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 착용은 필수가 되고 있다. 마스크는 외출 시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걸러주는 장치로 위생과 건강에 중요한 발명품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호흡기감염증이 확산될 때 꼭 필요한 의료 장비 중에 하나다. 하지만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부터다. 의사가 수술용 마스크를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1897년이지만 당시에 사용한 마스크는 필터가 있는 마스크가 아니라 손수건에 가까웠다. 하지만 1910년 10월경 만주 페스트가 유행하면서 공기를 통해 질병이 전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러한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거즈와 면을 여러 겹의 마스크가 만들어졌다. 이때 만들어진 마스크가 최초의 의료용 방역 마스크다.
〈전염병 예방에 크게 기여한 말레이시아 의사 우리엔테 - 출처: 위키피디아〉
의료용 마스크를 처음 고안해 배급한 사람은 바로 말레이시아 의사 우리엔테(우연덕, 伍連德)다. 우리엔테는 장학생으로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최초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으로 만주의 페스트 치료에 크게 기여했다. 약 20년 간 중국에서 전염병 확산 예방에 힘써온 그는 중국 의학 협회를 세우는 등 전염병 예방에 앞장섰다. 말레이시아에 돌아온 이후에는 반아편협회를 만들고 아편의 해악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노력했으며, 여성의 동등한 교육 기회를 주장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했다. 그는 1935년 중국계 최초로 노벨상 후보에 올랐고, 그의 고향인 말레이시아 페낭에서는 우리엔테 동상을 세워 그의 공헌을 기리고 있다.
〈페낭에 남아있는 우리엔테 의사의 벽화와 동상 - 출처: '더스타'〉
우리엔테 의사는 1910년 청나라의 부름을 받아 만주 지역의 페스트를 조사하면서 방역 마스크를 개발했다. 1910년 12월 17일 그는 부검에서 병원균을 발견하고 페스트가 비말과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후 면과 거즈로 만든 방역 마스크를 개발했고 만주 지역의 철도 운행을 중단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면서 성공적으로 페스트를 막게 된다. 우리엔테 의사는 1911년 4월에 중국 묵단(현 선양)에서 열린 국제전염병학회에 의장으로 참여해 11개국의 주요 관계자들에게 예방법을 알렸고, 그의 공헌으로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 때도 마스크는 감염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엔테 의사가 개발한 최초의 방역 마스크 - 출처: 넥스트샤크〉
〈마스크를 착용한 만주 지역 의료진들 - 출처: 씽크차이나〉
의사 우리엔테가 개발한 최초의 방역 마스크는 조선에서도 빛을 발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신문사 창간 해인 1920년부터 2020년까지 100년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마스크’라는 단어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99년 전인 1921년이다. 1921년 4월 12일 자 ‘북만(北滿)의 흑사병으로 열차에 검진 개시’라는 제목의 기사에 마스크가 처음 등장한다. 해당 기사에는 “남행열차를 타고 들어오는 지나고력(支那苦力·중국 노동자)에 대한 망진(望診)과 휴대물에 대하여 주의케 하며… 노동자가 전부 신의주역에 하차하여 닷새 동안을 그곳에 있는 격리소에 수용하여 검역케 하고… 전부 마스구(마스크)를 사용케 하였더라.”라고 전한다. 우리엔테 의사가 공기 중 확산으로 병이 전파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전염병이 조선에 전파되지 않도록 국경지대에 검역소를 설치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내용이 담겨있는 것이다.
100년 전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지금보다 더딘 과거에도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 국가간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했다는 것이다. 만주에 간 말레이시아 의사는 국제전염병학회에 의장으로 참석해 마스크의 중요성을 설파했고, 이 마스크는 조선에도 보급되면서 한반도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는 한국에서 생산한 의료 장비와 진단 키트를 다른 나라에 보급하고, 코로나19를 물리치기 위한 정보를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연대와 협력은 인간이 난관을 극복을 위해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인 동시에 바이러스와 인간의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확산을 위해 공조할 수 없지만, 인간은 국가를 초월하여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협조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이러스에 대한 귀중한 경험을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한 다른 나라에 기꺼이 의료 장비를 보내면서 연대하고 있는 것이다. 100년 전 협력과 연대의 교훈은 21세기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인류에게도 그대로 유효하다.
※ 참고자료
National Library Singapore (18. 9. 26.) 〈Wu Lien Teh〉, http://www.nlb.gov.sg/resourceguides/wu-lien-teh/
《Fast Company》 (20. 3. 24.) 〈The untold origin story of the N95 mask〉, https://www.fastcompany.com/90479846/the-untold-origin-story-of-the-n95-mask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 (20. 4. 20.) 〈Dr Wu Lien Teh: Malaya’s Nobel Prize nominee and N95 mask inventor〉, https://www.freemalaysiatoday.com/category/leisure/2020/04/20/dr-wu-lien-teh-malayas-nobel-prize-nominee-and-n95-mask-inventor/
《조선일보》 (20. 9. 12.) 〈[터치! 코리아] 100년 전 신문에서 마스크를 찾았다〉, https://www.chosun.com/opinion/touch_korea/2020/09/12/3YBN6ZNQS5AIJEWLWITP6WMJ7E/
-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