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어려움 속에서 하나가 된 2020년의 호주의 날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1.31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민족들이 오세아니아 대륙으로 건너와 정착하기 전, 호주에는 원주민(Australian Aborigines)들이 삶의 터전을 이루고 있었다. 한편, 지난 수개월 동안 호주 전역에 산불이 꺼지지 않으며 모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는데, 호주사회구성원들은 수많은 산불피해자를 위한 기금마련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산불에 대해서 오랜 시간 호주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의 지혜를 빌었으면 쉽게 산불을 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도 한편에서 있었다. 산불로 인해 집을 잃는 등 많은 경제적 또는 인명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기금모금 외에도 호주인들은 NSW 지역 소방관들의 희생적인 봉사에 많은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이들의 봉사가 없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계속되던 산불로 고통받던 호주 전역에 비가 내리고 산불이 소강상태에 들어가는 시점에 호주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호주의 날(Australia Day)을 1월 26일 맞이했다.

 

호주의 날에 대한 독자 설문조사 결과 – 출처 : 9 News〈호주의 날에 대한 독자 설문조사 결과 – 출처 : 9 News〉

 

호주의 날은 1월 26일로 다민족국가 호주를 기리는 중요한 국경일이다. 작년에는 ‘호주의 날이 과연 1월 26일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제기도 했고,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 등을 고려하여 날짜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을 인식해서였는지 지난 26일 호주 방송사 《채널 9》은 웹사이트에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149명이 참가한 설문조사에서 49 퍼센트의 독자들이 호주의 날을 1월 26일에 기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호주의 날(1월 26일)을 지키는 것이 불경스러운(disrespectful)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69퍼센트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호주의 날에 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이 섞여 사는 국가, 호주가 호주의 날을 통해 하나의 사회를 이루어 나가려고 지향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주 시민들은 자신들이 이 땅에 정착하기 전, 이 땅에 살았던 원주민들의 권리와 존엄에 대해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2020년 호주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1월 26일에 열렸다. 일단 호주의 날 기념행사에 앞서 호주인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상 ‘올해의 호주인(Australian of the Year)’ 시상이 있다. 이 시상식에서 주어지는 상에는, 올해의 호주인, 올해의 호주 청년(Young Australian of the Year), 올해의 호주 노인(Senior Australian of the Year), 지역 영웅(Local Hero)등 4개의 부문이 있다. 시각 장애 예방에 기여한 애들레이드 출신 안과의사 제임스 믜케(James Muecke) 박사가 올해의 호주인상 부문, 여자테니스 세계 1위에 오른 원주민 출신 애쉬 바티(Ash Barty) 선수가 올해의 호주 청년상 부문, 그리고 5세 미만 어린이들의 사망과 장애의 주요 원인인 조기 출산 예방에 앞장서 온 산부인과 전문의 존 뉴냄(Professor John Newnham) 교수가 올해의 시니어상을, 장애 청소년 교육 백 트랙 유스 웍스 프로그램의 창시자 버니 쉐이크샤프트(Bernie Shakeshaft)가 올해의 지역 영웅상에 각각 선정되었다.

 

호주의 날, 시드니 시티의 전경 – 출처 : 통신원 촬영호주의 날, 시드니 시티의 전경 – 출처 : 통신원 촬영

〈호주의 날, 시드니 시티의 전경 – 출처 : 통신원 촬영〉

 

