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새 시대를 예고하는 LACMA 철거 공사가 시작됐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5.21

 

코로나19로 LA 시민들이 모두 집 안에서 꼼짝 않고 있는 동안, LA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이하 LACMA)에서는 엄청난 일이 시작됐다. LACMA의 신축 프로젝트가 시의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LA 시민들이 집콕하고 있던 지난 달 4월 7일, LACMA의 여러 건물 가운데 하나인 빙 센터(Bing Center)의 철거가 시작됐다. 빙 센터는 박물관에서 전시와 관련된 영상물을 상영하기도 했고 강연과 공연이 이뤄지던 장소이다. 구체적 위치는 영구 소장품들이 전시돼 있고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는 스토어가 입점해 있는 ‘윌셔 캠퍼스(WIlshire Campus)’의 건너편이었다.

 

공사를 알리는 표지판<공사를 알리는 표지판>

 

LACMA의 빙 센터가 있었던 장소는 현재 예전의 영화를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건물을 구성하고 있던 철물들이 분리돼 박물관 정원에 놓여있다.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쳐놓은 검은 비닐 커튼과 바리케이트 안을 들여다보니 3대의 포크레인이 철거 잔해물 사이에 서 있다. 처음 건물의 철거를 시작한 지 이미 4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존의 건물을 해체하는 작업, 해체한 건축 잔해를 치우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작업의 소음과 먼지 등 주변 주민들의 불평도 제법 있었을 법한 상황이다.

 

LACMA의 입구. 검은 비닐 커튼이 쳐져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다<LACMA의 입구. 검은 비닐 커튼이 쳐져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LACMA에서는 5월 15일 자로 홈페이지에 앞으로의 공사 일정을 공시했다. 이미 철거가 시작된 빙 센터와 아트 오브 아메리카 빌딩(Art of Americas Building)의 철거 잔해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계속될 것이고 조만간에 아만슨 빌딩(Ahmanson Building)과 해머 빌딩(Hammer Building)의 철거가 시작될 계획이며 LACMA의 길 건너편인, 스팔딩 거리에 있는 주차장(Spaulding Lot)에 펜스를 설치할 예정이다. 중앙 정원의 건립 또한 계속된다. 이렇게 기존의 건물들을 제거한 후에는 윌셔 블러버드를 가로질러 스팔딩 거리 주차장 있는 곳까지 육교처럼 공간 위에 떠 있는 건물이 들어서게 되고 기존의 각기 떨어져 있던 건물들이 있었던 장소를 하나로 잇는 새 건물이 완성될 예정이다.

 

빙 센터 건물. 완전히 해체된 땅에 포크레인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빙 센터 건물. 완전히 해체된 땅에 포크레인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건물의 잔해물들<건물의 잔해물들>

 

담장이 쳐져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LACMA<담장이 쳐져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LACMA>

 

LACMA가 창립된 것은 지난 1961년. 69년에 이르는 장구한 세월 동안 LACMA는 미 서부 최대 미술관으로 부상됐다. 매해 미 전국과 전 세계에서 LACMA를 찾는 방문객의 수는 무려 120만 명에 이른다. 이곳에는 폴 세잔의 ‘체리와 살구가 있는 정물’, 오귀스뜨 르느와르의 ‘책을 읽는 두 소녀’, 램브란트의 ‘마르텐 루텐의 초상화’, 앙리 마티스 등 ‘르 게르브(Le Gerbe)’ 등 인류의 보고들이 소장 전시돼 있다.

 

LACMA는 한국 밖에 소재한 최대 규모의 코리안 아트 상설전시관으로 인해 한국인 방문객들에게도 남다른 곳이다. 물론 작품 수집과 소장의 역사는 한국 내에 있는 박물관들과는 비교가 될 수 없겠지만 기부자들의 공헌과 박물관의 노력으로 서구 미술관 중에서는 가장 다양하면서도 폭넓은 한국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ACMA의 한국관에는 20세기까지의 대표작품 100여 점이 소장 전시돼 있다. 소장품들은 불교미술, 문인예술, 도자기, 목칠공예, 회화, 조각 등 여러 장르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고 삼국시대부터 고려 그리고 조선시대의 다양한 작품들을 총망라한다. 은은한 백자, 화려한 민화와 불화는 미주 한인 동포의 자랑이었고 LA 시민들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서 온 방문자들에게 한국 밖의 장소에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뜻깊은 장소였다. 당분간 LACMA의 한국관은 LACMA 전체와 함께 온라인 상에서만 접근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미 코로나19 자택 격리를 2달 이상 경험하면서 온라인으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LA 시민들에게 새로운 정상(New Norm)이 되어버렸다. 신축 프로젝트가 완성될 때까지 온라인 접근만으로도 박물관을 체험하는 예행연습을 이미 마친 셈이다.

 

LACMA는 소장품들이 계속 늘어가고 방문자들이 증가하면서 규모와 위상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신축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번에 채택된 신축 프로젝트는 지난 2013년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인 스위스의 세계적 건축가 피터 줌터의 설계로 총 6억 5,000만 달러(약 7,942억원)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신축 프로젝트가 완성돼 재개관하게 되는 2024년 초에는 윌셔 블러버드를 가로지르는 독특한 설계로 윌셔가와 LA의 경관까지도 바꾸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축조감도가 걸린 LACAM<신축조감도가 걸린 LACAM>

 

LA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3일 만장일치로 LACMA 신축 프로젝트를 최종 승인했고 이후 올해 1월 30일, W.M. 켁 재단(Keck Foundation)의 로버트 데이 회장 겸 CEO가 5,000만 달러(약 611억원) 기부를 발표하면서 총 6억 4,000만 달러(약 7,821억원)의 건축 기금을 확보했다. 그 후 추가로 1,000만 달러(약 122억원)가 모금돼 계획대로 데이빗 게펜 갤러리 공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아무리 새롭게 들어설 건물이 웅장하고 멋질지라도 기존의 건물이 철거되는 것은 아픔이다. 철거 현장에 서 있자니 LACMA에서 만났던 한국관 소장품들에 대한 기억이 더욱 새롭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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