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도 마니푸르에서 열린 일주일간의 한국문화 워크숍과 케이팝 경연대회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7.22

뉴델리에서 2,000km 떨어진 곳, 방글라데시와 부탄보다 더 먼 마니푸르 지역에서 한류 팬클럽이 개최하는 행사가 열렸다. 마니푸르 임팔 지역의 방탄소년단 ‘아미’, 블랙핑크 ‘블링크’, 엑소 ‘엑소엘’ 팬클럽이 마니푸르 대학교 한류 팬클럽 ‘K-Club’과 함께 주최한 일주일간의 <Hallyu Com-on! 한국문화워크숍>과 케이팝 경연대회 마니푸르 지역 예선이 그것이다. 마니푸르는 이전부터 동북 지역에서 한류 인기가 높은 주요 도시였지만, 케이팝 경연대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며, 한국문화 워크숍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월 1일(월)부터 시작된 행사는 임팔지역 마니푸르 대학교에서 아침 10시부터 한국어, 한국문화 수업과 함께 케이팝 춤, 한식, 태권도, 부채춤을 배우는 워크숍으로 7월 5일(금)까지 진행된 뒤 7월 7일(일) 케이팝 경연대회 마니푸르 지역 예선으로 꾸려졌다. 다채롭게 꾸며진 워크숍에는 총 56명의 참가자들과 25명 팬클럽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다. 한류에 대한 관심은 있었으나 그동안 행사가 많이 없었던 만큼 이번 행사의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행사를 준비한 팬클럽 학생들은 직접 케이팝, 부채춤 강사로 나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음식 수업에는 학생이 되어 배우고 체험해보며 그들 역시 한국문화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일주일간 한국어 기초와 한국문화, 한국 역사를 배우며 참가자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름이 뭐예요?” 같은 기초 한국어를 자신 있게 말하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 10학년 학생 롤토이비는 한국 드라마 덕분에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매우 쉬웠다고 대답했다. 참가자와 팬클럽 모두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으로 꼽았던 것은 한국 음식이었다. 마니푸르 임팔 외곽 도시에서 한국 식당 <오빠 김밥>을 운영하는 김현아 사장님의 교육으로 김밥, 비빔밥, 잡채를 만들어 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부채춤 수업에는 몇 안 되는 남학생들까지 함께 참여하여 진지한 시간을 보냈다. 팬클럽 학생들은 4일간의 짧은 시간 동안 부채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열정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일주일간, 매일 5시간 동안 이어진 워크숍은 기간 동안 결석이나 지각자도 거의 없이 진행되어 학생들의 열정과 관심이 뜨거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요일, 워크숍이 끝나는 날 참가자들에게 수저와 키체인, 물병, 한국 라면 등을 선물하여 이들이 이번 경험을 간직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만 봤던 쇠 수저를 가지고 싶었던 학생들은 깜짝 선물에 기뻐했다.

 

 'Hallyu Com-on!' 한국문화 워크숍 모습과 참가자 사진 - 출처 : 마니푸르대 이현경 교수 'Hallyu Com-on!' 한국문화 워크숍 모습과 참가자 사진 - 출처 : 마니푸르대 이현경 교수

 

워크숍 이후 하루의 휴식을 가진 뒤에는 7월 7일(일), 마니푸르 지역에서 가장 좋은 공연장인 MSFDS(Manipur State Film Development Society) Auditorium에서 케이팝 경연대회 지역 예선이 개최되었다. 영화관이 없는 임팔에서 주중에는 영화관으로 활용되는 곳이라는 이곳은 총 700여 석의 공연장으로 마니푸르에서는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올해로 두 번째 지역 예선을 개최하게 된 마니푸르 지역에는 총 68팀, 174명의 참가자들이 몰렸다. 이 중 온라인 예선을 통해 선발된 24팀만이 지역 예선에 진출했다.

 

행사 날, MSFDS 앞에는 오후 12시부터 대기줄이 형성됐다. 행사 시작은 2시 20분이었지만 관객들은 무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몰려들기 시작하여 마니푸르의 한류 열기를 보여주었다. 게이트 앞에서는 아이돌 얼굴이 찍힌 부채를 파는 부스도 생겨 이번 행사가 단순한 케이팝 경연대회가 아닌 한류 축제로 느껴질 정도였다. 팬클럽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관객들에게 표를 배부하고 대기하도록 지시하여 공연장 앞에서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행했다. 오후 1시 30분부터 관객 입장이 시작되었을 때도 팬클럽의 진행으로 관객들이 차분히 줄을 서서 입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행사가 시작할 때쯤 되자 700석의 관객석이 가득 찼다.

