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광주 미디어 아트 전시 런던에서 열리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8.09

박상화 작품 '무등산 환타지아' - 출처 : 주영 한국문화원 웹사이트

박상화 작품 '무등산 환타지아' - 출처 : 주영 한국문화원 웹사이트

 

예향으로 잘 알려진 광주 출신 예술가들의 미디어아트를 런던 시내 중심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지난 7월 23일부터 열려 오는 9월 7일까지 진행될 뉴미디어 아트그룹전 〈Circulation Metaphor〉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2일 월요일 오후 5시부터 열린 오프닝 행사에는 수많은 관람객들과 관계 인사들이 참가하여 이 전시회 개막을 축하하였다. 광주 시립 미술관과 아시아 문화전당, 주영 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Circulation Metaphor〉 전에는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광주 출신 작가 6명의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들과 국립 아시아 문화 전당 창제작 센터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주지하듯이 광주는 한국 문화예술의 중심(Hub)도시로서 1995년부터 광주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다. 국립 아시아 문화 전당과 함께 아시아의 문화 중심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광주는 유네스코 지정 2019 미디어아트 창의 도시로 선정되었다. 

 

통신원은 그동안 광주를 방문하여 광주 시립 미술관과 비엔날레전에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를 여러 번 가졌었다. 김환기 전을 비롯하여 광주에서 아주 좋은 예술적 경험을 수차례 한 적이 있고, 또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 연구소에 수년간 소속되어 있으면서 쌓아온 경험과 관심이 있는 만큼, 이번 런던 전시회에서는 어떤 작품들을 볼 수 있을지 나름 호기심과 기대도 컸다. 오프닝 행사에는 모든 작가들이 직접 참여한다니 그들을 한꺼번에 직접 볼 기회도 흔치는 않을 터였다. 이날 오프닝 행사에서 통신원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전해지는 환하고 따뜻한 느낌과 함께 예상을 뛰어넘는 긍정적인 예술적 체험을 했다. 

 

위 정정주 작 '소쇄원' - 출처 : 주영 한국문화원 웹사이트중간 이정록 작 '나비'  출처 : 주영 한국문화원 웹사이트아래 박세희 사라의 사진 작품들 - 출처 : 주영 한국문화원 웹사이트

위 정정주 작 '소쇄원', 중간 이정록 작 '나비', 아래 박세희 사라의 사진 작품들 - 출처 : 주영 한국문화원 웹사이트


많은 관중들이 참석한 가운데에 열린 오프닝 행사에는 박은하 주영 한국대사가 참석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작품들을 일일이 둘러보고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전시를 개막하는 인사말을 통해 박 대사는 광주가 유네스코 지정 미디어아트 창의 도시로 선정된 것을 축하하였으며, 순환이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치유 기능을 하는 예술의 파워를 강조하였다. 전승보 광주 시립 미술관장은 〈Circulation Metaphor〉는 문화도시 광주의 미술 문화 및 작가를 국내외에 알리고 전남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목적을 띠고 있다고 이 그룹전을 소개했다. 그동안 프랑스 파리, 독일 뮌헨, 중국 베이징, 광저우, 일본 요코하마, 대만 타이페이, 태국 등에서 매년 개최해 온 광주전이 올해에는 유럽은 물론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런던에서 열리는 것을 기뻐하며 자연과 인간 삶을 성찰하기 위해 순환의 매체를 다루는 이번 전시를 통해 미디어아트 창의 도시 광주와 한국을 널리 알리고 문화예술 교류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진식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장 또한 빛의도시, 예향, 맛의 도시로서의 광주의 매력과 빛고을 광주가 2019 미디어아트 창의 도시로 지정된 점을 특히 강조하였다. 그는 아시아 문화 전당이 특히 미디어아트에 지원과 투자를 하고 있으며, 아시아 문화전당의 심장인 ACT ACC 센터에서 ACC_R이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금까지 약 400여 명 이상의 전 세계의 아트&테크놀로지 분야 전문가들이 광주에 방문하여 새로운 창작을 진행하고 있다고 아시아 문화전당을 소개하였다.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은하 주영한국 대사와 작가들(위)이진식 아시아문화전당장(중간)전승보 광주 시립미술관장(아래)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은하 주영한국 대사와 작가들(위), 이진식 아시아문화전당장(중간), 전승보 광주 시립미술관장(아래) - 출처 : 통신원 촬영

 

'순환'이라는 개념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묘사하는 작가들의 공통적 관심사를 작가들은 각자의 독특한 접근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삶이라는 문제를 물질과 비 물질성, 그 상호 관계의 순환이란 관점에서 뉴미디어를 사용하여 사색하고 있는 이 작가들의 작업이 신선하면서도 유난히 친근한 느낌을 주는 이유중의 하나는 최첨단의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재료들을 사용하여 담은 익숙한 광주 또는 전남 지역, 나아가 한국적인 자연과 문화적 유산, 이미지들이 지극히 아름답고 세련되었으면서도 '나'의 안에 있는 옛날 옛적, 유년 시절의 고향에 관한 푸근한, 향수와도 비슷한 아련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성공하였다는 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관중과의 소통, 상호성/인터액티비티에 촛점을 맞추어 보는 이에게 자극을 주고 잠재력을 일깨우는 효과를 얻기위해 이 작가들이 사용한 미술적 장치들은 다양하다. 

