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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순풍어'를 연출한 데이비드 띠안 감독과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9.12.23

지난해 5월 10일 개봉한 말레이시아 로맨틱 코미디 영화 <순풍어(Shun Pong O)>는 2018 <월드 필름 어워즈>에서 플라티늄 월드 어워즈를 수상하고, 올해 <말레이시아영화제>에서 가장 좋은 작품 11선에 포함됐으며 동시에 대표 영화로도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영화 <순풍어>가 특별한 이유는 수상 경력 때문만이 아니다. 이 작품은 말레이시아, 한국, 대만 3개국이 공동 제작한 영화이자, 말레이시아와 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더욱 눈길을 끈다. <순풍어>를 연출한 말레이시아 감독 데이비드 띠안(David Thian)을 만나 영화제작과정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데이비드 띠안 감독

<데이비드 띠안 감독>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화 <순풍어>를 연출한 데이비드 띠안(David Thian) 감독입니다.

 

감독님에 대해 찾다보니 영화감독이 되기 전에 사진작가로 활동하셨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진작가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 저희 부모님은 영화관 앞에서 코삐 띠암(Kopi Tiam·말레이시아식 카페)를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삼촌이 영화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삼촌을 따라 영화관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영화관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영화도 매일 보면서 영화관을 놀이터처럼 드나들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자연스레 영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제가 성장했던 1980년대, 1990년대에는 영화전문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전공인 그래픽 디자이너를 공부하게 됐고 이는 다시 사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진 기법을 배우고 DSLR 등 전문 카메라를 접하면서 어렸을 적 꿈인 영화감독이 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업을 위해 주로 웨딩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918 The Returning>이라는 영화 제작을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경력도, 경험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를 받지 못하면서 약 5년 동안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웨딩 사진을 촬영했던 고객이 아내의 임신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다시 방문했고, 제가 계획했던 영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아직까지 투자를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고객이 제게 투자하면서 첫 영화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계속해서 영화업에 종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시작이 쉽지 않았던 첫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첫 작품인 <918 The Returning>는 제 고향인 파릿 분타(Parit Buntar)에서 실제 일어난 사고를 바탕으로 그린 영화입니다. 1972년 페리가 전복되면서 40명의 승객 가운데 27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7명이 어린 학생들이었습니다. 참사가 일어난 후 무서운 이야기가 마을에 가득했기에 이러한 괴담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공포영화라기보다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담긴 영화로 공포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를 받아들이고 맞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실수가 발견되기도 하고 스스로 이론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혹평보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는 점에 안도하면서 다음 영화인 <순풍어>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영화 제작 과정

<영화 제작 과정>

 

<순풍어>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순풍어>는 제가 가르치고 있는 제자가 처음 제안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현재 페낭의 USM대학에 재학 중인 그 학생은 좋아하는 친구가 한국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친구와 가까워지기 위해 한국드라마를 보며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해당 학생이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어촌에 사는 말레이시아 여자가 한국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어떨지 제안했습니다. 전작인 <918 The Returning>이 어두운 배경이었기 때문에 밝은 이야기, 그리고 판타지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 제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순풍어>를 연출했습니다.

 

<순풍어> 제작을 위해 한국의 김호원 배우와 진주형 배우를 섭외하고, 말레이시아와 한국을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한국적 특색을 담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 이유는 한국문화가 말레이시아에서 인기가 높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한류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관심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한국이 인기를 끌고 있기에 한국적 특색이 반영된 영화를 기획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한국의 영화산업에 대해서 배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케이팝과 영화는 급속도로 고도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류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산업 관계자와의 협업을 통해 어떻게 한국의 문화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는지 배우고자 한국에서의 촬영 계획을 잡았습니다.


한국을 배경으로 촬영한 장면

<한국을 배경으로 촬영한 장면>

 

한국에서 촬영했던 당시 경험은 어떠했나요?

한국에서 영화를 제작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소통에 있어 제약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말레이시아 중국계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영어는 제1언어가 아니어서 한국인 영화 관계자와 소통하는 부분에 있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통역원이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직접적으로 대화를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느슨하게 일을 하는 것에 반해 한국은 일을 대하는 방식이 세세하고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실수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배워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부서에 대한 책임이 확실하며, 본인의 장비는 스스로가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촬영했던 경험은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예의를 차리고, 손님을 정중하게 대하는 자세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예의범절을 중요시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예의를 갖추는 모습은 좋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감독님의 다음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앞으로는 한국·미얀마와 합작해 영화를 기획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나아가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와도 협업해나갈 예정입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말레이시아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수요가 적다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영화산업은 인종별로 관객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인구수가 적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관객을 모으기에는 홍콩, 중국 등 중화권의 블록버스터 영화와 경쟁해야 한다는 위험요소도 있습니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한다면 더 많은 관객을 대상으로 영화를 선보일 수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다음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도 수정 중에 있습니다. 우주비행사가 꿈인 말레이시아 소년이 중국계, 인도계 등 다양한 인종의 말레이시아 어른들에게 도움을 받고, 그 어른들이 꿈꿨던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는 이야기의 시나리오입니다.

 

데이비드 띠안 감독은 페낭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자신의 고향 그리고 스튜디오와 가까운 어촌마을을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등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그는 젊은이들이 작은 마을을 떠나 쿠알라룸푸르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모습이 안타까워 자신은 고향에서 계속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릍 통해 영화에 대한 애정과 제작을 꿈꾸는 이들이 쿠알라룸푸르로 가지 않고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꿈이 있다고 밝혔다. 감독은 이후로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한국 영화산업과의 교류 역시 바라고 있다. 내년은 한국과 말레이시아 수교 60주년이자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영향으로 양국 사이의 교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말레이시아 감독과의 협업 등 문화예술 교류의 폭을 넓혀간다면 양국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 사진 출처: 데이비드 띠안(David Thian) 감독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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