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터키 이즈미르 한인회, 제1회 '한국 문화의 날'이 특별한 이유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7.23

[문화정책/이슈] 터키 이즈미르 한인회, 제1회 '한국 문화의 날'이 특별한 이유
 
터키 3대 도시 가운데 하나인 이즈미르. 이즈미르에는 빛의 방향에 따라 3면의 바다 색깔이 모두 다른 천해의 에게해, 수 천 년이 넘는 역사를 품고 있는 고대 유적지들을 보기 위해서 연일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사계절 중 여름이 유난히 긴 이유로 수박이며 멜론, 체리 여름 과일들의 과즙과 당도는 설탕도 이름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달고 맛있다. 풍부한 자연의 혜택이 너무 커서일까. 무역의 도시 이스탄불과 같이 분주한 도시 일상의 모습 대신 이 지역 사람들은 여유롭고 낙천적인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지역의 특징과는 별개로 투자를 위해서 이즈미르 지역을 찾고 있는 기업들의 동향은 어떨까. 이는 터키 현지인들을 상대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교민들이나 향후 기업을 유치해서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기업인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정보가 된다. 이즈미르 지역이 속해 있는 에게 상공회의소는 36년간 회원 기업 100개를 대상으로 매해 생산 및 판매량을 조사해 왔다. 

 

에게 상공회의소가 뽑은 이즈미르 지역 100대 기업 리스트 중 10대 기업 – 출처 : Dunya에게 상공회의소가 뽑은 이즈미르 지역 100대 기업 리스트 중 10대 기업 – 출처 : Dunya

 

먼저 상위 Tupras, Petkim, Philsa 세 개의 기업을 선정됐다. Tupras는 1983년 터키 정부에 의해 세워진 정유회사인데, 2001년에 민영화로 전환됐다. 그 후 2014년에는 정부 이래로 가장 큰 투자를 하면서 현재 Tupras 정유회사 설비를 구현했다. Petkim은 Tupras 그룹의 계열사 회사로서 석유 정제와 함께 화학 분야의 대형 회사이다. 에게 지역 상공회의소가 꼽은 세 번째 기업인 Philsa는 1991년에 필립 모리스 社 75%와 사반즈 홀딩 社 25%가 합병하여 세워진 담배회사이다. 이즈미르-토르발르 지역에 세워진 Philsa는 1,200명의 사원이 일하고 있다. 기반이 탄탄한 세 개 기업은 큰 변동 없이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기업들의 상황을 어떨까. 에게 지역 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7년 자료에 따르면 100개 기업 중에서 18개 회사의 순위가 오른 반면, 63개 회사는 떨어졌다. 그리고 7개 회사가 순위를 그대로 지키고 있을 때, 12개 회사가 새롭게 진입했다. 이들 중 외국계 기업은 단 24개이다. 이즈미르 지역 기업들의 투자 현황을 전체 큰 그림으로 그려보면, 해외 기업들보다 단연 터키 국내 기업들이 투자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시 9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진 터키 국내 대기업 몇 곳과 10%도 안 되는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서 치열한 생존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구도로 그려볼 수 있다.

 

통신원이 글의 서두를 시작하면서 이즈미르, 이 지역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지극히 폐쇄적인 지역 특성 때문에 많은 교민들이 떠나고 있는 가운데 이즈미르 한인회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6일, 제1회 〈한국 문화의 날〉을 터키인들을 위해서 마련했다. 터키 3대 도시, 이즈미르라고 부르지만 이제 남은 교민들은 200여 명 가량이 전부이다. 교민들의 규모만 생각하면 어떤 행사를 할 수 있을지 생각부터 복잡해질 수도 있지만, 기자가 이번 취재를 위해서 행사 전에 만났던 관계자의 목소리는 간단하고 명료했다. 대한민국을 터키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문화 홍보대사의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즈미르 한인회가 준비한 ‘제1회 한국 문화의 날' 행사가 열린 테페큘레 컨벤션 센터 – 출처 : 통신원 촬영이즈미르 한인회가 준비한 ‘제1회 한국 문화의 날' 행사가 열린 테페큘레 컨벤션 센터 – 출처 : 통신원 촬영

