구매나 전자 상거래를 구매패턴이 바뀌더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빠른 속도로 느는 추세다.

 

현지에서 꽤 유명한 페이스북 일부 쇼핑 인플루언서 스타들은 월 수만 달러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니어리 꼬레’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페이스북 스타 한국인 여성 김려원 씨도 유창한 크메르어 실력에 재치있는 말솜씨를 무기로 각종 제품 홍보에 나선 열혈 인플루언서다. 그녀는 이미 팔로워 28만 명을 확보한 상태다. 그녀가 현지 교민이 운영하는 중국집 짜장면 메뉴를 소개했다가, 일주일 넘게 현지인 손님들로 넘쳐 식당이 초대박을 친 적도 있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페이스북 팔로워 2만 8천 명을 확보한 김려원 씨는 '니어리 꼬레'라는 이름으로 한국산 제품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로 맹활약중이다.  - 출처 : 김려원 페이스북

캄보디아 현지에서 페이스북 팔로워 2만 8천 명을 확보한 김려원 씨는 '니어리 꼬레'라는 이름으로 한국산 제품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로 맹활약중이다.  - 출처 : 김려원 페이스북(@Nearykorea)


 

따라서 현지 화장품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면, 이러한 업게 전문가들의 조언과 더불어, 현지 시장의 특성과 트렌드를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유통시스템과 관련해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은 아직까지 이 나라가 우편, 물류 배송 시스템이 완벽히 자리 잡지 못해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데 많은 불편함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현지 시장에 출시돼 인기를 끌기 시작한 한국산 기능성 샴푸 제품을 들고 있는 현지인 홍보 도우미의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최근 현지 시장에 출시돼 인기를 끌기 시작한 한국산 기능성 샴푸 제품을 들고 있는 현지인 홍보 도우미의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최근 필지가 만난 또 다른 뷰티 산업 전문가 A 씨는 “캄보디아 뷰티 산업은 한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 한국 스타일로 화장을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과거 캄보디아 시장을 장악했던 태국과 중국의 화장품이 이제는 한국산 화장품의 빠른 시장점유율에 놀라, 오히려 한국산 화장품을 따라 하는 데에 주력하며, 가격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산 화장품이 이들 국가들과 가격전쟁으로 맞대응해선 절대 안 된다. 한국산 화장품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이자 무기는 역시 '품질'이기 때문”이라며 강조했다.



성명 : 박정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캄보디아/프놈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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