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케이팝 스타를 꿈꾸는 현지인들 이야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6.05

데일리 비스트(Daily Beast)》에 케이팝에 대한 집중 기획 기사가 실렸다.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을지라도 차세대 케이팝 스타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뉴욕 시민들을 만나보세요”라는 제목의 긴 기사로 한윤지 기자가 작성해 5월 31일 자로 올라왔다. 뉴욕에 본사를 둔 《데일리 비스트》는 독립적이고 회의적이지만 결코 냉소적이지 않은 뉴스를 다룬다. 정치, 대중문화, 권력 분야에서 수상 경력에 빛나는 독창적인 보도와 날카로운 의견을 전달한다. 하루 평균 100만 명 이상의 독자들이 방문하는, 영향력 있는 매체이다. 한국인인 한윤지 기자가 쓴 이 기사는 현지에서 케이팝 스타가 되기 위해 케이팝 트레이닝 학교에 다니는 리오와 그 외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아래는 기사의 전문을 통신원이 번역하여 정리한 내용이다.

 

케이팝 업계는 더 많은 다양성을 포함하기 위해 개방하고 있다. 하지만 비 한인 유망주들로 가득 찬 뉴욕시 연수원에서 스타덤에 대한 꿈은 현실과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펜실베니아 호텔의 볼룸은 케이팝 스타가 되려는 꿈을 안고 오디션에 참석한 300여 명의 긴장감 가득한 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벽에는 아름답고 잘 가꿔진 성공한 케이팝 스타들의 이미지들이 줄줄이 붙어 있었다. 이는 2018년 SM 엔터테인먼트가 진행했던 글로벌 오디션 장면이다. 에스엠은 한국에서 가장 큰 3대 기획사 가운데 하나이다.

 

리오 로페즈 곤잘레스(Leo Lopez-Gonzalez)는 왜 자신이 거기에 가 있는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태생적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눈꼬리를 올린 화장을 하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그리고 작고 확실치 않은 제가 거기 있었죠.

 

올해 17세인 리오가 농담하듯 말한다. 리오의 가장 친한 여성 친구는 자신이 오디션에 간다며 재미있을 것이니 함께 가달라고 리오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정작 그 친구는 다음날 지구과학 결승전이 있다며 마지막 순간에 오디션을 포기했다. 그래서 당시 15세였던 리오는 혼자서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다. 100년이나 된 펜실베니아 호텔의 화려한 볼룸 아래에 선 그는 오디션이 무척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천천히 깨달았다.

 

리오는 노래와 춤을 좋아하긴 했지만 공연을 해봤던 경험은 1년간 학교의 합창단원을 했던 것밖에 없었다. 그밖에 8학년 때 뮤지컬 <하파자드리 에버 애프터(Haphazardly Ever After)>에서 남자 주인공인 슬래커 왕자(Prince Slacker)를 연기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오디션에 참가한 이들은 하나 같이 그와는 대조적으로 수개월, 아니 어쩌면 수년간 훈련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10살쯤 되어 보이는 최연소 오디션 참가자도 전문적인 침착함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한국의 대중음악’을 줄여 부르는 케이팝 업계는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며 5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산업으로 우뚝 섰다. 블랙핑크는 2019년 코첼라(Coachella) 페스티벌에 참가함으로써 아메리칸 음악축제에 참가한 최초의 케이팝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해 《MTV》는 연례 비디오 음악상에 케이팝이라는 항목을 새롭게 소개한다고 발표했다. 일부는 이를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 장르를 인정해주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했고, 다른 이들은 한국 음악이라는 독립된 항목을 만듦으로써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다른 상들을 싹쓸이하지 못하게 하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했었다.

 

기념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은 종종 케이팝의 크로스오버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로 비춰진다. 《마켓워치(Market Watch)》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뮤직비디오는 24시간 동안 7,46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유튜브 역사를 새로 썼다. 그들은 에드 시런, 할시, 더 체인스모커즈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과도 자주 협업을 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n Foundation, KF)’에 따르면 케이팝의 국제적 매력은 지난 해인 2019년, 거의 1억 명에 달하는 전 세계 다양한 팬들의 관심을 끌어냈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케이팝 스타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가장 성공적인 케이팝 그룹들은 얼굴이 작고 불가능할 정도로 날씬하며 키가 큰 젊은 남녀들로 구성돼 있다. 물론 일부 멤버들 중에는 중국, 태국인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국인으로 구성된다.

