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남아공 대통령이 대국민 댄스배틀 참여를 권고한 이유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10.07

코로나19로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된 지 만 6개월이 되어가는 지난 9월 중순,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생방송에서 봉쇄조치 1단계 하향 발표와 함께 올 '문화유산의 날'에 모든 국민이 '예루살레마 댄스 챌린지(Jerusalema Dance Challenge)'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국가재난사태가 10월 15일까지로 연장된 상황에서 일국의 원수가 국민에게 춤 배틀에 참여하라니?

 

'문화유산의 날 (Heritage Day)'은 매년 9월 24일로, 1994년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종식과 함께 지정되어 1996년부터 시행된 신생 국가 공휴일이다. 원래 9월 24일은 남아공 콰줄루나탈 주(州)에서 남아공 대표 부족 중 하나인 줄루족의 전설적인 왕인 킹 샤카를 추모하던 '샤카 데이(Shaka Day)'였다. 아파르트헤이트 시대를 끝내고 민주주의국가를 선포하면서 국민의 화합을 기념하기 위한 국가 기념일 제정에 대한 공론이 모아졌고, 남아공 역사에서 자립을 위해 싸우던 위대한 왕인 킹 샤카 추모일이 그 기념일로 선택된 것이다. 남아공은 국가 공식 언어만 11개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 부족과 문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문화유산의 날'은 이러한 다양성이 국가 차원의 통합과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발전의 저력임을 확인하고 이를 축하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날은 또한 '국가 브라이(남아공식 바베큐) 날 (National Braai Day)'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데, 이는 연중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는 남아공에서 특히 야외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9월, 가족과 지인이 모이는 휴일에 자연스레 브라이가 빠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남아공인의 DNA에는 브라이가 들어있다고 할 정도로 브라이는 남아공 국민 모두를 묶어주는 문화요소이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의 날' 포스터(좌)와 '브라이의 날'(우) 포스터 - 출처: theSouthafrican.com'문화유산의 날' 포스터(좌)와 '브라이의 날'(우) 포스터 - 출처: theSouthafrican.com

<'문화유산의 날' 포스터(좌)와 '브라이의 날'(우) 포스터 - 출처: theSouthafrican.com>

 

그러면 라마포사 대통령이 각별하게 부탁한 <예루살레마(Jerusalema)>는 어떤 노래인가? 이곡은 남아공의 유명 뮤지션이자 프로듀서인 '마스터 케이지 Master KG(본명 Kgaogelo Moagi)' 의 곡으로 최근 남아공 각종 음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투브에서 이미 지난 7월 5천만 이상의 뷰를 기록하였다. '예루살레마'는 남아공 줄루어로 예루살렘을 일컫는다. 일부는 가사 때문에 가스펠이라고도 하지만 종교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향(예루살렘)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예루살렘은 나의 집(Jerusalemaikhaya lami)

날 지켜주고 나와 함께 걸어요(Nglono loze)

여기 두지 말아요 (Zungangi shi yi Iana)

나의 집은 여기가 아니에요 (Ndawo yami ayikho lana)

나의 왕국도 여기가 아니에요(Mbuso wami awukho Iana)

 

이미 세계적인 일렉트로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있는 실력자인 '마스터 케이지'의 인지도,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하고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국민의 염원을 담은 가사, 남아공인의 정서를 담아 힘을 복돋아 주는 흥겨운 비트와 안무, 줄루, 쏭가, 스와티, 벤다, 은데벨레, 소토, 코사 등 다양한 부족어가 섞여 있어 남아공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대중성, 이것이 라마포사 대통령이 올 문화유산의 날에 서로를 축하하고 현실을 극복해 내기 위해 이 곡을 선택한 이유이다.

 

남아공 국민들은 대통령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대하였는데, 정부청사, 외국 대사관, 고등법원, 방송국, 공항, 학교와 회사, 공사장, 길거리 등 장소와 직업, 성별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국민이 이 댄스 배틀에 참여한 동영상이 대통령실 공식 트위터를 통해 공개되었다.

 

교통부 장관이 이끄는 예루살레마 댄스 챌린지 - 출처: 남아공 대통령실 공식 트위터 @PresidencyZA<교통부 장관이 이끄는 예루살레마 댄스 챌린지 - 출처: 남아공 대통령실 공식 트위터 @PresidencyZA>

 

 

다양한 부족과 이민자들로 구성된 남아공이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아가 감사하는 날인 문화유산의 날, 각자의 전통 복장을 하고 출근을 하고 학교에 가거나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당연하고 축하받는 이 날이 올해에는 아프리카 노래의 흥겨운 비트로 인종과 종족을 초월하여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뜻 깊었다.

 

※ 참고자료

https://www.thesouthafrican.com/lifestyle/how-to-celebrate-heritage-day-for-south-africans-across-the-world/

https://twitter.com/PresidencyZA?ref_src=twsrc%5Etfw%7Ctwcamp%5Etweetembed%7Ctwterm%5E1309067503033872384%7Ctwgr%5Eshare_3&ref_url=https%3A%2F%2Fwww.iol.co.za%2Fnews%2Fsouth-africa%2Fwestern-cape%2Fwatch-sa-responds-to-ramaphosas-call-for-jerusalema-dance-challenge-b0bf4709-f398-4ac9-8215-2b60803f75d0

https://www.iol.co.za/news/south-africa/western-cape/watch-sa-responds-to-ramaphosas-call-for-jerusalema-dance-challenge-b0bf4709-f398-4ac9-8215-2b60803f75d0



윤서영 통신원 사진
    - 성명 : 윤서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남아프리카공화국/프리토리아 통신원]
    - 약력 : 현) 주 남아공 문화홍보관 실무관 
                전) Africa Master Blockchain Company Marketing Manager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아프리카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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