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지구반대편 재아 한인 예술가 김윤신과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9.12.20

제가 83년 겨울 방학 시작과 함께 아르헨티나에 왔는데, 와서 보니 너무 재료가 풍부하고 좋아서 눌러앉게 됐죠.


36년째 아르헨티나에서 조각가로 활동 중인 김윤신 조각가

<36년째 아르헨티나에서 조각가로 활동 중인 김윤신 조각가>

 

김윤신 조각가의 말이다. 당시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던 나무가 너무 좋아서 아르헨티나에 도착하자마자 작업을 시작했고, 당시 대사관 직원의 도움으로 이듬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립미술관에 전시회를 열게 됐다. 작품 준비를 하다 보니 학교에는 자연히 돌아갈 수 없게 됐다. 1년이 2년이 되고, 2년이 5년이, 그리고 어느새 36년이 흘렀다.

 

그동안 아르헨티나는 물론, 멕시코와 브라질 등지를 오가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했고, 한국에서도 몇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지난해 2018년에는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에서는 그의 예술인생과 작품을 높게 평가해 그의 이름을 딴 상설 전시장 '김윤신 전시관'을 문화원 2층에 마련했다. 한인사회를 넘어 현지사회에서까지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작업공간이자 전시공간인 김윤신의 미술관(Museo Kim Yun Shin)에 방문해 조각가 본인, 그리고 그의 제자인 김란 원장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미술관의 밤> 행사에 참여하셨습니다. 이번이 벌써 10번째 참여고요. 현지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플로레스(Floresa) 지역에 위치한 김윤신 미술관은 올해로 개관 11년 차입니다. 매년 열리는 <미술관의 밤(La noche de los Museos)>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왔습니다. 보통 행사 전에 우리 미술관 측에서 홍보를 많이 했었는데, 올해는 상대적으로 홍보를 많이 안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500여 명이 미술관을 다녀갔습니다. 특히 올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플로레스 블랑카 간이니 미술관(Museo historico de flores Blanca Gandini)의 릴리아나 쿰페(Liliana Cumpe) 소장이 전시장 내부 공간에 옴부 씨앗을 활용해 설치 미술을 해서 가족 단위의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미술관의 밤'에 옴부 씨앗 설치 미술 작품으로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 출처 : 김란 원장 제공

<지난달 '미술관의 밤'에 옴부 씨앗 설치 미술 작품으로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 출처 : 김란 원장 제공>

 

한국인 작가인 만큼, 현지인들은 작가님의 작품에서 어떻게든 동양적 또는 한국적인 요소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란: 아무래도 재아 한인 작가라는 점 때문에 처음 선생님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은 막연하게 '동양적 미'에 대한 기대감이 가지기 마련인 듯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작품 스타일이 동양적 혹은 서양적이라는 이분법적 개념으로 분류되거나 특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윤신 미술관에서, 우리가 진행하는 행사는 자연스럽게 항상 한국적인 이벤트나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윤신: 그건 사실 당연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사물놀이나 민화 같은 주제를 다루기도 하는데 이는 미술관에 아르헨티나 정치, 문화계 다양한 인사는 물론 미술 교사와 학생들이 찾는다는 점 때문에 교육적 메시지를 가집니다. 현지인들에게 아주 반응이 좋습니다.

 

한류가 선생님의 인지도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지요?

김윤신: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물론 미술관을 많이 찾습니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의 '한류 친구'에서 미술관에서 작업을 직접 배우고, 전시를 하고 싶다고 요청을 해서 참가자들과 함께 미술 작업을 가르치며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김란: 다음 달에는 한국의 민화라는 주제로 문화원에서 전시가 있을 예정인데, 이와 관련해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작품과는 별개로 한국미술이 현지에서 알려지는 일은 교민으로서도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지난해 김윤신 미술관은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금까지 느꼈던 긍정적인 점과 어려운 점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란: 미술관 개관 전에는 선생님과 함께 작업실, 미술학원 등을 운영하는 한편, 한인 사회의 미술가협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꾸준히 예술활동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예술계가 생각보다 보수적이라는 것을 많이 느끼고, 벽을 느꼈습니다. 결과적으로 선생님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직접 소개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우리 스스로 미술관을 개관하게 됐습니다. 타지에서 혼자서 미술관을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10년쯤 지나니 이제 현지 언론사, 시정부, 대학교 학생 등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미술관을 방문하여 선생님의 조각과 유화를 감상하고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김윤신 작가가 회화작업을 하는 작업실은 전시실 뒤편에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김윤신 작가가 회화작업을 하는 작업실은 전시실 뒤편에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라틴아메리카 지역으로 오고 나서 작업 스타일의 변화가 느껴졌는데, 작업 내용은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또 작업 방식도 궁금합니다.

김윤신: 예전에 파리에서 공부를 할 때도 그랬고, 제가 몰입을 잘 하는 편이라서 환경과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파리에서 판화를 하다가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그래서 첫 전시가 판화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에는 조각 작품을 했었는데 공간도 재료도 마땅치가 않았습니다. 조각, 판화, 꼴라주 작업을 하고 있던 중에 아르헨티나에 와서 한 10년 간은 나무 작업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이후, 김란 선생이 1997년부터는 화실을 운영하면서는 또 같이 화실에 나와서 작업을 하다 보니 그 시기에는 회화작업에 몰두하게 된 경향이 있습니다. 제 잠재적인 어떤 능력이 발산되면서 정신적이고 영적인 것이 합해지면서 작업으로 승화되는 것 같습니다. 근래에 깨달은 것 중에 하나가 '파장과 진동'이라는 개념의 깊이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나의 작업에 대한 생각이 일어나면, 그 생각이 진동해 파장이 되고, 에너지로서 변화하여 내 움직임, 그리고 작업까지 미치게 되는 것인데요. 예전에도 사용해왔던 개념이지만, 최근에 와서 더 본질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작업할 때 마음과 머릿속을 비우고 생각을 없애면서 작업하는 것 자체에 몰두합니다.

 

작가가 나무 조각 작업 시 사용하는 도구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작가가 나무 조각 작업 시 사용하는 도구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김윤신 미술관 내부. 작가가 미술관을 직접 안내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김윤신 미술관 내부. 작가가 미술관을 직접 안내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국문화원의 김윤신 전이 생긴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김란: 2015년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 당시 서울 시립미술관장님께서 우리 개인전에 찾아오셨습니다. 작품에 대해서 호평하면서 기증을 제안하셨고, 김윤신 선생님과 의논한 후에 10점의 작품을 기증했습니다. 매우 영광스러운 기회라고 느꼈습니다. 그걸 계기로 아르헨티나에 한국문화원에 선생님의 작품을 기증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해서 한국정부에 기증 의사를 밝혔고 2018년 문화원이 이전하는 과정에서 김윤신 관이 만들어졌습니다. 문화원에 김윤신관이 생기고는 《라 나시온》과 같은 유력 언론사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오는 등 아르헨티나에서 작업하는 한인 미술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윤신: 고향 땅 한국에는 물론 아르헨티나에도 작품을 이렇게 남기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사람들이 언제든 내 작품을 보러 올 공간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참고자료 : https://monthlyart.com/02-artist/special-artist-김윤신/


이정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성명 : 이정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약력 : 현)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사회과학부 박사과정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