 

리오는 얼굴이 넓고 편안한 미소를 갖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콜롬비아인이고 아버지는 푸에르토리카인 혼혈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오디션에 꿈을 안고 온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한국인이 아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는 케이팝 업계를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2018년 SM엔터테인먼트는 태국, 캐나다,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인재를 발굴하고자 했다. 펜실베니아 호텔의 볼룸에서 리오는 댄서들은 카미야 카벨로(Camila Cabello)의 <하바나(Havana)>에 맞춰 프리스타일로 춤추는 것을 지켜봤다. 배우들은 극의 한 장면을 공연했고 모델들은 멋진 포즈를 취했다. 2명의 심사위원들 모두 매우 날씬한 젊은 여성들로 당시 한국에서 무척 인기가 있었던 오렌지 색 립스틱을 입술에 칠하고 있었다. 이 여성 심사위원들은 무장한 듯 심각한 얼굴로 오디션을 지켜보고 있었다. 리오의 차례가 왔을 때 그는 심사위원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메간 트레이너(Meghan Trainor)의 <Like I’m Gonna Lose You>를 부르겠습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 후 내면의 슬래커 왕자(Prince Slacker)와 소통하고 나서 깊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 끝났다. 리오는 심사위원들의 콜백을 받지 못했지만, 그를 따라잡았던 순수한 흥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에너지와 강렬함을 좋아했다. 그 순간, 그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케이팝 스타가 되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 추, 쿠, 투, 푸…

 

이스트 할렘(East Harlem)의 작은 교실에는 6명의 학생들이 한 목소리로 한글 글자를 읽고 있다. 리오는 그날 보라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가슴에 ‘내게 답장 안 해줘서 고마워(thanks for not texting me back)’라는 문구가 적힌 검정 스웨트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는 구와 쿠의 발음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 획이 달라 다른 글자가 된 것이다. 그는 <초급자용 쉽게 배우는 한국어(Korean Made Easy for Beginners)> 교재를 보려 눈을 가늘게 떴다가 다시금 검은 카시오(Casio) 피아노 위에 떠받쳐진 하얀 키보드로 눈길을 옮겼다. 그들을 가르치는 김선영 씨는 모든 글자를 마커로 가리켰다. 교실 벽에는 케이팝 걸그룹인 마마무와 소녀시대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김선영 씨는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웹사이트에 광고하는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Born Star Training Center)’에서 연습생을 포함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새로운 문화로 해석될 수 있는 케이팝 열풍과 한류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는 한국에 9개의 캠퍼스를 두고 있으며 차세대 한국인 유명인사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08년도에 설립된 이후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는 마마무의 멤버인 솔라(Solar), 여러 탤런트를 갖춘 가수이자 송 라이터, 작곡가, 배우인 남우현을 포함해 몇몇 인기 정상의 아이돌 그룹을 키워왔다. 현재의 디렉터는 한국인 록 가수인 김태원이다. 그는 늘 눈을 가리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뒤로 당겨진 포니테일을 하고 다닌다. 2010년에 문을 연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 뉴욕 캠퍼스는 한국 아닌 외국에 있는 유일한 지점이다.

 

김선영 씨는 지난 2년간 이 센터에서 언어와 보컬을 가르쳐왔다. 그녀는 방탄소년단과 같은 그룹이 인기를 끌면서 연습생들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과 서구 국가들 사이에 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김선영 씨는 이 케이팝 열풍, 한류가 새로운 문화로 번역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선영 씨는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 뉴욕 지점의 연습생 중 한국인은 10% 이하라고 추산한다. 한국어 강의에 참석하는 6명의 학생 중 한국인은 엘리(Eli) 한 명뿐이다. 리오 옆에 앉은 레이첼 델세즈(Rachell Delsez, 20세)는 히스패닉이고 연습생 중 최고령자로 검은 비니와 검은 스카프로 검은 머리를 가리고 있는 살사빌 엘루부룩(Salsabil Elubuluk, 25세)은 아프리카 수단에서 왔다.

 

케이팝 스타가 되려면 보컬 레슨, 댄스 레슨과 함께 한국어 말하기 레슨은 필수이다. 리오의 삶은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해튼 유니언 광장의 언어와 외교 전문 고등학교를 다니고 교정 수업에 참여한 후 그는 뉴욕시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일어나기 전, 거의 매일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에서 인턴을 했다. 리오는 또한 주말에도 종종 하루 6시간에서 12시간 동안을 이곳에서 보냈다. 심지어 학교가 이동 제한 행정 명령으로 휴교할 때도 그는 두 번이나 몰래 들어와 연습했다. 리오가 처음으로 케이팝 뮤직비디오를 본 것은 그가 7살 때였다. 그는 퀸즈 하워드 비치에 있는 방 하나짜리 집의 하얀 타일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어머니의 아이폰을 스크롤하면서 소녀시대의 <지(Gee)>를 우연히 발견했다. 비디오에서 8명의 소녀시대 멤버들은 쇼핑몰에서 마네킹처럼 포즈를 잡고 있다. 배꼽이 드러나는 티셔츠와 번쩍거리는 액세서리를 하고서, 마치 마네킹이 실제의 삶으로 오듯 각 멤버들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귀엽게 고음으로 노래했다. 그러면서 더 넓은 카메라 앵글이 그룹으로서의 그들을 비춰줬다.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아무 생각 없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 ‘왜 나는 이것을 다시 보고싶어하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죠.

