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독일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상징하는 것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8.23

평화의 소녀상의 의미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때로는 예술작품으로서, 때로는 정치와 시민사회 운동의 상징으로서, 그리고 지금은 '표현의 자유'의 상징이 더해졌다. 소녀상의 이러한 다양한 면면을 독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월 2일,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 예술가 단체인 게독(GEDOK)의 베를린 갤러리에 소녀상이 전시됐다. '우리가 인형이다(Toys are us)'라는 이름의 이 전시회는 당초 독일에서 활동하는 여성 예술가 10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으로 기획됐다.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의미와 서사가 담긴 '인형'이 전시회의 주제다. 색을 입은 소녀상은 그 전시회장의 한중간에 꼿꼿하게 앉아있다. 여기서 소녀상은 예술작품으로 전시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와 기억이 담긴, 잊지 않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작품이다. 함께 전시된 다른 작품이 모두 아픈 서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들의 유년시절, 혹은 자녀들을 떠올리게 하는 아기자기한 작품도 있다. 소녀상만 보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소녀상만이 중요하다고 소리치지도 않는다. 이 전시회에서 소녀상은 예술작품으로서 다른 작품들과 어울려 전시되고, 다른 작가들과 소통하면서 오히려 더 빛을 발한다. 



8월 14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집회
8월 14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집회

8월 14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집회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게독에 전시되어 있던 평화의 소녀상은 베를린 대중교통을 타고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으로 향했다. 이날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이 참가했다. 독일인들, 베를린 여성 및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운동가들, 베를린에 거주하는 일본인들도 많이 보였다. 집회를 주최한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는 '평화의 소녀상이 한일관계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되어 일본에서도 세워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일본 나고야 아이치 트리엔날레 전시회에서 철거된 소녀상 문제로 현지 일본인들의 관심도도 높았다. 일본의 '표현의 부자유전'에서 또다시 철거되어 소녀상은 이제 표현의 자유까지 상징하는 작품이 되어 버렸다. 베를린의 '일본 여성 이니셔티브'에서도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진을 담은 피켓을 집회 내내 높이 들어 올렸으며, 집회 발언에서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철거된 소녀상을 다시 세울 것을 요청했다. 그 외에도 독일 엠네스티,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각종 시민사회 단체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여성 인권 침해 문제와 전쟁터에서의 여성 피해자 문제를 함께 조명해 더욱 주목을 끌었다. 위안부 문제가 역사적인 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는 지금의 이슈라는 문제의식, 과거를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하고 청산하지 않으면, 지금도 미래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전 세계 여성 인권을 위해 운동하는 수많은 현지 활동가들이 모인 이유다. 

 

소녀상과 함께 사진을 찍는 독일 엠네스티 소속 참가자 소녀상과 함께 사진을 찍는 독일 엠네스티 소속 참가자


베를린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소녀상

 베를린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소녀상

 

이날 집회에서는 소녀상과 함께 사진을 찍어 해시태그로 올리는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소녀상과 사진을 찍으며 소셜네트워크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사진을 찍을 때,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핸드팬 연주자 진성은 씨가 핸드팬 연주로 아름다운 소리를 함께 전했다. 이 집회에서 평화의 소녀상은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예술작품을 넘어 시민 속으로 들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했다. 독일 여성단체에서 일하는 한 여성 운동가는 '훌륭한 채널'이라고 소녀상을 평가했다.

 

이날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소녀상은 다시 게독 갤러리로 옮겨졌다. 게독 갤러리에서 열린 마무리 모임에서 게독 갤러리 담당자는 '이번 전시회는 사실 그렇게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긴 전시는 아니었다'면서 '자신도 소녀상을 만나기 전까지 이 문제를 잘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예술작품으로서 소녀상을 알게 되고, 게독 갤러리에 소녀상을 전시하게 된 것이 우리로서도 새로운 기회'라고 밝혔다. 소녀상은 이 갤러리에서 다시 다른 예술작품들과 어울려 방문객들을 만난다. 게독 전시가 끝난 이후에는 베를린 코리아협의회 사무실 갤러리에 이어서 전시될 예정이다. 독일에서도 평화의 소녀상은 예술작품으로, 여성 인권을 알리는 메신저로,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매번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이유진[독일/라이프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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