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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복디자이너 김은주 씨가 본 블랙핑크의 개량한복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7.20

블랙핑크의 신곡,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업로드 24시간 만에 조회 수 8,630만 회를 넘더니 37시간 37분 만에 1억 회를 넘기며 기네스 레코드를 새로 썼다. 이 뮤직비디오 속에서, 그리고 지난 26일(현지 시간) 《NBC》의 방영 프로그램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블랙핑크가 입고 출연한 현대화된 한복은 전 세계인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댓글에는 “너무 아름답고 섹시하다”며 블랙핑크의 한복에 대한 찬사가 줄을 잇고 있다.

 

LA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하며 많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미희한복의 김은주 대표를 만나 블랙핑크의 개량한복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들어봤다. 대학 시절 조각을 전공했던 김은주 대표는 미국에 건너와 미술 공부를 계속하다가 전공을 패션으로 바꾸어 공부를 마친 후 잠깐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 그 후 다시 인테리어를 공부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가구, 커튼 등 패브릭을 사용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그녀가 가장 관심을 갖고 했던 것이 바로 그런 분야였던 것이다.

 

한복 일은 6년 전, ‘미희한복’을 인수하면서부터이다. “저는 한복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한복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라는 김은주 대표의 말대로 ‘미희한복’은 그동안 개량한복, 신부 웨딩 드레스 작업을 많이 해왔다. 한인 배우인 샌드라 오의 어머니가 에미상 시상식 때 입었던 한복도 그녀의 작품이다. 그리고 샌드라 오와의 인연으로 앞으로 샌드라 오가 출연하는 영화의 의상도 담당했다. 작년에는 LA 카운티 뮤지엄(LACMA)에서도 멋진 한복 패션쇼를 열기도 했었다. 김은주 대표는 3차원 공간에서 이뤄지는 조각과 인테리어의 구조와 색채에 한복의 패턴을 접목해 여러 한복 작품들을 개발했다. 드레시한 한복, 럭셔리한 한복, 입기 편안해 캐주얼하게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작품까지 그녀의 한복은 한복의 한계를 넘어선다.

 

전통적인 한복만 가지고는 미래 지향적인 일을 할 수 없어서 이런 작품들을 많이 준비해온 것이죠.

 

그녀의 작품들은 지난 해 파리 패션 마케팅 주간 무대에 올랐고 2년 전에는 일본에서도 선보여졌다. 올해는 7월 한국에서 쇼가 예정돼 있었는데 코로나19로 11월로 연기됐다. ‘미희한복’을 처음 인수했을 때에는 기존의 손님들이 주 고객이었다. 부모님이 고객이라 돌 한복을 입었던 2세대, 3세대들이 성장해서도 계속해서 ‘미희한복’을 찾는 충성스러운 손님이 된 경우이다. ‘미희한복’은 최고의 옷감을 이용하고 염색도 직접 하는데 그런 고집과 전통을 선호하는 이들이 주요 고객이란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개량된 한복 사진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젊은 층 고객들이 엄청나게 늘었다. ‘미희한복’이 가야할 길을 걷다 보니, 즉 전통을 살리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옷들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객층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그동안 ‘미희한복’은 할리우드 쇼 비즈니스의 일도 여럿 했다. 영화 <버닝>에도 유아인과 출연했고 미 주류사회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한인 배우 스티븐 연도 이곳에서 웨딩 한복을 했고 그 외에도 그녀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 많은 배우들이 그녀의 옷을 입었다.

