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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음악으로 선한 영향력과 위로를 주고싶어요"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피 채이와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9.25

불어오는 바람마저 따뜻해지며 봄으로 향하는 호주는 현재, 여러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공간에서 문화예술 이벤트를 개최해오고 있다. 언택트 공연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위로를 주지만, 한편으로는 원인 모를 갈증과 부족함을 느끼게 하기 마련이다. 뮤지션들도 무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호주에서는 연초부터 시작된 봉쇄령으로 이벤트가 잇따라 연기, 혹은 취소되면서 무대에 설 기회는 거의 없어졌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티스트들은 현장 공연 대신 음악 작업 모습을 유튜브 등을 통해 짧은 영상으로 공유한다. 통신원은 최근 SNS를 통해 뉴질랜드 교포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피 채이(Crispy Chae, 박채영)의 영상을 접했다. 크리스피 채이는 정식 싱글앨범을 발매하며 자신의 음악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아티스트다. 아래는 크리스피 채이를 만나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음악을 즐기는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피 채이 – 출처 : 크리스피 채이 제공<음악을 즐기는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피 채이 – 출처 : 크리스피 채이 제공>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박채영이라고 해요. 현재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피 채이로 활동하고 있어요. 제가 호주에서 지낸 지는 1년이 좀 더 넘어가고 있네요. 아티스트이자 수자원 엔지니어(Water Engineer)로 일하고 있어요. 뉴질랜드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고, 음반도 발매했습니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요?

저는 현재 시드니 워터(Sydney Water)라는 기관에서 워터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어요. 물과 관련된 전략을 짜기도 하고, 폐수 처리 관련 모델링 업무를 맡고 있지요. (도시계획에 있어서) 하수구 설치를 비롯하여 상하수 관리 등 수자원공급에 관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대학에서 토목학(Civil Engineering)을 전공했습니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 뉴질랜드에 가게 되었나요?

한국 나이로 12살 때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어요. 친한 친구나 지인들 모두 뉴질랜드에 살고 있어요. 현재 저는 업무차 시드니에 혼자 머물고 있어요.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피 채이의 공연무대 퍼포먼스 – 출처 : 크리스피 채이 제공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피 채이의 공연무대 퍼포먼스 – 출처 : 크리스피 채이 제공>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활동명, 크리스피 채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제 이름이 박채영이잖아요. 처음에는 ‘채이(Chae)’라는 이름으로 짓고 싶었어요. 스포티파이를 통해 음원을 발매했는데, 이미 다른 사람이 채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어요. 제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CrispyChae’인데요. 음악 활동을 함께 하던 동생들이 제 목소리가 크리스피하다고 말을 해줘서, 아이디를 그렇게 만들었었죠. 제 곡을 다시 올리기 위해서 급하게 크리스피 채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어요. 그 후, 계속 공식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 어려서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고, 프로듀싱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K팝 스타> 호주예선을 했을 때도 연락을 받았고요. 오디션을 통해 데뷔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대학진학을 하게 됐고, 공대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대학 진학 후에도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 대학교 1, 2학년 때 음악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공부에 소홀해져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어요. 충격을 받아 음악을 잠시 접어두고, 공부에 전념했죠. 시간이 지나 졸업했고, 취직도 했어요. 그러던 중, 예전에 음악을 같이 하던 지인에게 연락이 와서 무대에 설 기회를 제안받았습니다. 공연은 한 달 후였고, 곡을 급하게 만들어야 했지만, 제가 항상 원하던 것이었기에 수락하고 도전했습니다. 정식발매 전이었지만, 만들어 놓았던 곡으로 공연하게 되었어요. 공연 후에 마스터링 작업을 해서 곡들을 완성했습니다. 드럼연주를 즐겨 하던 아이가 자신의 곡을 쓰고 발표하는 아티스트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이지요.

 

아티스트로서 크리스피 채이는 어떤 음악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곡 작업을 할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요?

일단 써놓은 곡을 마스터링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작업이에요. 저는 시드니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피처링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어느 한 프로젝트에 몰두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정리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프로젝트들을 순차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에요. 뮤직비디오 촬영 계획도 가지고 있었는데, 코로나19의 여파로 진행하기가 힘들어졌어요. 원래 계획했던 음악 작업을 차근차근해 나가는 중이에요. 제가 써놓은 곡들은 영감을 받아 만들어 놓은 것들이 많은데, 현재 발매된 곡들은 비트에 목소리를 얹어서 만든 곡들이에요. 비트를 들었을 때 드는 느낌을 테마로, 또한 경험을 토대로 곡을 쓰고 있어요. 처음부터 프로듀싱을 통해 곡을 써보는 것이 꿈입니다.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피 채이의 'A Letter From Wendy' - 출처: 유튜브 채널(@Crispy Chae-주제)>

 

현재 싱글앨범 <Aftermath>와 <A Letter From Wendy>를 발매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두 곡을 쓰게 된 계기 또는 배경은?

일단 계기와 배경은 공연준비를 하면서 만들게 된 곡들입니다. 공연을 위해 짧은 시일 내에 세 곡을 만들어야 했어요. 한 곡은 제가 해보고 싶은 곡이었고, 다른 한 곡은 신나는 곡, 또 다른 하나는 무드가 있는 곡을 준비하고 싶었어요. <A Letter From Wendy>는 신나는 분위기의 곡이었고, <Aftermath>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적 방향성을 지닌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A Letter From Wendy>는 제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순수하고 때 묻지 않고 싶은 마음을 담은 곡입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계속 잊지 않고 싶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가사의 곡이에요. <Aftermath>는 헤어짐을 모티브로 쓴 곡이에요. 힘들어서 아파하기보다는 덤덤하게 헤어짐을 이겨내고 있는 모습을 담은 곡이에요. 헤어지는 과정을 천천히 할 수 없겠나 하는 내면의 생각을 나타낸 가사에요.

 

음악적 롤모델이 있나요?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한국의 가수 또는 아티스트가 있는지요?

롤모델은 로린 힐(Lauryn Hill)이라는 가수에요. 진정성이 느껴지는 가수고, 그분의 노래에는 세밀하게 감정선을 전달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블랙가스펠 곡들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 분야의 가수들을 좋아하고 동경했던 것 같아요. 활동면에서도 로린 힐이 가수로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저런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어요. 콜라보 작업을 해보고 싶은 한국 가수는 크러쉬, 자이언티, 적재 같은 분들이에요. 그분들의 타고난 음악성을 존경하고, 동경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곡을 쓸 계획인지, 또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발매를 앞두고 있는 곡은 <Fickle>이라는 곡인데요. ‘가식적인 너랑 연애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가사를 담은 곡이에요. 헤어지자고 해놓고도, 헤어지기 싫은 마음을 그리고 있어요. 저는 저의 음악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사람들에게 쉼을 줄 수 있는 곡을 쓰고 싶어요.

 

남은 2020년의 계획은?

코로나19로 여러 계획이 지연되고 있어요. 이 시기를 저의 재충전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 드럼을 좋아하던 아이에서 이제 곡을 쓰는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크리스피 채이는 음악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가수를 동경해왔고, 자신도 사람들에게 쉼, 편안한 안식의 시간을 줄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토목학을 전공하고, 수자원 엔지니어가 된 젊은 음악가 크리스피 채이의 실용과 꿈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이민자로서의 내면, 젊은이로서의 감성, 엔지니어로서의 내면 이 모든 것이 음악적으로 어떻게 발현될까를 응원하며 그의 음악적 발전을 기대해본다.


김민하 통신원 사진
    -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 약력 : 현재)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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