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가짜 뉴스들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반려동물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폐렴 백신을 사용하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다?’, ‘구강청결제로 가글(헹굼)을 하면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다?’, ‘마늘을 먹으면 신종 코로나 감염을 막을 수 있다?’, ‘항생제가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 등이다. 이 물음들에 대해 WHO는 모두 ‘아니다.’라는 답변을 냈다. WHO의 답변은 맞는 말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에서 언급된 뉴스들은 모두 가짜일 수밖에 없다. 의학계에서 치료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가짜 뉴스들을 유심하게 살펴봤다. 그 이유는 뉴스가 아닌 이미 한 국가나 사회에서 대중들이 문화로 인식해 온 정보들까지도 모두 가짜 뉴스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터키 ‘콜로냐’와 코로나 바이러스 – 출처 : KAPSAM HABER YORUM>
한 예는 터키인들의 문화에서는 뺄 수 없는 콜로냐다. 콜로냐는 레몬향이 나는 코롱으로 3가지 간단한 성분(에틸 알코올, 물, 향료)로 만들어진다. 주 마다 장미꽃(으스파르타), 감귤꽃(안탈랴), 올리브꽃(아이발륵), 사과(아마시아) 등 다양한 재료로 향을 입힌다. 귀한 손님들이 왔을 때 향이 가득한 콜로냐를 손에 뿌려 주면서 환대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알코올 성분이 강하기 때문에 느낌이 시원하고, 손님의 입장에선 깨끗하게 대접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터키인들은 콜로냐를 일상에서 사용한다. 남성들의 경우 세면을 하고 나서 스킨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땀 냄새를 제거할 때도 사용한다. 화장실을 다녀 온 다음에도 사용하고, 병원에서도, 카페에서도 한다. 콜로냐는 터키인들에게 일상이고, 문화 그 자체이다.
콜로냐가 터키인들에게 문화로 자리 잡은 데는 역사적 근거 역시 존재한다. 지금은 콜로냐가 터키인들에게 빼 놓을 수 없는 일상의 문화가 됐지만, 콜로냐의 역사는 독일에서 처음 시작됐다. 1690년 독일 쾰른에서 Jean Paul Feminis라는 길거리 가판대 상인에 의해 제조됐다. 그 이전에 콜로냐를 누가 처음 발견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콜로냐가 처음 사용된 목적은 의료용이었다. 상처 난 부위에 살균을 하거나 입을 헹궈 균을 죽이는 목적으로 사용됐다. 근육통을 없애기 위한 치료목적으로도 쓰였다. 그 후로 터키에는 18세기 오스만 제국 때 수입하기 시작해서 1882년에 자체 생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고 1912년 터키 이즈미르 주(州)에 공장을 설립하여 본격적인 대량 생산라인으로 가동하게 됐다.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터키인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활의 일부분이 된 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소독제로 콜로냐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이즈미르 시민들 – 출처 : msn>
이처럼 터키인들에게 일상의 문화가 된 콜로냐의 효능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가짜 뉴스가 됐다. 터키인들이 콜로냐를 코로나 바이러스 소독제로 사용한 데 기인한 것이다. 콜로냐를 구매하려는 모습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이전에는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한 때는 콜로냐 판매 대란이 날 정도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연출됐다. 터키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소독제로 콜로냐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터키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콜로냐 – 출처 : hepsiburada(좌) n11(우)>
통신원은 터키 대표 인터넷 쇼핑몰 두 곳에서 콜로냐를 검색해 봤다. 한 곳에서는 2,700건 이상이 검색됐고, 또 다른 사이트에서는 5,000건 이상이 검색됐다. 손 소독제부터 화장실 청소용, 남성 피부관리용, 심지어는 유아용까지 용도도 다양했다. 지금은 터키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세가 하루가 멀다 않고 증가하고 있지만, 확진자가 보고되기 전 국내 한 언론사도 터키인들의 콜로냐 사용에 대해서 보도하기도 했다. ‘이란과 국경 접한 터키, 확진자 0명… 비법은 레몬코롱?’이란 제목으로 터키인들의 청결 유지법과 일상 속 자리 잡은 콜로냐에 대해서 소개했다.
과학적 혹은 의학적 사실이 아니라면 한 사회에 퍼진 문화도 가짜 뉴스가 될 수 있을까? 문화는 사실 여부를 논하기 이전에 동일한 영역 안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 온 사람들의 삶의 지혜와 경험이 축적된 산물이다. 콜로냐의 효능에 대한 맹신은 가짜 뉴스로 해석될 여지가 있겠지만, 콜로냐에 함유된 알코올 성분은 살균, 소염 효과를 주어 개인의 위생 관리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사회적 불안감은 가짜 뉴스를 양산해내고 있지만, 오랜 세월 축적되어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된 문화를 단순히 ‘가짜’로 치부해야 하는 지는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참고자료
《KAPSAM》 (2020. 3. 13.) <Turk Kulturunde Kolonya ve koronavirus!>, https://www.kapsamhaber.com/guncel/turk-kulturunde-kolonya-ve-koronavirus-h57673.html
《Marmara HABER》 (2020. 4. 9) <Son gunlerde bas taci olan kolonya ne zaman ortaya cikti?>, http://www.marmarahaber.com.tr/haber/66487/son-gunlerde-bas-taci-olan-kolonya-ne-zaman-ortaya-cikti.html
《msn video》 (2020. 3. 13.) <Izmirliler, kolonya sirasina girdi>, https://www.msn.com/tr-tr/video/unluler/izmirliler-kolonya-s%C4%B1ras%C4%B1na-girdi/vp-BB1189rf
《동아 사이언스》 (2020. 2. 4.) <〔팩트체크〕”마늘 먹으면 예방 효과?” WHO가 정리한 신종 코로나 가짜뉴스>,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4062
《머니투데이》 (2020. 3. 7.) <이란과 국경 접한 터키, 확진자 0명… 비법은 레몬코롱?>,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30613292119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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