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부르사시(市)가 한국에서 귀한 손님을 맞았다. 높이 4m에 무게만 2톤이 나가는 거인, 미러맨이 그 주인공이다. 조각가 유영호 씨의 작품이기도 한 미러맨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 상암문화광장에 서 있는 바로 그 작품이다. 이 거대한 조형물을 다치지 않고 터키까지 안전하게 운반한 시간만 40일이 걸렸다. 인도양과 아프리카 남단을 지나왔고, 대서양과 지브롤터 해엽, 지중해를 거쳐 터키 부르사 항구까지, 미러맨은 터키에서 또 하나의 의미가 되고자 그렇게 머나먼 길을 떠나왔다.
<서울 상암동에 세워진 미러맨 – 출처 : 그리팅맨친구들/오마이뉴스>
유영호 작가가 전 세계에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고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러맨은 서울 상암동을 시작으로 지난 2017년에는 에콰도르에서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터키 부르사가 세 번째이다. 미러맨은 붉은 색 사각형 틀을 사이로 동상 한 쌍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세계에서 유명한 두 개의 손가락 작품이 두 개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작품에서 신이 아담을 창조하여 생명을 불어 넣는 순간을 담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1982년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영화 <E.T>다. 소년 엘리엇과 외계인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서로 손가락을 맞닿는 모습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유영호 작가 자신의 작품인 미러맨을 소개한다. 이 작품은 언 듯 보기에 두 조각상이 별도의 개체로 서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단수로 표기 된 미러맨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러맨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성찰하는 인간을 표방하고 있다고 한다. 유 작가는 “미러 맨을 어떤 각도에서 보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같아요. 결국 우리는 타인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만난다는 의미가 작품에 담겨 있어요”라며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나 유 작가의 미러맨은 지금까지 세워진 곳마다 다른 의미가 되어 주었다. 미러맨의 정식 명칭은 ‘스퀘어-M, Communication(미디어 세상, 소통)’이다. 서울 상암동에 세워졌을 때는 미디어의 성찰을 의미했다. 그리고 에콰도르 수도 키도에 세워졌을 때는 진도 7.8의 강진으로 700여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아픔을 당한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40일 간의 긴 항해에 몸을 맡겨 터키 부르사에 도착한 미러맨은 이번에도 큰 의미가 되어 주었다. 미러맨이 세워진 터키 부르사는 오스만 제국의 첫 주요 도시이자 두 번째 수도였다. 유영호 작가는 터키에서의 의미를 “동양과 서양, 아시아와 유럽의 문명사적 연결과 만남을 표상한다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미를 더했다. 유 작가는 6.25 참전 70주년을 기념하며 터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자비로 제작해서 기증했다.
<유영호 작가의 미러맨 제막식이 열린 부르사 민족 공원 – 출처 : 하베르레르>
지난 11월 16일 미러맨이 터키 부르사 민족 공원(Millet Bahcesi)에서 제막식을 가졌다. 애초 11월 5일에 제막식이 있을 예정이었지만, 터키 내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예정보다 미뤄졌다. 제막식에는 알리누르 악타쉬 부르사 시장, 두르무쉬 에르신 에르친 주한 터키 대사, 오즈규르 잔 이을드즈 부원장, 카밀 오제르 이스탄불 문화관광국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 쪽에서는 주터키 한국대사 교체 시기와 맞물려 정 강 참사관이 참석했다. 이 날의 행사를 위해 터키 초등학교 학생들의 축하 공연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통신원은 터키 부르사에 세워진 미러맨의 의미가 향후 앞날에는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터키인들은 터키 공화국을 세운 무스타파 케말을 첫 번째 참전 용사이자 자신들의 아버지라고 여긴다. 그의 이름 뒤에 터키인들의 조상이란 뜻인 ‘아타 튀르크’를 붙여, 무스타파 케말 아타 튀르크라고 부른다. 그래서 터키인들은 참전 용사들에 대한 예우가 대단하다. 매 해 9월 18일, 참전용사의 날이 되면 무스타파 케말 아타 튀르크를 기리고, 기념식 가장 앞 자리엔 한국 전쟁 참전 용사들을 비롯해 키프로스 참전용사들이 참석한다. 아쉬운 점은 한국전쟁 기념일에는 대사관이 있는 앙카라 지역 외에서는 의미가 되는 행사들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러맨은 부르사 지역과 그 외 지역에서도 한국 전쟁의 의미를 더해 주는 상징물이 되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민족 공원 프로젝트’ 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출처 : 하베르투르크>
미러맨은 더 나아가 부르사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 마크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러 맨이 세워진 부르사 지역 ‘민족 공원’(Millet Bahcesi)은 장소를 뜻하는 고유 명사가 아니라 터키 정부가 공화국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 중인 국가 프로젝트이다. 터키 공화국 100주년을 맞는 2023년까지 81개 주 전 지역에 8,100만 제곱 미터(약 2,400만평) 규모의 녹지 부지에 민족공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번에 미러맨이 세워진 터키 부르사 민족 공원(Millet Bahcesi)도 터키 공화국 100주년을 기념하여 조성된 공원이다. 향후에도 부르사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민족 공원에서 있을 때마다 미러맨은 자연스레 이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 마크가 되는 것이다. 현지 매체들도 유영호 작가의 미러맨 작품이 한국 전쟁을 함께 승리로 지켜낸 한국과 터키의 형제애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지금까지 미러맨이 세워진 곳마다 큰 의미가 되어 주었듯이 터키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큰 의미로 남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참고자료
《오마이뉴스》 (20. 9. 28.) <서울 상암동 DMC에 세워진 미러맨>,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img_pg.aspx?CNTN_CD=IE002696749
《haberler.com》 (20. 11. 16.) <'Turkiye - Guney Kore kardeslik aniti' Bursa'ya dikildi>, https://www.haberler.com/turkiye-guney-kore-kardeslik-aniti-bursa-ya-13739566-haberi/
《HABER TURK》 (20. 6. 5.) <Cumhurbaşkanı Erdoğan 10 millet bahçesinin toplu açılış töreninde konuştu>, https://www.haberturk.com/son-dakika-10-millet-bahcesi-aciliyor-2703109-ekonomi
《매일경제》 (20. 11. 24.)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상암동 미러 맨이 터키로 간 까닭은’>,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11/1208619/
《오마이뉴스》 (20. 9. 28.) <유영호 작가 ‘미러맨’, 터키의 고도 광장에 선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79781&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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