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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 미키 라이 감독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10.20

말레이시아 영화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The Cloud is Still There)>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아시아단편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는 중국계 말레이시아 가족이 겪는 종교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미키 라이(Mickey Lai) 감독의 단편 데뷔작으로 <동남아시아단편영화제> 최고의 연기상을 비롯해 <아시아 시네마톨로지 어워즈>에서 최고의 아세안단편영화 및 최고의 학생단편영화를 수상했으며, <2020 노르위치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다. 미키 라이 감독을 만나 작품과 영화 제작과정,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우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아시아단편 경쟁'부문에 공식 초정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작품 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는 자전적 단편 데뷔작입니다. 저는 굉장히 보수적인 중국계 집안에서 자란 개신교 신자입니다. 평생 도사를 지낸 할아버지와 가족은 모두 착실한 도교 신자인 반면에 저는 집안의 유일한 개신교 신자입니다. 작품은 개신교 신자인 딸과 도교 신자인 어머니가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각자의 신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 가족의 문화 그리고 종교적 갈등을 담은 작품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아시아단편 경쟁'부문에 공식 초정된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아시아단편 경쟁'부문에 공식 초정된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

 

직접 시나리오부터 편집과 연출 등을 맡아 단편영화를 제작하셨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어떠했나요.

2019년 9월 런던에서 처음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런던에서 시나리오를 모두 끝마친 뒤 말레이시아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런던에서 모든 시나리오 작업을 끝낸 이유는 시나리오가 가족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어 가족들에게는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명확하게 보기 위해서는 가끔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에서 지내면서 보다 명확하고 진실된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모든 영화 촬영을 마친 뒤에는 시나리오를 영국에서 작성한 같은 이유로 영국으로 돌아가 후반 작업을 했습니다. 후반 작업을 끝낸 뒤에는 저의 데뷔작이기 때문에 영화제작자이자 스토리텔러로서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 국제영화제에 도전했습니다.

 

미키 라이 감독<미키 라이 감독>

 

영화를 제작하던 초기부터 많은 사람들이 목표로 하는 관객층을 묻고는 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지금까지도 목표로 삼은 관객층이 특별히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영화를 통해 저에게 중요하고 가까운 문제를 말하고, 그 내용을 영화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는 영화 제작 초기 단계에서 영국 학교의 교수님과 학과 친구들과 의견을 나눌 때부터 갖고 있던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말레이시아가 다문화국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계 말레이시아 가족 내의 다문화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영화계 역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말레이시아의 상황을 반추하게 만들었고 내가 누구인지, 영화제작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상기시켰습니다.

 

영화 제작 과정<영화 제작 과정>

 

저는 우리 사회가 말하는 걸 꺼려하거나 제대로 다루지 않는 주제를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진실된 영화를 제작하기를 원합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관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영화를 제작하는 것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제가 끝난 뒤에는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였고 느꼈는지 하루 빨리 듣고 싶습니다.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는 말레이시아의 다종교적 특징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말레이시아를 떠올리면 민족간 이슬람, 개신교, 불교, 도교 등 많은 종교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중국계 말레이시아 가족 구성원이 갖는 종교적인 차이에 대해서는 쉽게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말레이시아의 다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영화를 만드는 내내 “영화는 무엇에 대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가족”을 정의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족 간 두 개의 믿음이 갈등 없이 공존할 수 있을까요? 아시아, 특히 전형적인 중국계 가족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를 공경하는 효를 중요하게 가르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갖는 믿음과 신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같은 관념을 가지면서 강한 연대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가운데 누군가 다른 신념을 갖게 된다면 어떠할까요? 나와 다른 자녀가 있다면 세대간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영화에 등장하는 20대 초반의 시아오 레(Xiao Le)는 개방된 성격에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반면에 그녀의 어머니는 집단주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며 자신보다는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과거 세대입니다. 어머니는 평생 도사로 지내온 할아버지의 신념을 지키려고 하기에 어머니와 딸 사이에는 큰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작품 속 개신교 신자인 딸과 도교 신자인 어머니 사이의 갈등<작품 속 개신교 신자인 딸과 도교 신자인 어머니 사이의 갈등>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갈등이 사실은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개신교 신자인 딸과 도교 신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양쪽 모두가 할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할아버지를 살리려고 하면서 생겨난 것입니다. 그리고 갈등으로 인해 어머니와 딸은 처음으로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 문화에서는 보통 자신의 감정을 가족에게 표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중국계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언쟁으로 인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가족의 사랑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 속 한 장면<'구름은 아직도 저기에' 속 한 장면>

 

영화는 가족 내의 종교 차이를 그리고 있지만 또 세대 간 갈등도 함께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 말레이시아 현실은 어떤가요.

