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서울풀 라마단 캠페인으로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5.12

말레이시아에서는 4월 23일 라마단(ramadan)이 시작됐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이라는 뜻으로, 이슬람력으로 9월 초승달이 관찰된 다음 날부터 한 달 동안 지속된다. 라마단은 초승달 관측일에 따라 매년 날짜가 조금씩 달라진다. 말레이시아는 초승달을 육안으로 관찰한 루캿(Rukyat)과 초승달이 뜨는 날을 계산하는 히삽(Hisab) 두 가지 계산법으로 올해 4월 23일부터 5월 23일까지를 라마단 기간으로 선포했다.

 

무슬림에게 성스러운 달인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과 물을 마시지 않는 금식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정신과 몸에 해로운 것을 자제하면서 일상적인 욕구에서 잠시 떨어져 몸과 마음을 수행하는 시간을 갖는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라마단 기간 동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사용을 중단하기도 한다. 라마단은 절제를 통해 교리를 되새기는 기간이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를 하고 먹거리를 나누면서 가르침을 실천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현지 기업에서도 이러한 문화에 발맞추어 비정부단체와 손을 잡고 소외계층 돕기에 앞장선다. 이 가운데 세븐일레븐은 2008년부터 매년 식료품과 물 등 생활필수품을 취약계층에게 기부하는 순수한 사랑 캠페인(Semurni kasih)을 진행해오고 있다.

 

순수한 사랑 캠페인은 기부자가 세븐일레븐 매장을 방문해 물건을 구매하면 세븐일레븐이 기부품을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는 4월 29일부터 6월 9일까지 6주 동안 진행하고 있으며, 함께 가까운 이웃을 돌아보자는 의미에서 소비자 참여형 캠페인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캠페인은 한국 식음료를 판매하는 서울풀 라마단 캠페인(Seoul-ful Ramadan campaign)도 함께 진행해 눈길을 끈다.

 

세븐일레븐의 소비자 참여형 캠페인 홍보 포스터 - 출처 : 세븐일레븐 공식 홈페이지<세븐일레븐의 소비자 참여형 캠페인 홍보 포스터 - 출처 : 세븐일레븐 공식 홈페이지>

 

서울풀 라마단 캠페인은 4월 20일부터 5월 24일까지 종가집 김치라면부터 세븐일레븐 매운 한국 치킨 라이스, 세븐일레븐 한국 소시지 등의 한국 식음료를 비롯한 현지 먹거리 상품 등을 할인 판매한다. 세븐일레븐은 “당신의 ‘브르부카 푸아사(Berbuka Puasa: 일몰 뒤에 먹는 식사)'와 ’사후르(Sahur: 일출 전에 먹는 식사)'를 유명한 삼양불닭볶음면과 팜 프레쉬 우유로 완성시켜보세요. 오늘 가까운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라마단의 축복을 받으세요”라는 문구로 캠페인을 알리고 있다.

 

서울풀 라마단 캠페인 홍보 포스터 - 출처: 세븐일레븐 공식 홈페이지<서울풀 라마단 캠페인 홍보 포스터 - 출처: 세븐일레븐 공식 홈페이지>

 

서울풀 라마단 캠페인에서 판매하는 한국 라면- 출처: 에브리데이온세일즈 홈페이지<서울풀 라마단 캠페인에서 판매하는 한국 라면- 출처: 에브리데이온세일즈 홈페이지>

 

비록 서울풀 라마단 캠페인이라는 이름에 무색하게 한국 상품이 많지는 않지만, 한국 초콜릿과 라면, 즉석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캠페인의 구색에 맞춰 눈길을 끌었다. 보통 이슬람 신자는 라마단 기간에 해가 진 직후에 먹는 ‘브르부카 푸아사’와 해 뜨기 전에 먹는 ‘사후르’에 식사를 하고 달콤한 과자나 견과류를 먹는다. 식사로 먹을 수 있는 소시지, 라면, 밥 등의 식품과 더불어 한국 초콜릿과 견과류가 묶음으로 구성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풀 라마단 캠페인에서 판매중인 한국 먹거리 - 출처: 통신원 촬영

서울풀 라마단 캠페인에서 판매중인 한국 먹거리 - 출처: 통신원 촬영<서울풀 라마단 캠페인에서 판매중인 한국 먹거리 - 출처: 통신원 촬영>

 

이슬람 신자의 대표적인 종교 행사인 라마단에 한국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 이유는 라마단 특수를 잡기 위해서다. 라마단은 해가 뜨는 동안 금식을 해야 하지만, 해가 진 저녁 시간에는 폭식을 하고 음식을 주변 사람과 함께 나누기 때문에 음식 소비량이 대폭 상승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라마단 특수를 누리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한국 먹거리를 좋아하는 소비자에게는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국 상품을 구매하고 기부에 동참할 수도 있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라마단은 이동제한령(MCO)으로 인해 그 모습이 예년과 많이 달라졌다.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모스크에 갈 수 없고, 저녁에 기도하는 테라위(terawih)에 참여할 수 없게 됐으며, 고향에 있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기업을 비롯해 비정부기구와 여러 기관에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운영하면서,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서로를 도울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 가운데 하나에 한국 먹거리가 등장했으며, 올해에는 한국 식품이 라마단의 일부가 되어 나눔의 의미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세븐일레븐은 말레이시아 최대의 편의점으로 전국적으로 2,24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1일 고객 방문수는 90만 명에 달한다. 이처럼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편의점에서 서울풀 라마단 캠페인을 진행했다는 것은 말레이시아 사회가 한국 먹거리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단식에 지친 무슬림들에게 단식 후 첫 식사로 불닭볶음면과 우유를 함께 먹어보라는 세븐일레븐의 홍보 문구는 달라진 한국 먹거리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 식품을 한국 마트에서야 구할 수 있었지만, 한국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늘어나면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이번 캠페인도 이러한 흐름을 마케팅에 접목한 사례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한국의 먹거리와 문화가 말레이시아인들의 삶에 더 깊숙히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 참고자료

http://www.7eleven.com.my/about


통신원이미지
    -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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