 

문화 홍보대사의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는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행사는 한인회의 여느 문화 행사와는 달리 터키 주재 한국대사관 후원으로 정부 식순에 따라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애국가와 터키 국가가 울려 퍼지자, 참석자 모두는 양국 국기를 향해 예의를 갖춰 가슴에 손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불렀던 애국가였는데, 해외에서는 애국가를 듣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뭉클함에 가슴이 뜨겁게 느껴졌다. 

 

한국인 사범의 지도로 터키 시범단이 보여준 우리나라 전통 무예 태권도. 품세, 격파, 호신술, 태권무 – 출처 : 통신원 촬영한국인 사범의 지도로 터키 시범단이 보여준 우리나라 전통 무예 태권도. 품세, 격파, 호신술, 태권무 – 출처 : 통신원 촬영

 

이즈미르 한글학교 어린이들의 합창과 터키인들의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이즈미르 한글학교 어린이들의 합창과 터키인들의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이즈미르 세종학당 학생들의 케이팝 공연(좌), 앙카라 한 문화원 가야금 연주 공연(우) - 출처 : 통신원 촬영이즈미르 세종학당 학생들의 케이팝 공연(좌), 앙카라 한 문화원 가야금 연주 공연(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행사는 한국인 사범의 지도로 터키인들이 태권도 시범으로 시작했다. 터키 시범단은 우리나라 전통 무술인 태권도를 품세, 격파, 호신술, 태권무로 나눠 다양하게 보여줬다. 이어서 한글학교 어린이들의 합창이 있었다. 그리고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터키 학생들의 케이팝 댄스 공연이 있었다. 특별히 그날의 행사를 위해서 앙카라 한국 문화원에서 가야금 연주자의 공연을 마련해 주었는데, 해외에서 듣는 아주 귀한 공연이었다. 실내에서 ‘보는 문화 행사’가 끝난 다음에는 밖에서는 ‘경험하는 한국 문화 행사’ 일환으로 한글 붓글씨 체험과 한복을 입고 사진도 찍어보는 포토존 행사를 가졌다. 이번 한국 문화의 날 행사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석한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형제 국가, 한국의 문화를 부모가 자녀에게 설명해 주고 배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한글체험 행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들고 있는 터키 가족(좌), 이즈미르 한인회 김재수 회장(우) - 출처 : 통신원 촬영한글체험 행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들고 있는 터키 가족(좌), 이즈미르 한인회 김재수 회장(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행사를 다 마치고 컨벤션 센터 현관에서 만난 이즈미르 한인회 김재수 회장은 이번에 첫 번째 한국 문화의 날 행사를 시작으로 터키인들에게 대한민국의 문화를 알리는 일에 한인회가 더 큰 역할을 하기 기대한다고 소감을 대신했다. 빈 여백 위에 우리나라 한글을 삐딱삐딱 붓으로 채워가는 한 터키인을 보면서, 불현듯 올해 개봉되었던 〈말모이〉 영화의 한 장면이 통신원의 가슴을 스쳐 갔다. 일제에 손톱과 발톱이 다 뽑히고 심지어는 심한 고문으로 목숨까지 잃은 동지들을 보면서도 한글은 우리 조선인의 얼이라고 하면서 끝까지 싸워서 지켜냈던 독립 운동가들의 모습 말이다.

 

통신원이 이즈미르 한인회가 준비한 제1회 한국문화의 날 행사를 취재하면서 남는 두 단어는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감사이다. 앞으로 두 번째, 세 번째 한국문화의 날 행사에서도 통신원에게 남았던 두 단어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참고자료

《Dunya》 (2018. 5. 28.) 〈İşte Ege'nin 100 büyüğü〉, https://www.dunya.com/sirketler/iste-egenin-100-buyugu-haberi-417250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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