1월 26일, 전국적으로 호주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전, 시드니 시티의 바랑가루 리저브(BarangarooReserve)에서 원주민 전통의식인 우굴로라 모닝 세레머니(WUGULORA MORNING CEREMONY) 행사가 열리면서 호주의 날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날의 호주가 있기 전부터 오랜 세월 이 땅에 살아온 원주민들의 의식행사문화를 통해 호주사람들이 원주민들의 전통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는 행사였다. 원주민전통행사에 이어, 호주 시민이 되는 이들을 축하하는 호주 시민권 수여식(Citizenship Ceremony)이 진행되었다. 시드니시(City of Sydney)는 시민권 수여식을 진행했다. 시드니시 클로버 무어 시장은 26일 열린 시민권 수여식에서 “당신이 호주 시민이 되고자 결정할 때 당신은 모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자신의 나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호주에 얼마나 살았는지에 상관없이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 언급했다. 시드니 하버(Sydney Harbour)에서는 페리슬론 경주(Ferrythlon), 호주해군과 공군의 합동 퍼포먼스(Salute to Australia), 요트, 제트스키, 페리가 만드는 터그 앤 요트 발레 퍼포먼스(Tug and Yacht Ballet) 등이 진행되었다.

 

호주대표 록밴드 에스키모 조(Eskimo Joe)의 공연 퍼포먼스 – 출처 : 통신원 촬영〈호주대표 록밴드 에스키모 조(Eskimo Joe)의 공연 퍼포먼스 – 출처 : 통신원 촬영〉

 

테너 다니얼 벨의 'Nessun Dorma'무대 퍼포먼스 – 출처 : 통신원 촬영〈테너 다니얼 벨의 'Nessun Dorma'무대 퍼포먼스 – 출처 : 통신원 촬영〉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는 'Australia Day Live' 출연진 전원 – 출처 : 통신원 촬영〈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는 'Australia Day Live' 출연진 전원 – 출처 : 통신원 촬영〉

 

호주의 날의 하이라이트는 저녁에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호주의 날 라이브(Australia Day Live) 공연이다. 이 공연은 지난 15일 온라인으로 배포된 티켓 수령자에 입장할 수 있는 무료행사로 호주의 날 저녁을 즐거운 마음으로 장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번 호주의 날 라이브 공연에는 이번 산불로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생한 Rural Fire Service NSW 소속 2,000명의 소방관과 그의 가족들도 초청해 그들의 노고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공연의 출연진에는 호주의 대표가수 베네사 아모로시(Vanessa Amorosi), 존 윌리엄슨(John Williamson), 밴드 더 오리지널 시커스(The Original Seekers)를 비롯하여 유로비전대회에 호주대표로 참가했던 아이자야 파이어브레이스(Isaiah Firebrace), 록밴드 에스키모 조(Eskimo Joe), 오디션프로그램 ‘더 보이스 2019’ 우승자 다이아나 루바스(Diana Rouvas), 보컬실력으로 인정 받고 있는 가수 크리스틴 아누(Christine Anu), 세계적인 테너 다니얼 벨(Daniel Bell), 원주민 보컬리스트 그룹 KARI와 원주민 전통악기 디제리두 연주가 윌리엄 바톤(William Barton)이 시드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공연을 펼쳤다. 특히, 모든 아티스트가 함께 열창한 호주국가, 〈I am Australian〉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공연 막바지 폭죽이 터지며, 관객들은 오랜만에 즐거운 마음으로 호주의 날을 축하하고 만끽했다.

 

호주의 날은 호주사람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국가 호주에 대한 자긍심을 되새기는 첫 국경일이다. 대개 사람들은 호주의 날을 즐겁게 맞이하지만, 반면 원주민들에게는 침략의 아픔을 겪은 뼈아픈 날이기도 하다. 원주민들의 문화가 존중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호주의 역사에서 강조되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새로운 호주 시민, 원주민, 그리고 기존의 호주 시민 모두가 동등하게 기념할 수 있는 국경일이 되기를 바란다.

 

※ 참고자료

《9 News》 (20. 1. 16.) 〈Australia Day celebrations divide public〉, https://www.9news.com.au/national/australia-day-reader-survey/ee8d4d4c-3b92-4ed7-8835-ca926218fa67

https://www.australiaday.com.au/about/citizenship/

https://www.australiaday.com.au/events/australia-day-live-2020/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 약력 : 현재)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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