 

잡지 《캐릭터리스틱스(Characterics)》와도 여러 화보 촬영과 이벤트 작업을 함께 했다. 《캐릭터리스틱스》는 아시안 배우들을 주로 소개하는 엔터테인먼트 매거진으로 배우들의 화보를 한복으로 해서 소개하곤 했었다. 《캐릭터리스틱스》과 ‘런던 파운데이션(London Foundation)’이라는 기업이 함께 했던 이벤트에서는 직원 전체에게 ‘미희한복’의 한복을 입히기도 했었다. 이처럼 스페셜 이벤트를 위한 한복 작업을 하다 보니 인식의 한계에 도전하는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그녀는 회고한다. 김은주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이미 한복에 대한 관심이 제법 형성돼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가수와 모델들은 물론 외국 잡지의 에디터들로부터 제법 자주 연락이 온다는 사실이 그런 관심을 반영해 준다는 것이다. 이번에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한복 전문가인 그녀는 어떤 평가를 할까, 궁금했다.

 

블랙핑크가 뮤직비디오에서 입은 한복은 한복을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반인들이 입기에는 조금 과한 면이 있지만요. 무대 위에 서니까 긴 치마를 입고 춤을 출 수는 없는 거겠죠. 공연하려는 목적에 맞게 잘 개발한 것 같아요. ‘한복이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고, 이렇게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반가웠습니다. 블랙핑크가 입은 한복의 옷감은 한국 문양을 따와 자체적으로 염색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정성을 쏟고 업그레이드 되면 다음에 더 좋은 것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정말 여러 면에서 좋은 시도를 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이번에 블랙핑크의 한복에서 선보인 탱크탑에 대해 “치마를 떼어버리고 말기(치마 윗부분, 묶는 부분)만 웃옷으로 만든 디자인”이라며 자신 역시 2년 전 LACMA에서의 패션쇼 때 똑같은 작품을 선보였다고 말한다. “현대화를 하려면 해체와 통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서 앞으로 한복의 현대화 작업에 어떤 고민이 필요한가를 알 수 있었다. 한복전문가인 그녀는 한복의 미를 어떻게 볼까.

 

한복은 선이 무척 아름다워요. 한국 건축에서 기와와 처마 선이 예쁘듯, 한복도 선이 예쁘죠. 전 세계 어디에도 이처럼 정교한 옷을 만든 나라는 없습니다. 저는 여행하면서 또 평소에도 다른 나라의 민족 의상을 부지런히 관심을 갖고 찾아보는데 이렇게 옷의 선 하나하나, 동정과 고름, 버선코 등 섬세함을 살려가면서 만든 옷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속옷만도 7겹으로 해 입었습니다. 7겹 자체도 하나하나가 너무 잘 만들어져 기능성이 있는 옷들이에요. 저는 이 7겹의 속옷을 한 벌로 만들어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해서 선보이기도 했었어요. 또한 한복은 자연섬유를 사용해서 섬유 자체가 호흡을 하죠. 그러면서도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요. 저는 하얀 모시 한복에 단정하게 비녀를 꽂은 한국 여인의 고상한 이미지가 한국의 미를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그 전통을 잊지 말고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세대를 위해 편안함이 가미된 옷을 개발하는 것이 저의 꿈이자 사명입니다.

 

5년 전 H&M 등의 브랜드에서 기모노 스타일이 엄청나게 인기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이번에 블랙핑크의 한복 뮤직비디오로 한복이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 같으냐는 질문에 김은주 대표는 “이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답한다. 2015-2016년 시즌, 칼 라거펠트 시절의 샤넬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한복을 재해석한 디자인들을 대거 선보였었다. 색동과 조각보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패치워크, 한복의 실루엣을 반영한 둥근 어깨선과 스커트, 가채를 응용한 헤어 장식까지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은 한국의 전통미를 반영한 의상들로 가득했었다.

 

저는 샤넬의 컬렉션을 보면서 외국인이 그들의 시각으로 우리의 것을 해석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었어요. 특히 그때 자개장의 무늬를 재해석해 옷에 응용한 작품을 보고는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때 이미 전 세계적으로 한복이 주목을 받았던 거죠. 그 후로도 여러 디자이너들이 한복의 요소를 접목시킨 컬렉션을 선보였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일상 생활 속에서 사용해주면 그게 바로 ‘한복의 세계화’ 아닐까요? 저는 현장에서 ‘한복의 세계화’가 이미 왔다고 느끼는데요. 동정과 고름, 둥근 선 등 한복의 여러 요소들이 응용된 옷들을 많이 보거든요.

