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작품을 한번 둘러보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데 그치는 흔한 미술관이 아니다. 사람들은 미술 작품을 감상한 후 아름다운 작품에 둘러싸여 커피나 와인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즐길 수 있고, 가끔은 음악연주회도 감상할 수 있다. 벨기에 항구도시이자 건축, 패션 등 국제적 문화예술의 도시 앤트워프에 위치한 종합문화공간 ‘러브투아츠(Love2Arts) 갤러리’에서 가능한 이야기이다. 2006년에 개관한 ‘러브투아츠 갤러리’를 운영하며 유럽과 한국 문화의 교류에 앞장서고 있는 문화행사 기획자 진승연 대표로부터 갤러리 운영과 국제문화 교류 행사에 대해 들어 보았다.
<문화행사 기획자 진승연 대표>
먼저 본인의 소개 부탁드리고요, 다른 국가가 아닌 벨기에에 정착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1971년생으로 바이올린 전공자입니다. 한국에서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친 후 1989년 9월에 독일로 가서 음악 공부를 마쳤습니다. 그 후 네덜란드와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수학하며 연주자 활동을 했어요. 정작 독일에서 15년을 살았지만 독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앤트워프의 세련된 맛과 멋에 반해 이곳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제가 연주자 활동을 하면서 유럽의 많은 나라를 여행하는 기회를 가졌는데요, 저에게 있어서 벨기에는 가장 다양한 예술적 매력을 가진 나라였습니다. 벨기에의 매우 큰 장점은 서유럽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국제적이라는 점이며, 벨기에 음식, 디저트, 빵, 와인, 맥주 등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맛이 좋습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신 음악가인데 어떻게 아트 갤러리를 개관하게 되었나요?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연주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연주자로 정착하기엔 뭔가 아쉬움이 있던 차에 생각이 맞는 분들과 과감히 공연기획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러브투아츠 메니지먼트&공연기획사는 2006년 4월에 설립되어 올해로 14주년을 맞고 있어요. 기획사 시작 당시 음악을 중심으로 하려고 했으나 동업인이 미술 관련 일을 맡아 하고자 하여 아트갤러리 운영을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동업인이 몇 년 뒤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회사를 떠나 결국은 계획에 없던 아트갤러리 업무까지 제가 맡아 온게 어느덧 11년이 지났네요. 현재는 ‘Love2Arts representation, management & Art gallery’라는 명칭으로 벨기에인 디르크 비럴스트(Dirk Verelst)와 공동대표로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브투아츠 갤러리 내부 모습>
러브투아츠 갤러리는 일반 갤러리와 달리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공간이라고 생각됩니다. 러브투아츠 갤러리에는 주로 어떠한 작가들과 작품들이 전시되나요?
저희 갤러리는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등 유럽 작가들은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 등의 아프리카 작가, 더 나아가 일본, 중국, 한국 작가들의 다양한 전시회를 연간 6-8회 기획하여 전시해 왔습니다. 이러한 전시 기획을 통해 벨기에 및 유럽 작가들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작가들의 매니저 역할을 하며 각 예술가들의 국제적 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저희는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 전시를 개최하고 있어요. 어느 한 특정 스타일을 고수하지는 않지만, 오래된 저희 관객들의 취향을 고려해 작품들을 선별합니다. 특히 2008년부터 한국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그 관심도와 호응도의 발전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그룹전시전일 경우에는 한국 작가들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전시하지만, 저희 갤러리에 소속된 한국작가들은 주로 한국의 전통이 담긴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입니다.
<러브투아츠 갤러리의 음악 연주회를 감상하기 위해 모인 관객들>
대표님은 문화 행사 기획자로도 활동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 동안 어떠한 문화 행사들을 기획하셨나요?
저는 러브투아츠 대표로 많은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데요, 우선 크게 전시회, 음악공연 그리고 소규모 문화 행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시회는 유럽과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기획하며, 한국과 벨기에 작가 교류 전시회도 2008년부터 꾸준히 기획하여 전시하고 있어요. 국제음악페스티벌과 국제콩쿠르 등 국제적이고 규모가 큰 음악공연도 기획하는데요, 클래식, 재즈 그리고 국악까지 여러 장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매달 4-5회 정도 소규모 연주회를 기획하며 그 외에도 시 낭독이나 연극과 같은 문화 공연도 기획하여 무대에 올립니다. 특별히 러브투아츠 문화공연기획사는 1814년 설립된 벨기에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비영리문화재단 ‘소시에테 로얄 다모니(Société Royale d'Harmonie, Anvers)와 2006년 자매결연을 맺고 젊은 인재 양성과 창의적인 국제적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어요. 이 두 기획사는 지난 10여 년 동안 매년 10회의 다채로운 공연을 기획하여 미술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행사를 ‘러브투아츠 갤러리’ 방문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벨기에에서 이렇게 훌륭한 종합문화공간을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자랑스럽습니다. 이러한 문화공간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하지 못해 상실감이 크실 것 같은데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실 계획인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러브투아츠’의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코로나19 봉쇄기간 동안 많은 연주자들이 온라인 공연을 하는 것을 보았어요. 저희 역시 러브투아츠 홈페이지(www.love2arts.com)와 인스타그램(love2arts_gallery)을 통해 관객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제한적인 상황에 아쉬움이 남고, 혹시 이 길이 미래의 현실이 되는 건 아닌지 염려와 두려움도 듭니다. 저희는 만약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기 전이나, 상황이 진정되기 전에 다시 오픈하게 된다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안전한 방법으로 방문객들을 나누어 관람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벨기에에서 한 3~4년 전부터 부쩍 한국예술에 대한 반응이 높아짐을 접하면서 저희는 앞으로 한국예술에 좀 더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화(먹과 물, 자연채색을 이용한 기법), 한국도예(분청사기 기법), 한국을 담은 사진전, 전주 한지 예술작품 등 여러 분야의 한국적 작품을 현지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2021년이 한국-벨기에 수교 120주년인데요,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예술, 음악, 패션, 전통음식 등 한국과 벨기에의 다양한 문화 교류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행사에 앞서 올 9월에 먼저 한국과 벨기에 작가들의 교류전시회가 전주에서 Global Slow Forum & Slow Award 행사와 함께 열릴 예정입니다. 현재로선 그 어떤 계획이나 비전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9월 행사에 모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 약력 : 겐트대학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