 

마니푸르 대학교 교수님들의 축사로 시작된 행사는 3시경부터 본격적인 경연대회를 시작했다. 마니푸르뿐만 아니라 나갈랜드, 미조람 등에서 온 참가자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말 케이팝 스타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녕하세요”하고 한국어 인사를 준비해온 참가자들도 있었다. 다만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은 조금 아쉬웠다. 댄스 부문에 있어서는 대부분이 의상부터 안무까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지만, 보컬 부문 일부 참가자들은 여러 번의 음이탈과 안정적이지 못한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관객들은 실력 유무에 관계없이 참가자들을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특히 블랙핑크의 노래로 참가한 참가자들이 8팀이나 있었는데, 이들에게 빠짐없이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며 블랙핑크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몇몇 남자 참가자들이 블랙핑크의 곡에 공연하여 멋진 실력을 보이기도 했다. 자매 두 명으로 구성된 팀부터 마니푸르 지역 내에서 행사를 다니는 ‘프로’에 가까운 팀까지 정말 다양한 이들이 케이팝을 좋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케이팝 경연대회 마니푸르 예선전에 모인 관객들과 경연대회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케이팝 경연대회 마니푸르 예선전에 모인 관객들과 경연대회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경연대회 중간 중간에는 <Hallyu Com-on! 한국문화워크숍>에 참여했던 참가자들의 공연이 있었다. 제일 먼저 펼쳐진 참가자들의 부채춤 공연은 정말 엄청난 환호성을 불러일으켰다. 한복에 족두리까지 잘 차려입은 참가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부채로 파도와 꽃을 만들어냈다. 사실 익숙하지 않은 춤과 박자이다 보니 무대에서 다 함께 “하나, 둘, 셋, 넷”을 외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공연의 완성도 면에서는 그간 봐온 학생들의 어떤 부채춤 공연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관객들 역시 처음으로 보는 한국 전통 무용의 모습에 감동한 표정이었다. 공연했던 참가자들은 처음으로 입어보는 한복에 들떠 하기도 했다. 4일간 짧은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습을 통해 준비했음이 느껴졌다.

 

또 케이팝 수업을 통해 배운 케이팝 메들리 춤 공연이 펼쳐졌다. 트와이스의 'Cheer up',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펜타곤의 '빛나리'를 엮은 공연은 참가자들의 귀여운 안무가 어우러져 케이팝 경연대회에 딱 맞는 축하공연이었다. 특히 3명의 남학생들이 BTS의 곡을 공연할 때는 정말 BTS가 온 듯한 함성이 터졌다. 이번 워크숍에 참가한 학생들의 나잇대는 중학생(8학년)부터 20대까지 다양했는데, 그들이 무대에서 케이팝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니 한류가 마니푸르의 젊은 세대를 엮는 하나의 구심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Hallyu Com-on! 한국문화워크숍>을 모습을 담은 영상 상영을 통해서는 관객들에게 행사를 홍보하기도 했다. 한식 수업 모습이 나오자 관객석에서는 “맛있겠다!”하는 한국말 함성이 터져 나와 모두 웃기도 했다. 이외에도 행사를 주최한 학생들은 관객 퀴즈를 준비하여 직접 만든 케이팝 아이돌 포스터와 뱃지 등을 증정했다. 관객들은 ‘한국의 가장 큰 화폐단위를 한국어로 말하면?’과 같은 어려운 질문에도 척척 답했다.. 케이팝 곡 2초 듣고 맞추기 퀴즈에는 거의 서른 명이 넘는 관객들이 뛰쳐나가는 장관을 보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의 케이팝 랜덤 플레이 댄스와 시상식으로 마무리된 경연대회는 저녁 6시 30분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관객들이 많았다. 시상식이 예상보다 더 지연되면서 시간을 끌어 아쉬웠지만, 팬클럽 학생들이 직접 발로 뛰며 준비했다는 의의를 되짚게 되었다. 너나 할 것 없이 한류와 케이팝에 대한 애정으로 뭉친 학생들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정말 쉬지 않고 행사를 준비하고 참가했음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마니푸르 한류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간 행사가 없어 다들 목말라 있었다는 마니푸르 대학교 이현경 교수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Hallyu Com-on! 한국문화워크숍' 참가자들의 부채춤, 케이팝 공연과 워크숍 영상 상영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Hallyu Com-on! 한국문화워크숍' 참가자들의 부채춤, 케이팝 공연과 워크숍 영상 상영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올해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지원으로 개최된 일주일 간 워크숍은 동북 지역의 한류가 단순히 케이팝과 드라마로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워크숍 이후 한국어 강좌에 대한 문의와 요청이 많아 마니푸르 대학교에서는 7월부터 특별 코스를 시작하고 나이 제한을 12학년 졸업 이후부터 가능하도록 바꾸고 인원도 20명으로 40명으로 늘리기로 결정하였다. 행사를 주최한 팬클럽 멤버 중 BTS의 팬클럽, 아미의 일원이라는 디야라니는 “한국문화에 대해 많이 몰랐던 사람들도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함으로서 한국문화에 대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한국 음악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 이후 한국문화와 음식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다만 케이팝 경연대회가 700여명 의 관객을 모은 것에 비해 이번 워크숍은 참가 인원이 제한 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 아이돌들이 마니푸르를 알게 되고 찾는 날까지 팬클럽 활동을 열심히 해나갈 것”이라는 팬클럽 친구들의 말처럼, 이들이 이러한 행사를 매년 지속해가며 마니푸르에 한국을, 그리고 한국에 마니푸르를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이번 행사에 참가하였던 56명의 참가자들이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지속시켜, 언젠가 한-인도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한국 아이돌로 데뷔하는 일이 생긴다면 좋겠다. 마니푸르의 한류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성명 : 김찬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인도/뉴델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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