이 작품은 굉장히 개인적인 영화로, 작품의 80-90% 가량은 제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겪었던 것을 저도 경험했으며, 개신교 딸과 도교 신자인 어머니 사이의 논쟁은 제가 실제로 어머니와 다퉜던 대사와 거의 흡사합니다. 영화는 전 세계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제 경험에 기반한 작품이지만, 많은 사람들도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지금 우리 세대는 온라인 플랫폼이나 모임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합니다. 그래서 어떤 결정을 하기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됩니다. 정보가 부족했던 과거 세대는 아무래도 가족의 신념을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모태신앙을 거부하고 개신교 신자가 된 젊은 세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 세대와 달리 외부로부터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 뒤에 자신의 신념을 만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소재를 다룬 이유는 제 데뷔작이자 저와 가족이 가깝게 느낀 것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와 제 가족은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처럼 솔직하게 서로의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중국계 가족간의 '말하지 않은 사랑'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모든 죽음은 값진 가치를 남긴다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족에 대한 효 그리고 종교적 신념의 조화로움에 대해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방송학을 공부한 뒤 광고업계에서 경력을 쌓다가 영국에서 영화 및 TV 제작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말레이시아에서 방송학사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영화 및 TV 제작 석사과정을 공부했습니다.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촬영한 석사 졸업 작품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학교를 졸업한 뒤 광고업계에서 1년에서 1년 6개월가량 경력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상실감을 느끼면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을까? 영화 제작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제가 처한 상황을 바꿔야 겠다고 결심하고 2019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화 및 TV 제작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지에서 영화를 공부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스토리텔러로 저만의 목소리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광고업계에서 일했던 당시를 불평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 얻은 경험으로 지금의 미학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고, 영화의 아름다운 구성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시각적 스토리텔링의 역할을 합니다. 저는 광고업계에서 배운 것과 영국에서 배운 스토리텔링을 조합해 더 나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그리고 영국에서 영화를 공부하면서 말레이시아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저에게 친숙한 곳이자 자라온 곳인 동시에 저의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 영화제작자로 진짜 말레이시아의 이야기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살아온 국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누구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감을 받은 영화 또는 감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감명 깊게 본 영화는 오즈 야스지로의 <도쿄스토리(Tokyo Story, 1953)>입니다. 저는 오즈 야스지로의 간결한 스타일에 매료됐습니다. 그의 작품은 정적이고 조용하며, 관객이 공감하는 방법으로 인간의 슬픔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텅 빈 공간과 침묵으로 감성을 표현하지만 강렬합니다. 그의 작품은 기교에 있어서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을 보면서 영화 속 인물이 느끼는 것을 관객들이 느끼고 그들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관객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외에도 국내외 영화제 수상자이자 런던에 체류 중인 싱가포르 작가 겸 감독으로 <일로 일로(Ilo Ilo, 2014)>와 <우기(Wet Season, 2019)>를 연출한 안토니 첸을 좋아합니다. 저는 그의 치밀한 연출력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는 영화 속 모든 세부적인 장치를 중요하게 그리기 때문에 그가 연출한 장면은 영화 속 세상과 캐릭터에 상징적 역할을 합니다. 그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은 굉장히 사실적이면서도 진실되어 현대 싱가포르 사회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의 작품 <우기(2019)>에서는 비가 내리는 소리마저도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 스토리텔링의 역할을 합니다. 저는 이처럼 구체적으로 정교하게 모든 장면에 의미를 부여한 작품에 매료되었습니다. 저에게 성공적인 영화란 과거를 회상하도록 하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상상의 렌즈'를 전달해주는 작품입니다. 소개한 감독의 작품들은 성공적인 영화로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의 강렬한 예고편이 공개됐습니다. 마치 빙의가 된 것처럼 기도문을 읽는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매력적인 예고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것을 전달하고 싶었나요?

감사합니다. 그저 이 영화를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고편에 나오는 장면은 개신교와 도교의 힘으로 할아버지의 영혼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영혼의 싸움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딸과 어머니가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면서, 개신교의 평화 그리고 도교의 근엄함 간의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기도문을 읽는 목소리를 넣어 이 둘의 긴장감을 고조시켰습니다.

 

영화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 스틸컷영화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 스틸컷<영화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 스틸컷>

 

야스민 아흐마드, 톰슈우린, 라우켁후앗 등 말레이시아 대표적인 감독들의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작품들도 한국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올해에는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으로 한국 관객들이 또 다른 말레이시아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많은 말레이시아 영화가 한국에 소개되어 기쁩니다. 그리고 한국에 말레이시아 작품이 소개된 것은 저처럼 젊고 영화를 시작하는 신인 영화제작자들에게 큰 희망이 됩니다. 말레이시아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비상업적인 영화는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도 한상우 감독님과 박찬우 감독님처럼 다양성을 지닌 한국 영화가 개봉해 말레이시아 관객들의 영화 취향이 다양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선은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를 가능한 많은 국가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해외 관객들에게 중국계 말레이시아 가족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다음 작품 역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말레이시아 사회에서 월경을 금기시하는 현상을 다룰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을까요?

한국 독자들이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를 즐겨보기를 바랍니다. 영화를 보시고 느낀 점을 함께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 상영일자 -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구름은 아직도 저기에' 상영일자 -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미키 라이 감독의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를 비롯한 '아시아단편 경쟁'부문에 오른 5개 작품은 10월 28일 오후 8시 부산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상영된다.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 온라인 티켓예매는 아래 홈페이지(https://www.biff.kr/kor/html/program/prog_view.asp?idx=44825&c_idx=341&sp_idx=498&QueryStep=2)를 통해 가능하다.

 

※ 사진 출처: 미키 라이 감독 제공

홍성아 통신원 사진
    -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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