 

케이팝은 그의 부모가 들어주는 투팍(Tupac)과 악명 높은 B.I.G.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꼼꼼하게 짜인 안무의 에너지는 전화기의 작은 화면을 통해서도 그가 그냥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비록 리오는 그 후 몇 년 동안 케이팝을 더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케이팝에 대한 첫 경험의 강렬한 인상은 그에게 남아 있었다.

 

케이팝 외의 다른 것은 모두 싱거워 보였어요.

 

이후 리오는 거의 모든 뮤직비디오를 분석하고 케이팝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됐지만, 자신의 강박관념이 항상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학교를 위해 블랙핑크의 <킬 디스 러브>를 선보였다. 그는 동영상에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던 것이 '상처가 되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리오에게 뚱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뚱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말이 불쾌감을 주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리오에게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갔다. 그는 “확실히 긴밀한 공동체였어요. 우리 모두는 케이팝의 그런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요”라 언급했고, 금발의 연습생 켈리가 동의했다.

 

처음에는 제가 수줍음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침묵을 깨는 무언가는 필요 없었어요.

 

어느 토요일에 있었던 댄스 수업을 참관해보니,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스튜디오 거울을 보며 시선 처리를 배운다. 댄스 선생인 미정이 비트를 세는 동안 리오, 라첼, 살사빌은 마마무의 <힙(Hip)>에 맞춰 멋지게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춘다. 미정 선생님은 이제 막 8살이 된 한국 소년 브라이언과의 한 시간짜리 개인 교습을 마쳤는데 브라이언은 이 교실에서 땀을 흠뻑 흘렸다. “그들은 이곳에서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시작합니다.”라고 미정 선생님은 말한다.

 

리오는 2018년 에스엠과의 첫 오디션 이후 3개의 대형 연예기획사 가운데 하나인 JYP와 한 번, 빅히트와 두 번의 오디션을 봤다. 그는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에서 만난 연습생들과 계속 연락을 취했고 2019년 2월, 마침내 김선영과 함께 보컬반에 합류했다. 리오는 김선영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기술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감당할 여유가 없어 다른 수업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곳의 3개월 과정 수강료는 1,050달러(약 128만원)이다. 1년짜리 프로그램은 가장 비싸고 집중적인 프로그램으로 가격은 6,000달러(약 약 730만원)에 이른다. (또 다른 학생인 살사빌은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며 수업료를 낸다. 레이첼은 코로나19 이전 라인 프렌즈(Line Friends)에서 풀타임으로 일했다.)

 

리오가 엄마 이자벨라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이자벨라는 종종 '아마도 나중에'라고 말했다. 이는 '아마 그렇지 않을 거야'라는 엄마들의 말이다. 그녀는 나중에 후회했고, 도시 전역이 폐쇄될 때까지 리오는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에서 보컬과 언어, 댄스 수업을 들었다. 1989년 12세 때 콜롬비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이사벨라 자신은 곧 케이팝에 푹 빠졌다. 그녀는 리오의 꿈을 '100% 지지'하고 있다. 그녀는 그녀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그녀의 아들 역시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학교 교육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교육은 이민자들에게 중요하다. '유색인 가족들에게 있어 기회는 바로 교육에 있다'고 리오는 말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의 대중문화는 케이팝에서 한국영화, TV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표적 수출품이 되었다. 한국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대중문화 홍보에 앞장서 왔다. 당시는 아시아에서 금융 위기를 해결하려 애쓰던 시절이었다. 한국 정부는 케이팝을 전적으로 다루는 문화부서를 형성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존 리(John Lie)는 정부가 케이팝을 한국의 대표적 상품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케이팝: 한국에서의 인기 음악, 문화 기억상실증, 그리고 경제적 혁신(K-pop: Popular Music, Cultural Amnesia, and Economic Innovation in South Korea)’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9년 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다. 그의 환영 파티에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보이 그룹 엑소도 포함돼 있었다. “케이팝은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돈을 벌기 위해 의도되었다”고 존 리 교수는 말한다. 케이팝의 관객은 전 세계를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케이팝은 매우 특정한 '외모'를 갖춰야 하는 산업이다.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비아시안 학생인 살사빌(Salsabil)은 어두운색의 피부와 곡선 있는 몸매를 가지고 있다. 25세만 되어도 케이팝 산업의 기준에서는 ‘나이든’ 것으로 여겨지기에 케이팝 스타가 되기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그녀는 인식하고 있다.

