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한국의 일본상품 불매 운동, 아르헨티나 언론에 전해져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8.07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예전과 같이 금방 사그라들 것'이란 발언으로 시민들의 거친 항의를 받은 일본 의류 회사와, '한국은 말만 하고 25년간 불매운동에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한 일본 언론의 예상과는 달리 한국에서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열기는 하루게 다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금지조치와 한국시민들의 자발적 불매운동이 장기전으로 굳어질 기세가 보이자 미국과 국제기구는 물론 세계의 주요 언론들에서도 이번 사태에 큰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금지조치가 가져올 수 있는 여파가 국제 반도체 가격 및 휴대폰 시장까지 매우 광대하다는 점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아시아 대륙의 정세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외신에 의존해, 국제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서술하고 넘어가는 편인 아르헨티나 언론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이번 사건을 다뤘다. 특히 불매운동의 배경에 역사적인 문제의식이 부재한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을 노골적으로 담고 있는 기사들도 있었고,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한국 및 동아시아 국제 관계 연구자들의 인터뷰나 연구까지 인용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조명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는 한국 불매운동에 대한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들의 반응에 대해서 조명해보려 한다. 먼저 가장 지난주 금요일 19일, 라 나시온(La Nacion)가 가장 먼저 이번 불매운동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내보냈다. 이는 7월 부터 일본의 수출금지 조치로, 한국의 시민들이 일본회사의 제품의 불매운동을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자발적으로 판매를 거부한 200여 개의 한국 중소상인·자영업자 총연합회(한상총련)과 한국 슈퍼마켓협동조합 등의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것을 언급했다. 그리고 의류 제품이나 식품에서 두드러졌던 초기의 불매운동 효과가 대부분 소비재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수출금지조치의 배경에 대해서는 일본 아베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뻔히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테크놀로지 관련 제품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면서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자는 한국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맥주부터 연필까지, 왜 한국인들은 일본상품을 보이콧하는가'라는 제목의 ‘라 나시온’지의 7월 19일 자 기사 - 출처 : 라 나시온 '맥주부터 연필까지, 왜 한국인들은 일본상품을 보이콧하는가'라는 제목의 ‘라 나시온’지의 7월 19일 자 기사 - 출처 : 라 나시온

 

그 후 일주일이 지난 이번 주 금요일, 《클라린(Clarin)》지 는 국제 무역질서의 물을 흐린 일본의 태도를 꼬집었다. 지난 6월 오사카에서 국제자유무역 무역을 지지하는 리더로서 G20 정상을 맞았던 아베 총리가 단 이틀만에 국가안보 문제를 핑계로 태도를 180도 바꿔 이번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특히 홍콩대학의 무역 전문가 브라이언 메르쿠리오(Bryan Mercurio)의 말을 인용해, '한두 개가 아니라 10개, 20개 국가들이 국가안보를 빌미로 이런 식의 조치를 취한다면, 아마 국제무역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가안보와 국가 경제를 교묘히 섞어서 중국과 멕시코에 직접적 타격을 가하는 조치를 취한 트럼프나 러시아의 경우도 국가안보 논리로 우크라이나에 비슷한 조치를 취한 사례가 있기는 하나, 일본이 주장하 듯 한국이 북한의 무기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반출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로 보기 힘들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기사는 이번 사태의 배경에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여기서 끝날 것인지, 아니면 더 큰 사태의 도화선이 될지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며 기사를 마무리했다. 

 

 클라린의 7월 26일 자 기사 '관세전쟁: 안보문제를 핑계로 상업 통제하려 해' - 출처 : 클라린 클라린의 7월 26일 자 기사 '관세전쟁: 안보문제를 핑계로 상업 통제하려 해' - 출처 : 클라린

 

《인포바에(Infobae)》는 27일 기사에서 '미-중 무역 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아시아의 이웃 국가들 사이에 또 하나의 무역갈등이 발생 중'라고 말문을 열었다. 일본이 삼성과 SK 하이닉스와 같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화학 원자재 수출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며, 전 세계의 하이테크, 전자제품 생산 체인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애플(Apple)과 델(Dell), 화웨이(Huawei) 일본기업인 소니(Sony)까지 자체 핸드폰은 물론 전 세계의 모니터 부품들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가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했다. 일본의 이런 제재가 계속된다면 세계 전자제품의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지 한국과 동아시아 국제관계 전문가인 필라르 알바레스 교수에 인터뷰를 인용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한국의 대법원 재판, 그리고 그 재판의 배경인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문제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알바레스 교수는 한국 시민들이 느끼는 반일감정과 불매운동이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에 부재로부터 비롯되었다며, 이번 일본의 조치가 동아시아 국가 시민들에게 식민시대에 바탕을 둔 '애국주의'를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인포바에의 7월 27일 기사, '한일 관계 70년 분쟁 세계 스마트폰 가격까지 영향 미칠 수도'


인포바에의 7월 27일 기사, '한일 관계 70년 분쟁 세계 스마트폰 가격까지 영향 미칠 수도' 인포바에의 7월 27일 기사, '한일 관계 70년 분쟁 세계 스마트폰 가격까지 영향 미칠 수도'

 

주요 언론에서 다뤄진 이번 한국-일본 수출금지 사태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 가고, 안 사고, 안 먹는' 일본 불매운동 기사는 외신의 기사를 바탕으로 하기는 하였으나 아르헨티나 현지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보다 통합적인 분석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실제로 오늘날 한국 사회 시민들이 생각, 역사관과 활동력을 보여줌으로써 현지 구독자들에게는 흔히 K-Pop, 또는 테크놀로지, 기술 선진국으로만 인식되던 '한국'에서 나아가, 한국 사회를 더욱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참고자료

《La Nacion》(19.7.19) 〈De cerveza a lapiceras: por que los surcoreanos boicotean productos japoneses〉,https://www.lanacion.com.ar/el-mundo/de-cerveza-lapiceras-que-surcoreanos-boicotean-productos-nid2269321

《Clarin》(19.7.26) 〈Guerra de aranceles La excusa de la seguridad nacional para controlar el comercio〉, https://www.clarin.com/new-york-times-international-weekly/excusa-seguridad-nacional-controlar-comercio_0_FAW7F3JRX.html

《Infobae》(19.7.27) 〈Una disputa que lleva 70 anos entre Japon y Corea del Sur puede hacer estallar el precio de los smartphones en el mundo>, https://www.infobae.com/america/mundo/2019/07/27/una-disputa-que-lleva-70-anos-entre-japon-y-corea-del-sur-puede-hacer-estallar-el-precio-de-los-smartphones-en-el-mundo/


성명 : 이정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