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바바라 크루거의 메시지, 대선 앞두고 모카 주차장에 설치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11.04

지난 3월 팬데믹 시작 이후 LA의 뮤지엄이 모두 문을 닫았고 아직도 폐관하고 있는 가운데, 게픈 컨템퍼러리 앳 모카(The Geffen Contemporary at MOCA)는 주차장 공간에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작가의 <무제(Untitled), 또는 질문들(Questions) 1990/2018)>이라는 벽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945년 뉴욕에서 태어난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는 현재 LA에 거주하는 현대 미술과 사진이라는 장르를 통해 페미니즘과 사회참여의 메시지를 전하는 아티스트이다. 1980년, <당신이 즐거워하는 찰나는 군사전략의 정교함을을 가지고 있다.(Your Moments of joy have the precision of Military strategy)>라는 작품으로 예술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킨 그녀는 1989년,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Your body is a battleground)>라는 작품을 통해 낙태의 권리가 남성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바바라 크루거는 여러 사회적이고도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공공 장소, 대중들이 보는 광고탑, 그리고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티셔츠나 가방 등 소품 등을 이용한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녀는 사진작가이지만 붉은 색 볼드 타입의 텍스트를 사진에 결합시킨 강력한 효과를 작품을 통해 보여줘왔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녀에 대해 리서치를 하다가 2019년 한국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개관 1돌 기념 전시회에 크루거의 작품들이 소개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크루거의 대표작,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의 오리지널 이미지 작업도 이 전시에서 선보여졌었다. 바바라 크루거의 벽화 작품은 ‘더 게픈 컨템퍼러리 앳 모카’의 템플 스트릿(Temple Street)을 마주보고 있는 북쪽 벽면의 주차장에 설치됐다. 크기는 세로 30피트 가로 191피트 규모이다. 바바라 크루거의 이 작품은 지난 40년간 모카(MOCA, Museum Of Contemporary Art)가 기획한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런 작품을 LA 예술가 커뮤니티를 가장 잘 상징하는 곳에 설치한 것이다.

 

벽화는 미국 국기와 같은 색 배열에 9가지의 질문을 대문자의 볼드체로 써놓았다. “법의 배후에 있는 것은 누구인가?(Who is beyond the law?)”, “사고 팔린 것은 누구인가?(Who is bought and sold?)”,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는 누구인가?(Who is free to choose?)”, “시간을 조정하는 자는 누구인가?(Who does the time?)”, “명령에 따르는 자는 누구인가?(Who follows orders?)”, “가장 오래 경례하는 자는 누구인가?(Who salutes longest?)”, “가장 큰 소리로 기도하는 자는 누구인가?(Who prays loudest?)”, “가장 먼저 죽는 자는 누구인가?(Who dies first?)”,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인가?(Who laughs last?)” 라는 9가지의 질문이다. 언뜻 봐서는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가지 않고 머리가 터지도록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뮤지엄 홈페이지에는 이 벽화가 진정한 나라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 시민들은 어떻게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지, 정치 권력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의 이슈를 지적한다고 적혀 있다.

 

이 작품은 1990년 6월 29일부터 1992년 7월까지 모카의 개관 11주년을 축하하며 임시 컨템퍼러리 남쪽 벽면에 설치됐었다. 모카의 디렉터인 클라우스 비젠바크(Klaus Biesenbach)에 의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모카의 시니어 큐레이터인 베넷 심슨(Bennett Simpson)에 의해 추진됐다. 2018년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이 작품이 재설치하도록 거금을 기부했었다. 컨템퍼러리 뮤지엄(MOCA)은 2018년 중간선거 기간 동안 이 작품을 전시함으로 유권자 등록 홍보를 이끌었다. 올해 다시 이 작품을 전시하는 것 역시 2020년 대선에 유권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지라 LA 시민들은 아직까지 가능한 한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뮤지엄 역시 문을 닫은지라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운전을 하고 이 인근을 지나가는 이들은 벽화를 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고 그 묵직한 질문에 대해 머리 터지게 생각해보게 된다. 통신원이 찾았던 주말 오후, 젊은 아빠가 어린 딸을 데리고 벽화 앞에 서서 감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린 딸이야 아직 아무 생각 없겠지만 그 아버지는 딸과 가족들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이 벽화를 앞에 두고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사이에서 누구에게 표를 던지기로 결심했는지, 궁금해진다.

 

다양한 시각에서 본 바바라 크루거의 벽화다양한 시각에서 본 바바라 크루거의 벽화다양한 시각에서 본 바바라 크루거의 벽화다양한 시각에서 본 바바라 크루거의 벽화다양한 시각에서 본 바바라 크루거의 벽화<다양한 시각에서 본 바바라 크루거의 벽화>

 

바바라 크루거의 벽화가 설치된 더 게픈 컨템퍼러리 앳 모카 주변바바라 크루거의 벽화가 설치된 더 게픈 컨템퍼러리 앳 모카 주변바바라 크루거의 벽화가 설치된 더 게픈 컨템퍼러리 앳 모카 주변바바라 크루거의 벽화가 설치된 더 게픈 컨템퍼러리 앳 모카 주변<바바라 크루거의 벽화가 설치된 더 게픈 컨템퍼러리 앳 모카 주변>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 통신원 사진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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