 

열린 마음으로 참가자들의 개성을 보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 공개 오디션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사들은 이미 이상적인 사람의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위는 살사빌의 발언이다. 그 이상적인 사람이란 더 어리고, 아주 재능이 많고, 아주 잘 생긴 사람들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모두 7번의 오디션을 보러 갔다. 아스트리 반차켐퍼(22세)는 오디션에서 한국인들만 선발되는 것을 보고 환멸을 느껴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를 그만두었다. 도미니카인 아스드리는 이를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전문적으로 춤을 추고 싶어하지만, 케이팝을 현실적 꿈보다는 취미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배경을 가진 사람들조차 케이팝 산업에 진입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본 스타 트레이닝 센터의 전 훈련생인 애쉴리 장(18세)은 반은 한국인이고 반은 중국인이다. 그러나 그녀는 한국어도 중국어도 유창하지 않다. 이는 프로듀서들이 볼 때 마이너스가 된다. 이에 애슐리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케이팝은 국제적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 장벽을 깨고 더 넓은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른 언어를 잘 하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또한 문화적 문제도 있다. 비아시아 아이돌 얼굴 중 일부는 케이팝을 보호해야 한다고 느끼는 한국인들로부터 각광받지 못하며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서구 주류 매체에서 아시아계를 노출하는 횟수가 부족한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애슐리는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가진 단 한 가지 것에 백인들이 침투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일부 케이팝 팬들은 심지어 비 한인 아이돌들을 문화 도용이라고 고발도 한다. 애슐리는 일부 비 한인 케이팝 스타들이 한국 문화에 너무 집착해 그들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경계선인 'Koreaboos'라고 낙인찍혔다고 회상했다. 케이팝 스타를 꿈꾸는 이들은 케이팝 프로듀서들이 국제적 관객을 겨냥하면서도 실제는 비 한인 연습생들을 원치 않는 것 같다는 아이러니를 기억한다. 리오는 자신과 거래를 했다. 그는 나이가 케이팝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 있기에, 자신이 19살이 될 때까지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는 미국 음악 산업으로 전환할 것이다.

 

케이팝에서 배운 기술들은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할 때도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케이팝에서 배운 것들은 라틴 아메리카 음악에도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죠. 얼마나 많은 아티스트들이 노래하고, 연기하고, 춤추고, 노래를 쓸 수 있을까요? 결국에는 전부 하나로 포장하는 거죠.

 

그리고, 그것도 잘 안 된다면 해외에서 영어를 가르칠 계획이다. 하지만 리오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케이팝 산업이 한국 아닌 다른 아시아인 또는 서양인 혼혈 등 외국인들에게 좀 더 개방돼왔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쩌면 주의를 끌기 위한 큰 마케팅 전략일 수도 있어요. 실제 그렇다면 쪽박이죠. 하지만 적어도 문은 열려 있다는 얘기이니까요.”라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케이팝은 미국의 주류와 비주류 젊은이들에게 열정, 꿈과 희망을 주었다. 케이팝 스타와 케이팝의 세계에 매혹된 이들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가며 그 불가능한 세계에 도전한다. 그리고 때로는 엄청난 돈을 갖다 바친다. 하지만 그 꿈은 과연 건전한 것인가. 이 기사를 읽으며 그들의 도전정신에는 경의를 표하면서도 한국인들도 뚫기 힘든 그 영역에 도전하며 좌절을 맛볼 그들의 세계가 그려졌다. 그렇다고 마냥 케이팝의 소비자로만 남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인의 눈에 꼭 드는 얼굴이 아니라도, 한국어가 서투르더라도, 그 약점들을 살릴 수 있는 케이팝의 주역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조금은 답답한 마음으로 여러 생각을 하게 했던 기사였다. 한국의 기획사 종사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케이팝의 소비자들이 이제는 케이팝의 주체가 되기 위해 교육기관을 찾고 있다. 사진은 방탄소년단의 컨서트를 찾은 현지인 팬들 – 출처 : Drew Angerer/Getty<케이팝의 소비자들이 이제는 케이팝의 주체가 되기 위해 교육기관을 찾고 있다. 사진은 방탄소년단의 컨서트를 찾은 현지인 팬들 – 출처 : Drew Angerer/Getty>

 

방탄소년단이 인기를 끌면서 케이팝 스타 양성 기관에도 더 많은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 출처 : Astrid Stawiarz/Getty Images for Dick Clark Productions/Getty<방탄소년단이 인기를 끌면서 케이팝 스타 양성 기관에도 더 많은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 출처 : Astrid Stawiarz/Getty Images for Dick Clark Productions/Getty>

 

※ 참고자료

《Daily Beast》 (20. 5. 31.) <Meet the New Yorkers Vying to Be the Next K-pop Star—Even if They’re Not Korean>, https://www.thedailybeast.com/meet-the-new-yorkers-vying-to-be-the-next-k-pop-star-even-if-theyre-not-korean?ref=scroll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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