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발효 식품 업체에서는 '일본 김치'라는 제품을 팔고 있다.>
<해당 업체는 한국 김치 역시 판매하고 있으며, 일본-한국 김치의 다른점에 대해서는 설명을 기재하지 않았다.>
<별다른 설명이나 안내문구는 찾기 힘들었으며, 일반 미국 식재료품점에서 김치 상품이 점점 더 느는만큼 다소 난해한 제품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식의 부상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건강식으로 크게 떠오른 김치는 이제 미국 슈퍼마켓 어디서나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 특히 과거 김치는 한인마트 또는 아시아 식료품점을 중심으로만 구매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현재는 대형 미국 슈퍼마켓 체인들을 비롯해 지역 중소규모 상점들 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김치 브랜드들 또한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의 제품, 미국 내 한국계 미국인들이 운영하는 개인 브랜드, 미국인들이 자사 식품 브랜드 아래 제조한 김치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한식을 대표하는 발효 건강 음식 김치가 미국인에게 생소한 식품이 아닌, 직접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음식의 하나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뉴욕을 대표하는 매체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크고 작은 미디어들은 김치를 하나의 고급 음식으로서 타코, 샌드위치, 샐러드, 파스타 등에 활용하는 미국 스타일 레시피를 계속해서 공개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미국 내 김치 상품들의 성장은 현지에 대형 한국 김치 공장 설립이 추진되는 등 전례 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김치 제조 식품기업으로 유명한 대상은 올해 1분기 미국 법인(DSF DE, INC)에 130억 원을 지원, 미국 공장 착공이 초읽기에 돌입했다고 보인다.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에 김치 공장을 두고 있는 대상은 북미 지역 최초로 미국에 생산시설을 설립, 김치의 인기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상 아메리카 매출은 지난 1분기 290억 원으로 전년 동기(193억 원) 대비 50% 늘었다. 김치를 중심으로 간편식과 장류 판매가 증가, 이는 한식과 각종 발효 식품들이 미국인들에게 생소하고 냄새나는 식품이 아닌, 건강과 조리법에 따라 감칠맛을 돋울 수 있는 식품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김치가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정체가 불분명한 상품들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미국 내 건강 발표 상품을 판매하는 와일드 브라인은 다양한 독일식 절임 음식 사워크라우트로 유명하다. 유기농 식료품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급 식료품점에 입점, 미국 전역에서 판매된다. 발효 건강 상품 브랜드답게 와일드 브라인은 최근 들어 김치와 관련 상품들도 출시 판매 중이다. 김치 종류는 일본, 한국으로 나누어져 판매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김치 제품들은 겉면 포장에 각각 일본, 한국 국가명과 한자, 한글로 적혀진 포장지가 눈에 띈다. 일본 김치는 눈에 띄게 색깔이 밝은 반면, 한국 김치는 붉고 진하다. 상품의 차이는 미소 된장과 한국 고춧가루를 사용했다는 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단순히 덜 매운맛과 매운맛 김치를 표기하는 대신 국가명을 사용함으로써 미국 내 일반인 소비자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상품들은 김치가 한국음식이라는 점, 한국과 한식을 알아나가는 미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헷갈리며, 한식과 여타 아시아 음식을 동일시하는 효과가 날 수 있다. 단순 퓨전 음식 식품이라고 하기엔, 김치나 다른 한식 재료가 타문화권 식재료와 만나 색다른 맛을 내는 것도 아닌 상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와일드 브라인의 제품뿐만이 아닌, 최근 들어 미국 식재로 품 상점에 더욱 자주 출몰하고 있다. ‘한국'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중국식 소고기 볶음을 불고기 양념 같은 단맛만 좀 더 첨가해 판매하거나, 또는 한식 고유의 나물이나 냉면을 ‘아시안 풍'으로 두루뭉술하게 설명해 판매하는 상품도 자주 보인다. 게다가 한식 특유의 매운맛을 어려워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덜 매운맛 상품들을 ‘일본식'이라는 꼬리말을 달아 판매하는 상품이 점점 더 눈에 자주 띄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오랜 기간 동안 한국과 한국 문화는 일본, 중국의 아류 정도로만 여겨져 왔다. 꾸준한 한류 전파 노력을 통해 2000년대 이후 급격하게 인식 변화와 인지도를 높여왔지만, 여전히 미국 대도시를 넘어 중소규모 도시의 보수적인 시민들에겐 알려야 할 부분이 많다. 평소 뉴욕처럼 한류 페스티벌이나 문화 예술 콘텐츠를 만나보는 것이 쉽지 않은 지역의 미국인들에게는 한식당 방문도 여전히 어려운 점이 많은 만큼, 대형 슈퍼마켓 체인 등에서 판매되는 한식 제품은 큰 의미를 가진다. 최근 들어 한식의 인기와 성장은 미국인들이 애용하는 식품 상점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괄목할 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국적 불문과 다소 난해한 퓨전 상품들이 한식 인기에 편승하여 판매되는 모습을 보며, 한식이 자체적인 개성과 맛을 인식시키기 위해선 꾸준히 한류 문화를 전파하고 문화 교류를 이어나가야만 미국 내에서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 성명 : 강기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뉴욕)/뉴욕 통신원] - 약력 : 현) 패션 저널리스트 및 프리랜서 디자이너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교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