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프라도 가이드 한국어판 출간의 일등공신, 조각가 우경화 씨와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5.13

<며칠 전 프라도 미술관 공식 온라인 숍에서 판매를 시작한 프라도 가이드 한국어 번역본><며칠 전 프라도 미술관 공식 온라인 숍에서 판매를 시작한 프라도 가이드 한국어 번역본>


며칠 전 프라도 미술관 공식 가이드 북 프라도 가이드(스페인 원제: Guía del Prado)’ 한국어 번역본이 프라도 미술관 공식 온라인숍(www.tiendaprado.com)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프라도 가이드는 세계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프라도 미술관의 방대한 작품 중, 400점 이상의 엄선된 작품의 사진과 함께 저명한 전문가들의 설명을 실은 책으로여러 언어로 번역된 공식 프라도 가이드북이다.


스페인에도 코로나19의 여파로 미술관이 문을 닫은 지 두 달이 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프라도 가이드 번역을 담당한 우경화 작가와 전화 인터뷰를 나누었다. 우경화 작가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원에서 광고 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그래픽 디자이너로 3년 간 활동하다가 미국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에서 12년 동안 자동차 모델링 일을 했다. 이후 독일 오펠(Opel)사에서 파견 근무 당시 스페인 남편을 만나 스페인 마드리드에 정착했다. 현재 우경화 작가는 2008년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래는 우경화 작가와 나눈 대담 전문이다.



<프라도 가이드를 번역한 마드리드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하고 있는 조각가 우경화 씨>

<프라도 가이드를 번역한 마드리드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하고 있는 조각가 우경화 씨>

 

오랫동안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마드리드에서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에서 공부할 때 실물 크기의 조각을 많이 했습니다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못하겠다고 미국으로 유학 가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남편을 만나 일을 그만두고 스페인에 왔습니다마드리드에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없었기 때문에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그래서 6, 7년 가량은 영어를 가르쳤습니다플라멩코를 그 전부터 취미로 배웠는데마드리드에 와서는 더 열심히 하다가 딱히 재능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 남는 게 없었습니다. ‘배워서 공연하면 끝.’ 너무 힘들어서 안 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잘 하고결과물이 보이는 것이 조각이더라고요그것을 깨닫고는 작은 작품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조각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아시아인으로 스페인에서 데뷔하고 활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한국 작가라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세계 무대에서 한국현대미술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스페인 화랑들이 한국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어합니다첫 데뷔는 스페인 한국문화원이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스페인(KOWIN SPAIN)’과 함께 주최한 한국-스페인 여성미술인 교류 전시회’(2013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 문화원에서 개최된 이 전시회에는 선별된 한국스페인 작가 23인의 작품 33점이 전시됐다이 전시회에는 50여 명 작가의 작품 400여 점이 응모) 2016 마드리드ONCE박물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여러 개인전 및 단체전을 통해 내 작품을 소개해 왔고, 2015년에는 런던에서 열리는 안면미용학회 전시회 ‘FACE’에 초대되어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직접 번역한 프라도 미술관 가이드 책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되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번역을 하게 되었고, 또 소감은 어떠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2018년 프라도 미술관에서 2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으로 프라도 미술관의 102여 작품이 실린 프라도 미술관 명작들’ 이란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했는데이것이 프라도 미술관과의 첫 작업이었습니다. 2017년에 의뢰를 받아 1년 동안 번역했는데다행히도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아 미술관 측에서도 흡족해했습니다좋은 결과가 있어서 미술관 측이 이번 프라도 가이드북’ 한국어 번역출판을 기획했고이 과정에서 한국대사관도 참여해 번역비를 지원받았습니다번역 작업을 다 마치고도 출판 작업을 하는 이들이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레이아웃까지 내가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그 노력의 결과가 드디어 나왔는데코로나192월부터 미술관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고, 3월에는 미술관도 폐장을 해야해 아쉬운 마음입니다책이 판매대에 오르지도 못했거든요가이드북은 프라도 미술관 공식 사이트 온라인 숍(TIENDAPRADO.COM)에서 판매 중입니다.


<우경화 작가 번역한 프라도 공식 가이드 책 '프라도 가이드'>

<우경화 작가 번역한 프라도 공식 가이드 책 '프라도 가이드'>

 

중국어나 일본어 가이드북은 이미 오래 전 발간됐습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자부심도 느꼈을 것 같은데요.

중국일본은 물론 러시아어도 있는데 한국어 번역본이 제일 늦었습니다프라도 미술관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도 정말 많은데 한국어 서비스는 앞 나라들에 비해 늦게 시작했습니다. 2002년 마드리드에 와서 프라도 미술관을 정말 많이 방문했습니다갈 때마다 기념품숍의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된 프라도 관련 서적들 중에 한국어는 없어 안타까웠었습니다근데 15년이 지나 그 첫 작업을 내가 하게 될 줄 몰랐고정말 기뻤습니다물론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컸고요.

 

프라도 가이드북’은 거의 500페이지가 되는 정말 두꺼운 책입니다. 번역 시간도 오래 걸렸을 것이고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요.

작년 봄에 의뢰를 받아 하루에 10시간씩 작업했습니다이 책은 스페인 회화를 비롯하여 네덜란드독일프랑스 등 유럽 회와의 걸작들 등 프라도 미술관의 보석과 같은 400여 점이 넘는 작품이 실린 프라도 미술관을 대표하는 서적입니다그에 대한 설명에는 한국어로 표기하기 어려운 유럽의 지명성자들 이름부터 로마 시대 신화까지 등장합니다이런 고유명사들을 한국어로 잘 표기하기 위해서 온라인 백과사전 등을 참조하며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고야벨라스케스’ 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가들의 이름은 괜찮지만 잘 알려지지 않는 작가들의 이름은 인용된 텍스트나 서적마다 표기법이 다 달랐습니다그중에서 한국에서 통용되는 표기법을 찾아 사용했습니다또 설명문에 문장들이 직관적이지 않고 돌려서 설명하다 보니스페인 사람이 봐도 무슨 말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텍스트들이 많았어요이런 경우에는 영문 번역본을 함께 보며 번역했습니다한국에 있는 조카가 출판사에서 교정 일을 하는데이번 작업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손발이 잘 맞으니 작업 진도도 빠르고 한결 매끄러운 문장들로 번역할 수 있었습니다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프라도 미술관 작품들에 대해서 많이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의미 있는 결과물인데, 코로나19로 제대로 축하하지 못해서 아쉬우실 듯 합니다.

대사관 측에서 출판기념회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결국 이렇게 온라인 판매 개시로 조용히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그런데스페인 사회 전체가 힘듭니다회복되려면 최소한 2년은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고요안타까운 마음입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스페인 미술계는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많은 화랑이 문을 닫고사람들은 예술 작품에 관심을 잃어갔습니다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화랑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스페인 미술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것입니다이뿐만 아니라 스페인 한인 여행사들도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하루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어 모두가 건강하게 다시 보는 날이 오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최근 10년 사이 스페인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유적지관광지에 한국어 서비스는 중국어일본어에 비해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그래서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이 필수로 찾는 프라도 미술관에 한국어 공식 가이드북 번역본이 출간됐다는 점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이제 다른 언어를 통해서가 아닌 한국어로 설명된 가이드 책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유럽 미술 작품들을 한층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해본다덧붙여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자 스페인 정부는 지난 28지역별 4단계 국가비상령 규제 축소를 발표했다규제 축소 2단계가 실시되는 오는 11인원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미술관과 박물관 개장이 가능하다그러나 프라도 미술관과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은 개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사진 출처우경화 작가 제공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 약력 : 현) 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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