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동서양의 음악이 만나 동해와 독도를 말하다 : 라메르에릴 토론토 공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9.19

주요 토론토 예술 공연장인 토론토 아트 센터(Toronto Centre for the Arts)에는 넘실대는 파도의 푸른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로 표현된 포스터가 한동안 붙어있었다. 라메르에릴(LA MER ET LILE)이라 쓰인 공연 포스터엔 토론토, 보스턴, 뉴욕 순회공연이라 적힌 한국말이 보인다. 한국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등록된 예술 단체인 ‘라메르에릴’의 북미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였다. ‘동해’와 ‘독도’를 은유하는 ‘바다’와 ‘섬’이라는 프랑스 단어를 단체명으로 정할 만큼 단체의 목적과 출범 동기가 뚜렷해 보였다. 이함준 사단법인 라메르에릴 이사장에 따르면,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미술, 문학과 같은 다양한 전문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 100여 명이 함께 모여, 한국의 동해와 독도를 알리고자 단체가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라메르에릴 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관람객들

<라메르에릴 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관람객들>

 

이번 행사는 ‘라메르에릴’과 더불어 여러 영역에서 캐나다와 한국 간의 문화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토론토 한인회’가 공동으로 주최하였다. 최근 캐나다 주류 사회는 한인들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듯, 한인들의 역량 강화와 프로그램 개발 등을 위한 ‘토론토 한인회’ 펀드 금액을 확장지원하면서, 양국 문화 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될 것을 기대하게 하였다. 정부와 민간, 그리고 해외 한인 기관 등이 시도하고 있는 문화 교류는 학술,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동해’와 ‘독도’를 사랑하는 예술가들로 이루어진 한국 단체 공연은 토론토에서 처음 있는 듯 보였다.

 

사실 캐나다에서도 동해 (East Sea)보다는 일본해(The sea of Japan)로, 독도보다는 중립을 뜻하는 ‘리앙쿠르 암석’(Liancourt Rocks)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구글 캐나다 기준). 또한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캐나다로서는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종교 및 정치적 이슈 언급을 꺼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해와 독도에 대한 메시지를 예술이라는 소프트웨어로 담은 이번 공연은 우리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캐나다의 가치와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하기에 최적화된 듯 보였다.

 

공연시간 1시간 전부터 삼삼오오 몰려오는 관객들은 대부분은 한인사회 원로들이거나, 어린 초등학교 아이들을 둔 가족 단위인 듯 보였다.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라메르에릴’의 진심이 벌써 전해진 것인지, 수십 년 전 떠나온 고국을 멀리서나마 응원하는 토론토 한인들의 발걸음은 시간에 맞춰 더욱 빨라졌다. 또한 많은 한인들 사이로 간혹 모습을 보이는 캐나다인들은 매번 한국 공연이 있을 때마다 챙겨보고 있다는 마니아 층이 많았는데, 한 번도 실망해 본 적이 없다며, 오늘 공연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1,000석이 넘는 토론토 아트 센터의 조지 웨스턴 리사이틀 홀(George Weston Recital Hall)의 좌석은 많은 이들의 기대로 가득 찼다. 특히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을 주제로 이루어진 이번 공연은 당시 한국인들이 보여 준 독립에 대한 열망과 이를 위한 숭고한 희생들을 비롯해, 독도가 가진 위용과 희망이 울려 퍼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해금과 대금이 어우러진 현악 및 피아노 연주

<해금과 대금이 어우러진 현악 및 피아노 연주>

 

약속된 공연시간이 되자, 비올라 연주자라 밝힌 이가 올라와 환영 인사와 더불어, ‘라메르에릴’ 단체에 대하여, 진행될 공연의 곡에 대하여 영어와 한국어로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특히 음악뿐 아니라, 철학과 연극, 시와 미술 등 여러 예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예술가들이 한국의 동해와 독도에 대하여 함께 공부하며 이에 대한 사랑을 각자의 영역 속에서 표현하고 있다는 말은 많은 이들에게 뿌듯함을 느끼게 하였다. 또한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해금과 현악 4중주를 위한 목포의 눈물’은 우리가 익히 알던 트로트 ‘목포의 눈물’이 담은 일제 치하의 가슴 아픈 뒷이야기를 모티브로 목포 정명여학교 학생들의 ‘대한독립만세’ 시위의 역사적 사실을 덧입혀 창조되었다고 알렸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이루어지던 현악 3중주에 곧이어 해금이 더해지고, 뒤이어 대금이 더해지면서, 동서양 악기의 놀라운 조화를 보여주었다. 서양악기와 국악기는 함께 연주될수록 그 깊이가 더해져,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듯했다. 고향을 먼 지척에 둔 이들에게 들려주는 한국의 바다, 그리고 섬에 대한 노래는 그리움과 사랑, 구슬픔과 함께 이제껏 지켜온 강인함을 함께 연주하고 있었다. 2부에서는 최정례 시인의 ‘스스로 오롯이’라는 시를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 독도 판타지는 현악 3중주와 소프라노가 함께 들려주었다.

 

‘망망대해에 스스로 거기에 그곳에서 오롯이 오롯이 너’라는 가사는 오랜 민족의 역사를 담은 독도를 향한 노래로 많은 이들에게 애틋함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그리운 금강산’이 울려 퍼지자, 객석은 감동으로 가득해 지긋이 눈을 감는 이들이 많았다. 마지막 바르톡의 피아노 5중주는 긴 곡을 쉼 없이 강렬하게 연주함으로 많은 이들을 사로잡기도 하였다.

 

음악으로 그려낸 동해와 독도에 대한 사랑은 한국을 넘어 캐나다 토론토에까지 들려졌고, 100년 전 조국을 지키고자 외친 ‘대한민국만세’는 오늘날, 동서양의 악기로 함께 연주됐다. 이함준 라메르에릴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향시이자 관현악곡인 <핀란디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00년 전 러시아의 압제 속에 있었던 핀란드와 독립에 대한 핀란드 민중의 열망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작곡가 시벨리우스(Jean Sibelius)는 10분 남짓한 교향시 ‘핀란디아(Finlandia)’를 만들었고, 이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음악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에게도 전 세계에 알릴 우리의 이야기 즉, 100여 년 전 3월 1일, 독립을 향한 열망을 분출시켰던 국민적 운동이 있었음을, 또한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아름다운 자연, 동해와 독도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서구의 귀에 익숙한 현악 3중주, 4중주 피아노 5중주와 오페라 소프라노 노래에 해금과 대금을 엮고 ‘목포의 눈물’과 ‘독도 판타지’를 잇대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아한 클래식을 선보였다. 여든이 넘은 어르신도, 이민 3세대로 자라난 어린아이도, 케이팝에 열광하는 캐나다 청소년도 한마음으로 귀를 열게 되었던 공연이었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 약력 : 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                현)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