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자택격리기간 35일째, 집에서 즐기는 한류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4.28

아르헨티나 정부는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급증한 시점이던 3월 20일부터 전국 자택격리령을 발표했다. 당시 국내 확진자 수는 100명 내외였지만, 급증할 확진자 수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고려한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슈퍼, 식품점, 배달음식, 약국, 은행을 제외한 경제활동이 금지되었고, 인근 국가와의 국경이 폐쇄됐다. 이후 정부는 자택격리 조치를 사순절과 부활절까지인 12일까지로 연장하는 한편, 4월 12일부터는 일부 업종부터 점차적 경제활동 복귀를 허용하는 ‘부분적 격리령’으로 제재를 완화했다. 4월 초까지 텅텅 비어있던 거리에는 다시 어느 정도 활기를 찾았다. 카페와 술집, 식당, 공연장, 스포츠 경기장들은 여전히 정상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지만, 자가용과 버스는 물론 도보와 공원 등을 거니는 사람들도 꽤 늘어났다.

 

하지만 문화부에는 이번 겨울이 끝나는 9월 말까지의 박물관, 미술관 등의 공공 문화장소는 물론 사설 공연장까지 문화행사 개최 및 문화예술활동 정상화는 불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찍이 이런 상황을 예견한 각종 미술관은 물론 문화센터, 공연장 등 아르헨티나 문화계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이벤트는 물론 라이브 방송 플랫폼을 개발해 관객들과 만나는 일을 계속하고 하는 등 코로나19발 위기대응 장기전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류는 어떨까? 한국 문화를 즐겨왔던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어떻게 이 격리 기간을 보내고 있을까.

 

영화나 드라마처럼 시청이 감상 방식인 장르는 사실 이번 격리 기간이 기회로 작용했다. 450만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스트리밍(OTT)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2013년 개봉한 한국영화 <감기>가 아르헨티나 주요언론 《클라린(Clarín)》, 《크로니스타(Cronísta)》는 물론 남미국가 주요언론에서 주목한 영화로 많은 관심을 끌었고, 넷플릭스 내에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해 2019년 '한국이 만든 콘텐츠(Made in Korea)'라는 섹션이 따로 마련되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넷플릭스가 중요한 소비 채널로 떠오른 셈이다.

 

지난 4월 8일 ‘영화 ‘감기’, 자가격리 기간 아르헨티나서 가장 많이 본 영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 출처 : 크로니스타<지난 4월 8일 ‘영화 ‘감기’, 자가격리 기간 아르헨티나서 가장 많이 본 영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 출처 : 크로니스타>

 

먼저 한국문화원은 격리령으로 전시관 등의 문화원 오픈이 어려운 상황에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 등의 플랫폼을 통해 강연, 공연, 요리 강습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주 월요일 4월 22일부터는 미리 수강생을 받아 4주에 걸쳐 향가의 요리사 호에스테반이 이끄는 한식 강의가 시작되었고, 어제 4월 23일에는 유튜브 한국문화원 채널을 통해 한국 영화 전문가 소피아 페레로 카레가(Sofía Ferrero Cárrega)는 그녀가 한국에서 유학하는 동안에 실제로 봉준호 감독을 인터뷰한 경험과 함께 기생충의 숨은 이야기, 그의 시네마 필모그래피에 대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소피아 페레로 카레가가 전하는 '기생충의 숨은 이야기' 강연은 문화원이 매달 진행하는 'Corea Más Cerca(한국에 한 걸음 더)'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 출처 : 한국문화원 인스타그램 계정

<소피아 페레로 카레가가 전하는 '기생충의 숨은 이야기' 강연은 문화원이 매달 진행하는 'Corea Más Cerca(한국에 한 걸음 더)'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 출처 : 한국문화원 인스타그램 계정(@centroculturalcoreano)>


소피아 페레로 카레가가 전하는 '기생충의 숨은 이야기' 강연은 문화원이 매달 진행하는 'Corea Más Cerca(한국에 한 걸음 더)'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 출처 : 한국문화원 유튜브 채널<소피아 페레로 카레가가 전하는 '기생충의 숨은 이야기' 강연은 문화원이 매달 진행하는 'Corea Más Cerca(한국에 한 걸음 더)'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 출처 : 한국문화원 유튜브 채널(@Centrocultcoreano)>

 

한편 주로 공원에서 만나 케이팝 퍼포먼스를 따라하던 10대,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한식 레스토랑을 즐겨 찾던 미식가, 맛집 마니아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아주 쉬웠던 일들을 못 한다는 게, 또 그게 일상의 낙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여간 허전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케이팝을 즐기는 팬들은 그들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격리 기간 동안의 갈증을 채워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한 예로 시아팝(Xiahpop)에서는 지난 4월 15일 아르헨티나 국립동양미술관(Museo de Arte Orienta)관과 함께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실시간 대담을 가지며 케이팝이 무엇인지, 아르헨티나 내 현재 한류의 상황과 그 팬덤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4월 15일, 시아팝의 라이브 대담 홍보 영상 – 출처 : 시아팝 인스타그램 계정

<4월 15일, 시아팝의 라이브 대담 홍보 영상 – 출처 : 시아팝 인스타그램 계정(@xiahpop)>

 

이처럼 아르헨티나에서는 코로나 19로 자택격리 기간의 연장 및 거리 두기가 의무화, 장기화되고 있다. 그 가운데 문화계의 지각변동이 현실화되고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의 한류 현상도 이러한 변화를 맞이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지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참고자료

《Cronista》 (20. 4. 8.) <Coronavirus en Argentina: en la cuarentena, Virus es la película de Netflix más vista en la Argentina>, https://www.cronista.com/clase/trendy/Coronavirus-en-Argentina-en-la-cuarentena-Virus-es-la-pelicula-de-Netflix-mas-vista-en-la-Argentina-20200319-0003.html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이정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약력 : 현)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사회과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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