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연구한 알리나 바디모브나와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5.04

외국인이 한국어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까”라는 생각은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해는 못 하지만 느낄 수 있는 언어의 특색이 있고 그 느낌은 머릿속 깊게 남는다. 중국어를 못하지만 흉내를 내는 것을 보면 우리 머릿속에 중국어의 톤이나 발음이 무의식적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에서도 외국인들이 러시아어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는지, 혹은 러시아 음식을 시식해 보았을 때 외국인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궁금해한다. 그럼 러시아 사람들에게 한국어와 K-Pop은 어떻게 느껴질까?

 

사실 러시아에서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라는 인식이 전반적이다. 그래서 가죽 재킷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다니며 남성미를 뽐내는 사람들도 있고 수염을 기르거나 몸을 키워 강한 남자임을 증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남자들 사이에서도 흔히 말하는 '상남자'가 그 그룹을 리드한다. 부드럽고 훈훈한 남자가 인기가 많은 한국과는 살짝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러시아 여성들도 본인을 든든히 지켜줄 수 있는 남성미가 물씬 나는 남성을 찾기 마련이다. 러시아 여성이 카프카스 남성에게 시집을 가는 경우도 대부분이 그 '남성미'에 유혹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이 있는 것처럼, 러시아에서도 모든 여성들이 이러한 '상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상남자'보다는 친근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한국 남자를 좋아하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서양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의 친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느끼는 것일까? 그리고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한국어, K-Pop, 한국 드라마의 이미지는 어떨까? 이것을 알기 위해 러시아 루덴 민족대학교의 아시아학과를 졸업한 알리나 바디모브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한국과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한 알리나 바디모브나<‘한국과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한 알리나 바디모브나>

 

알리나 씨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알리나입니다. 아시아 문화가 좋아서 아시아 학과에 입학했고 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졸업 논문 주제는 ‘한국과 중국의 소프트파워’였습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해서 논문을 쓰셨으면 한국에 굉장히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국을 떠올렸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요?

어렸을 때는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지금도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을 떠올렸을 때는 굉장히 부드럽고 평화로운 느낌이 강하죠. 굉장히 이상합니다. 휴전인 곳에서 평화가 느껴진다는 것이... 저도 이러한 감정을 어디서 느꼈는지 생각을 해보았는데 굉장히 다양한 요소가 중첩이 되어 이러한 감정이 생긴 것 같습니다. 드라마 힘일 수도 있고요. 러시아 드라마에서는 살인, 총격, 이혼 등의 주제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할머니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있고 일상을 소재로 드라마도 만들고 편안한 느낌을 많이 받죠. 실제로 범죄율도 굉장히 낮은 나라이기도 하죠.

 

세계 범죄율 통계 – 출처 : 넘베오(NUMBEO)<세계 범죄율 통계 – 출처 : 넘베오(NUMBEO)>

 

알리나 씨는 한국을 두 번 정도 다녀오셨다고 말씀하셨고 한국의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요, 러시아 내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습니까?

한국이 굉장히 발전된 나라라고 알고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러시아 시골에 가보면 몇몇 사람들이 북한과 한국의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아시아에 있는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또 굉장히 보수적인 나라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 중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세탁기, 텔레비전, 핸드폰을 한국 기업이 생산하고 러시아에서 많이 소비되는 초코파이, 도시락도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들을 러시아 사람들이 점차 인식하면서 한국의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리나 씨가 생각하는 한국, 한국어, K-Pop은 어떻습니까?

한국어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사실 한국어를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과 달리 한국어는 어떤 이모티콘같이 보였습니다. 웃는 모양인 것 같기도 하고 젓가락을 세워 놓은 것 같기도 심지어 때로는 수학 기호 같기도 했습니다. 한국어를 들었을 때는 아름답기보다는 어떤 대사를 읽는 느낌 같았습니다. 아니면 성경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왜냐하면 한국말에는 러시아 말과는 달리 톤이 일정하기 때문입니다. K-Pop을 처음 들었을 때 든 감정은 어렸을 때 먹은 알록달록한 과자 느낌이었습니다. 약간의 미국 팝의 느낌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아시아의 느낌을 절묘하게 잘 섞어 놓은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독특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K-Pop에 빠진 자녀를 둔 러시아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K-Pop에 열광을 하면 걱정을 많이 하기도 하지요. 왜냐하면 뭔가 독특하니까요.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주제로 대학교 졸업 논문을 썼다고 하셨는데 왜 이 주제로 논문을 쓰기로 결정하셨는지 그 배경과 논문의 내용을 소개해주십시오.

현재 한국의 문화산업은 아시아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진보적이고 역동적으로 발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산업은 굉장히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한국 정부는 경제 발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문화산업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1980년 이후로 접어들면서 '문화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죠. 한국은 소프트파워가 무엇인지 다른 나라보다 일찍 인지했고 정권 바뀌면서도 이 분야에 관심을 두며 지속해서 성장시켜 왔습니다.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한국문화원, 세종학당(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등이 있고 이곳에서는 한국어를 무료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양국의 노력으로 한-러 페스티벌을 통하여 한국 문화를 러시아에서 계속해서 알리기 위한 노력이 보이기도 하죠. 2015년부터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인의 관광객 수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 여행을 꿈꾸고 한국 문화의 관심을 가지고 있죠. 우리에게는 굉장히 이국적인 한국의 문화를 서양문화와 잘 융합하여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러시아도 정부차원에서 이러한 노력을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렸는데 이러한 내용으로 졸업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교수님들께서 다양한 질문을 하셨지만 한국의 소프트파워의 힘은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사실 문화 산업, 경제 산업 등 굉장히 복잡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려면 이틀 밤을 꼬박 새워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러시아의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들도 좋은 상품들을 러시아 시장에 내어 놓으면서 간접적으로 국가 이미지 상승에 이바지 하는 부분도 있고요. 이렇게 소프트파워라는 것은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고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소프트파워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죠. 한국이 치안이 좋다는 것도 심지어 소프트파워가 될 수 있으니 그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의 파트너십이 매년 중요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이 더욱 협력해 나라를 알리고 문화를 알리면서 발전된 관계를 형성해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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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오준교[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러시아/모스크바 통신원]
    - 약력 : 효성 러시아 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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