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독일 철학자 한병철, "혁명은 바이러스가 아닌 인간이 하는 것"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4.22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독일 언론보도는 이제 그 수를 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단순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슈에 대한 것이 아니다지금 유럽 전반이 처한 처절한 현실에 대한 교훈으로써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이브 인검사소디지털 정보를 통한 이동 경로 추적대규모 검사 등 초기에는 한국 방역 방식에 대한 분석이 많이 이루어졌다시간이 좀 지난 지금은 극명하게 갈린 상황의 이면을 바라보는 내용도 많아지고 있다특히 초기 중국의 국가 통제적인 방역과 함께 아시아와 유럽의 비교 구도로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한국에서는 유럽 '선진국'에 대한 개념이 부서지는 중이고 유럽 또한 같은 이유로 소위 '멘붕상태를 겪고 있는 듯하다최근 들어 아시아 방식의 훌륭한 결과를 평가절하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한국의 유교적인 사고방식과 문화 때문에 유럽보다 한국의 시민들이 국가의 통제를 잘 따르고 있다는 식이다개인정보보호의 측면에서도 비판 지점이 많다주류와 비주류가 바뀌는 사회적 변동 속에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담론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병철 교수의 기고문 – 출처 : welt.de<한병철 교수의 기고문 – 출처 : welt.de>

 

현재 독일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 철학자인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의 기고문도 눈길을 끄는 글 중 하나다한 교수는 지난 323벨트(Welt)》 온라인을 통해 '우리는 이성을 바이러스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글을 발표했다그는 디지털 정보의 처리 문제마스크 착용 문제까지 동서양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코로나19 방역의 차이점을 분석했다또한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적에 대처하는 현대인들이 겪는 패닉의 근원을 짚었다.

 

한 교수는 먼저 유럽의 실패를 이야기 했다그는 코로나는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아시아는 유럽보다 이 전염병을 확실히 더 잘 통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럽은 실패했다의미 없는 행동주의가 보인다고 말했다이어 국경 통제로 과거의 국가통치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누구도 유럽으로 오고 싶어하지 않는 지금입국금지라는 의미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한국을 포함한 중국홍콩대만싱가포르 등이 방역에 더 잘 대응한 이유는 문화적인 부분이 크다개인주의가 강한 유럽인들보다는 국가를 더 믿고 따르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여기에 빅데이터까지 더해졌다.

 

아시아에서 전염병은 바이러스 학자나 전염병 학자뿐만 아니라 IT 전문가빅데이터 전문가들과 함께 싸운다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유럽에서는 아직 상상할 수 없다빅테이터가 사람을 구하고디지털 감시의 옹호자가 필요해진다

 

한 교수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디지털 감시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이는 주로 중국에서 벌어지는 전방위적인 감시 시스템을 주로 분석한 것이지만 디지털 시스템에 익숙한 한국과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한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은 지금 디지털화에 도취되어 있다면서도 바이러스 대처를 위해서는 말도 안 되는 국경 통제 방식보다 빅데이터가 더욱 효과적이며지금 유럽인들도 빅데이터 활용에 착수했다고 말했다마스크 착용 문제도 동서양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차이점이다한 교수는 한국에서는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욕을 먹는다면서 근데 독일에서는 마스크가 별로 효과가 없다는 소리를 한다물론 설득력이 약하다그렇다면 왜 의사들은 마스크를 하고 있는가라고 지적한다또한 마스크 효용을 낮게 이야기하는 독일에 대해 '완전한 거짓말'이라면서 마스크 착용 필요성을 옹호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독일의 '개인주의'에서 차이점을 찾는다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는 다른 개념이다한 인간으로서개인으로서 나의 존재와 개성을 중시하는 것이다내 얼굴을 가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독일에서 마스크는 범죄자나 쓰던 것이다이러한 배경 때문에 독일에서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물론 마스크 수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도 크게 작용했다독일은 이제서야 마스크나 의료기기 공장을 독일에 짓겠다고 난리법석인 상태다.

 

한 교수는 지금 코로나19를 둘러싼 사회의 패닉이 과하다고 본다그는 독일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이끌었던 저서 피로사회에서 20세기는 적을 부정하는 면역학적 패러다임이 지배했지만, 21세기에는 긍정과 성과의 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한 교수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 없었다면서 세계적인 자본주의로 면역력이 극도로 약화된 사회 한 중간에서 갑자기 바이러스가 터졌다고 분석했다.

 

적은 갑자기 나타났으며우리는 이제 스스로와의 전쟁도 아닌보이지 않는 외부의 적과 싸우고 있다바이러스에 대한 과도한 패닉은 새로운 적에 대한 사회적세계적인 면역 반응이다.

 

한 교수는 생존의 사회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희생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바이러스가 이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결국 사회를 바꾸는 것은 인간이지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바이러스가 자본주의를 이기지는 못한다바이러스의 혁명은 이뤄지지 않는다어떤 바이러스도 혁명할 수는 없다. (중략우리는 혁명을 바이러스에게 넘겨줄 수 없다바이러스 이후 인간의 혁명이 오기를 소망한다망가진 자본주의와 인간의 끝없고 파괴적인 이동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우리의 기후와 아름다운 지구를 살리기 위해 그것을 급격히 제한하는 것은 바로 이성을 가진 우리들이다.

 

※ 참고자료

Welt》 (20. 3. 23.) <„Wir dürfen die Vernunft nicht dem Virus überlassen“>, https://www.welt.de/kultur/plus206681771/Byung-Chul-Han-zu-Corona-Vernunft-nicht-dem-Virus-ueberlassen.html?cid=onsite.onsitesearch&ticket=ST-A-285859-26E5YHBs0sZTTugqoBXP-sso-signin-server#_=_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 2010-2012 세계일보 기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