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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먼나라 이웃나라' 한국을 해석하는 유튜버 Liry Onni(리리언니)와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19.09.24

초등학교 때 한창 유행했던 책 중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책이 있다. 바로 이원복 교수가 세계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며 시리즈로 출간된 전설적인 학습용 만화책이다.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널리 사랑받았던 건, 당시의 접하기 힘든 외국문화 또 세계역사를 지루하지 않게, 또 가깝게 접할 수 있었던 탓이다. 송릴리아나 씨의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오랜만에 이 책 '먼나라 이웃나라'를 떠올리게 된 건, 아마 저 제목처럼 그녀가 아르헨티나에서 '먼나라 이웃나라'의 한국편을 써 내려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거다.


'리리언니'의 유튜브 채널 – 출처 : 송릴리아나 유튜브 채널(@Liry Onni)

<'리리언니'의 유튜브 채널 – 출처 : 송릴리아나 유튜브 채널(@Liry Onni)>

 

케이팝을 포함하는 한국의 문화는 물론 한국의 현대사와 사회, 정치, 경제이슈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그녀의 유튜브를 보다 보니, 그녀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녀는 누굴까,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게 되었는지, 또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13만 명의 구독자 수를 보유하게 된 비결은 어떤 건지, 그녀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어떤 것들인지 등, 많은 질문을 가지고 그녀를 만났다.


유튜버 송릴리아나씨. 채널 ‘Liry Onni’를 운영 중이다. - 출처 : 송릴리아나 제공

<유튜버 송릴리아나씨. 채널 ‘Liry Onni’를 운영 중이다. - 출처 : 송릴리아나 제공>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한국 교포, 한인 2세이고 현재 유튜브에서 ‘Liry Onni’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송릴리아나(Song Liliana)입니다. 반갑습니다.

 

어떻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우연한 기회였어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저처럼 중국에서 이민 온 부모님의 딸인 친구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현지에서는 중국, 한국, 일본의 차이점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주제에 대해서 3개 국가의 가족 출신인 저와 일본 친구한테 출연을 제안하더라고요. 그때 친구의 부탁으로 출연을 했는데, 그 영상의 조회수가 굉장히 높았고, 그 덕에 구독자 수도 엄청나게 늘었어요. 그때 바로 '지금이 기회다'고 느꼈고,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어요. 평소에도 두 문화에 대해서 너무 다 잘 알고 있고, 항상 한인사회와 아르헨티나 사회 사이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이 관심있어 할 만한 콘텐츠는 이미 머릿속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시작할 수 있었죠.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사회의 생활을 많이 소개하고 계신데요. 유튜브를 하면서 받은 피드백은 어떤 게 있나요? 기억나는 피드백이 있다면요?

아르헨티나에 현재 한국계 이민자들은 2만 명에서 2만 5천 명으로,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닙니다. 다만 존재감은 항상 그보다 컸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아르헨티나에서 학교를 다니고 생활을 하다 보니까, 그 존재감에 비해서 서로 아는 것이 너무 없고, 문화적으로 너무 달라서 많은 오해들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한국문화에 대해서, 그 차이에 대해 얘기하면서 오해를 풀어주고, 거리를 더 줄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일단 많은 분들이 제가 스페인어를, 특히 현지의 특이한 악센트를 가지고 하니까 엄청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 저희 할아버지가 북한분이신데, 어느 날 우연히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할아버지가 전쟁 때 겪으신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걸로 영상으로 제작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많은 사람들이 '이런 희소하고 의미있는 경험들을 공유해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번역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아르헨티나 사람들 입장에서는 한국의 어른들 세대가 겪은 고난과 비극을 이해하고, 또 그걸 통해서 한국 사람들이 다소 무뚝뚝하고, 또 우리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살 게 됐는지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함께 일하고 있는 팀이 있나요? 주변 한인들은 유튜브 채널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이시나요?

사실 처음에는 저의 남편 알렉스가 유튜브 채널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기회다라고 생각했을 때, 저희 부부가 함께 구상을 시작하게 됐죠. 처음에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또 작업량도 많지 않았는데, 다행히 개인적으로는 조금 시간 여유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남편 말고도 요리 관련해서는 저희 시어머니도 도와주시고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는 편입니다. 친구들은 처음에는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그래요.

 

아르헨티나 현지 내에 한류의 영향을 느끼나요?

사실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잘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최근 몇 년 사이에 라디오에서 종종 한국 가수의 음악이 들리긴 했는데, 본격적으로는 유튜브를 하면서 온라인을 통해서 먼저 케이팝 팬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근데 뭣보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던 것 같아요. 마치, 케이팝 전체의 팬덤과 독립적으로 방탄소년단의 팬덤이 존재한달까요. 아직까지는 주류문화가 아니니까, 길거리에서 보기는 어려운데, 인터넷을 통해서 팬들이 특정 장소에서 만나서 자신들의 취향과 취미를 공유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를 들면, 주말 토요일에 바라카스(Barracas) 쪽이라든가, 지방에서는 또 지방 나름대로 특정 장소에서 팬들끼리 주기적인 모임을 갖더라구요. 춤 연습도 같이 하고, 공연도 같이 가고. 나중에 부모님까지 같이 팬이 되시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일단 기본적으로 케이팝의 음악이나 메시지가 긍적적이고 에너제틱하기도 하고, 모임이 건전하니까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굉장히 반기시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유튜브 클립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특별한 주제를 꼽는다면 어떤 건가요?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북한에 관련해서 촬영했던 영상과, ‘왜 아르헨티나와 한국은 반대인가’라는 주제로 촬영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반대라는 게, 성/이름, 이름/성의 순서부터, 거스름돈을 건네주는 방식, 고부 관계 갈등의 차이까지, 문화적으로 그리고 일상생활의 습관이나 관습적으로 서로 다른 점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제가 최근에 한국에 갔을 때, 제 눈길을 끌었던 이슈들도 있고요. 살면서 제가 두 문화 사이에서 살면서 발견했던 차이점들인데, 아르헨티나,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입장에서도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또 콘텐츠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시는 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콘텐츠, 촬영, 편집, 홍보까지 다 저와 저희 남편이 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음에도 일주일에 2회 이상, 꾸준히 영상을 게재하기 쉽지 않습니다. 콘텐츠로 만들어보고자 기획하는 것 중에는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가 있어요. 아르헨티나도 현재 경제 위기에 처한 상황이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금 모으기 운동 말고도 다룩자 하는 주제는 많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관심사, 관점을 파악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것 같아요. 제 콘텐츠의 주요 구독자층은 17~24세로, 연령대가 낮은 친구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 성격에도 주의를 기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혹은 목표가 있다면?

스페인어가 통하는 중남미에서도 구독자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직접 현장에 방문하면서 촬영하는 게 효과가 많기 때문에, 여행을 한다던지, 현장을 방문하면서 촬영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는 추후에 한 1년 정도 아예 살면서,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들을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라틴아메리카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인터뷰는 1시간 15분 정도로 스페인어와 한국어로 진행됐다. 목감기로 고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준 그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한국이 아르헨티나의 '먼나라 이웃나라' 날까지, 앞으로 두 나라 사이의 탄탄한 가교역할을 계속해 나갈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 참고자료 : Liry Onni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8t7S1o1dzvr9j1_idpVTSQ/about



이정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성명 : 이정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약력 : 현)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사회과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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