 

‘미희한복’의 매장에는 김은주 대표가 디자인한 독특한 한복들이 여러 벌 진열돼 있다. 어스톤(Earth Tone)의 드레스 한복은 파리 쇼에서 선보였던 작품으로 당의를 변형해 프렌치 레이스와 크리스털로 장식했다. 주름이 촘촘히 잡힌 앞치마처럼 보이는 것은 김 대표가 개발한 일명 ‘꼬리치마’이다. 바지를 입고 다니다가도 갑자기 정장을 해야할 경우에 바지 위에 이 꼬리치마만 덧입어도 클래식하고 포멀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저고리 모양의 실크 누비 자켓은 티셔츠 또는 그 어떤 옷을 입고 있다가도 위에 걸치면 포멀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겉옷이다. 짧은 스커트로 개발한 한복 치마는 앞부분을 마치 손으로 들어올려 고정시킨 것처럼 주름이 많고 풍성하게 만들어 사랑스러우면서도 활발하고 밝아보인다. 말기(한복 치마 위의 묶는 부분)를 도드라지게 장식한 드레스도 여러 벌 개발했는데 수를 놓거나 조각보를 이어 꾸미기도 했다.

 

그녀 자신도 평소에는 불편해 잘 입지 않지만 행사가 있을 때면 자신이 디자인한 한복을 입고 나간다. 평소에도 입을 수 있도록 개발했기 때문에 특별한 날 입기에는 불편함이 없고 현지인들로부터의 반응도 폭발적이라 할 만큼 좋단다. 김대표는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 속 섹시하고 귀엽고 활발한 디자인을 대중화하는 것도 한복의 저변확대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이 가는 길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런 여러 시도를 통해 한복도 더욱 발전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 춤출 때 입는 한복도 좋은 시도죠. 저의 경우에는 우주에 대해 관심이 많고 우주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우주복을 한복으로 만들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우주복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만 한복도 변하는데 우주복이라고 변하지 말란 법이 있겠어요?

 

짧은 치마와 탱크탑 스타일의 한복을 수용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그녀의 기발한 사고에 혀를 내둘렀다.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 속 한복 소개를 시작으로 올여름 또는 다가오는 계절에 미국, 아니 전세계 젊은 여성들이 한복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니는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웨딩드레스로 개발한 한복을 선보이고 있는 미희한복 대표, 김은주 씨

<웨딩드레스로 개발한 한복을 선보이고 있는 미희한복 대표, 김은주 씨>

 

전통미가 살아 있는 은은한 톤의 한복들<전통미가 살아 있는 은은한 톤의 한복들>

 

<어린이용 통과의례를 위한 한복들>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한복<은은하면서도 화려한 한복>

 

직접 염색하는 고급 패브릭<직접 염색하는 고급 패브릭>

 

엄마와 아가가 함께 입는 돌 의상<엄마와 아가가 함께 입는 돌 의상>

 

짧은 치마로 개발한 한복<짧은 치마로 개발한 한복>

 

하늘하늘하고 화려한 한복 드레스<하늘하늘하고 화려한 한복 드레스>

 

조각보를 댄 한복 치마<조각보를 댄 한복 치마>

 

파리 패션쇼에서 선보인 크리스탈과 프렌치레이스로 장식한 당의파리 패션쇼에서 선보인 크리스탈과 프렌치레이스로 장식한 당의<파리 패션쇼에서 선보인 크리스탈과 프렌치레이스로 장식한 당의>

 

한 벌로 개발한 7겹 속옷<한 벌로 개발한 7겹 속옷>

 

클래식한 적삼<클래식한 적삼>

 

미희한복 매장 내부<미희한복 매장 내부>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 통신원 사진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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