 

〈Anomaly Point +4℃〉를 출품한 정기현 작가는 모와 머리카락을 사용해 만든 지구 모양의 설치 작품을 통해 여전히 진행 중인 산업화에 관한 사색을 촉구하고 있다. 전시장 정면에 자리를 잡은 정정주 작가의 〈소쇄원〉은 작가가 어린 시절에 자주 갔던 소쇄원의 모형과 이를 보며 소쇄원을 간접적으로 방문하는 관람객의 모습이 실시간 방영되는 비디오 설치 미술 작품으로 전통적인 사찰과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고향이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 또 이를 매개로 한 인간에 관한 사색은 굳이 소쇄원이란 구체적인 문화유산이란 대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정록 작가는 '나비'라는 주제에 천착하여 한 사진에 부착되어 있는 버튼을 누르면 다른 사진에 있는 나비 등에 불이 켜지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정교한 테크닉을 요구하는 설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 또한 장자 등이 던진 '나비'와 관련된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현대적인 기술과 융합한 것이다. 

 

관객들의 몸이 작품 속에 말 그대로 들어가는 직접성을 통해 인터액티비티를 노린 박상화의 〈무등산 환타지아〉는 작가가 수개월에 걸쳐 직접 무등산에서 수집한 소리들을 프로젝터를 통해 제공되는 빛과 이미지들, 무등산을 상징하는 일종의 직물과 비슷한 재료들을 이용하여 만든 무등산에 관람객들을 초대하고 있다. 관객은 직접 이 무등산에 들어가 노닐며 새소리를 듣고 휴식을 취하거나 고향을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박세희 사라의 사진 작품들은 그녀가 겪은 상실의 순간들을 사진 작품들에 담았다. 그녀가 포착한 강렬한 이미지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상실이란 현상을 아름답게 만들었으니 이 또한 인간사의 순환이란 주제에 걸맞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얼, 김정환, 배정식 작가 세 명이 만든 아시아 문화전당 2018년작 〈Try Triangle〉은 거울에 반사되는 빛을 이용해 레이저 비머로 만들어 내는 삼각형이 움직이는 형태를 관객이 어둠 속에서 직접 체험하는 추상적 키네틱 설치 미술 작품이다.

 

문화원이 있는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이 볼 수 있는 비주얼 이미지가 대단히 탁월하여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어 자세히 보니 제목이 〈Migrant〉(이주민)이다. 흔히 접할 수 없는 재료들, 그림을 그린 유리들을 겹겹이 쌓아 만들어져 언뜻 병풍처럼 보이기도 하고 삼차원 또는 사가독서 4차원적 이미지들로 산중처럼 보이기도 하여 조선 시대 산수화를 떠올리는 풍경에 산과 소나무들이 있는데 이 소나무들이 둥둥 떠다닌다. 세련된 옷으로 치장한 전통적이면서도 신비스런 회화의 기품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노라니 광주에서 온 한 일간지 기자가 이 작품을 만든 작가 손봉채는 이미 교과서에 실렸을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고 귀띔해준다. 제목이 왜 〈이주민〉이냐고 물으니 손 작가는 둥둥 떠다니는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뿌리를 뽑힌 이주민들 신세같이 느껴졌다고 했다. 인터액티비티를 유발하는 방식도 참 기발하다. 세계 60여 개 나라들의 국화들을 한 작품에 모두 담은 그의 또 다른 작품은 아름다운 세련미가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당들의 신방이나 의상을 장식하는 화려한 토속적 꽃들의 이미지가 느껴져 섬뜩한 느낌마저 준다. 그는 이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 고가의 재료들을 사용하였고 수개월에 걸쳐 작업했다고 한다. 그가 제작한 비교적 규모가 큰 설치 미술 작품들의 상당수는 유럽에 있는 개인 수집가들에게 판매되어 그들의 사저에 소장되고 있다.

 

'이주민'과 관객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손봉채 작가 – 출처 : 통신원 촬영'이주민'과 관객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손봉채 작가 – 출처 : 통신원 촬영

 

이 개막식에서 만난 관객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영국인 이안은 〈이주민〉과 〈트라이 트라이앵글〉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며 유럽 미술들과 다르기 때문에 아시아 미술을 보러 다닌다고 했다. 직접 작품 활동을 하는 올리버는 '모든 작품들이 다 대단히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Circulation Metaphor〉에 출품된 작품들은 수준이 전반적으로 고르고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는 인상을 주었다. 중견은 중견대로 신인은 신인대로 지나치게 실험적이지 않고 단정하면서도 각자의 색깔과 메시지는 뚜렷하다. 이 전시회의 조직은 큐레이터 김민경 씨가 맡았다. 전체적으로 전시 구조가 짜임새 있게 잘 정비되어 있고, 공간의 기능 또한 잘 살린 전시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강한 색채와 개성을 가진 작품들의 이미지들이 전시회를 갔다 온 며칠이 지난 후에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 체험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 광주 작가들이 생산해낸 이미지들은 통신원에게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다. 많은 유럽인들에게는 독재와 학살, 항쟁의 상처로 아픈 곳으로 잘 알려진 광주가 이제는 예향과 빛고을의 전통을 살려낸, 유네스코의 말 그대로 ‘창의적인 미디어아트 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Anomaly Point +4℃'에 관한 질의에 응답하는 작가 정기현 – 출처 : 통신원 촬영'Anomaly Point +4℃'에 관한 질의에 응답하는 작가 정기현 – 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이현선[영국/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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