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아세안 영화와의 특별한 만남 2020 아세안 영화제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12.14

외교부가 주최하는 <2020 아세안 영화제>가 12월 5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영화제는 신남방정책 플러스의 7대 전략 방향 중 하나인 쌍방향 문화교류에 관한 사업으로 마련됐다. '아세안, 영화로 만나다'는 주제에 걸맞게 다채로운 아세안 영화를 상영하고 아세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였다. 영화제 기간에는 아세안 10개국에서 각 2편씩 총 20편이 상영되며, 상영작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아세안 감독을 찾아서’와 영화 전문가와 함께 국가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 이제 아세안으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또한, 아세안 국가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세안과의 토크-나의 나라, 나의 이야기’, 아세안 영화산업을 살펴볼 수 있는 ‘아세안을 말하다-미래의 영화시장 아세안’ 등의 특별 토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아세안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이번 영화제는 누구나 네이버TV를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아세안 영화제 포스터 - 출처: '연합뉴스'/외교부<아세안 영화제 포스터 - 출처: '연합뉴스'/외교부>

 

말레이시아 영화로는 에드워드 여(Edmund Yeo) 감독의 ‘야스민 상(Yasmin-San, 2017)’과 자히르 오마(Zahir Omar) 감독의 ‘쿠알라룸푸르의 밤(Fly By Night, 2018)’ 2편이 상영됐다. 영화 ‘야스민 상’을 연출한 에드워드 여 감독은 ‘아세안 감독을 찾아서’에 초청돼 김효진 프로그래머와 말레이시아 영화산업 그리고 ‘야스민 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에드먼드 여 감독은 영화제가 아니라면 듣기 어려운 영화 ‘야스민 상’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해 특별함을 더했다. ‘야스민 상’은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연출한 단편 영화 ‘비둘기’ 촬영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영화 제작 과정뿐만 아니라 2009년 사망한 야스민 아흐마드 감독에게 시선을 둔 다큐멘터리다.

 

‘아세안 감독을 찾아서’에 초청된 말레이시아 에드워드 여 감독 - 출처: '네이버TV'<‘아세안 감독을 찾아서’에 초청된 말레이시아 에드워드 여 감독 - 출처: '네이버TV'>

 

에드워드 여 감독은 “영화를 제작한 2017년은 야스민 아흐마드 감독이 사망한 지 10주년이 되어 가는 시기로 영화 ‘비둘기’를 제작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말레이시아를 떠올리게 하는 감독에게 자신의 영화를 헌정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에게 말레이시아는 야스민 감독의 영화 그 자체였다”며 “야스민 감독의 뮤즈로 전 작품에 출연한 배우 샤리파 아마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일본인 촬영팀과 감독이 말레이시아에 보여준 애정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다큐멘터리가 제작됐다”고 전했다. 그는 '비둘기' 촬영 과정을 담은 작품이 야스민을 기리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작품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프로그래머는 야스민 감독에 대한 질문에 이어 에드먼드 여 감독도 야스민 감독과 같은 방향을 추구하는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 에드먼드 여 감독은 “야스민 감독은 5편의 영화보다는 감동적인 상업용 광고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녀의 영화는 다양한 배경과 혈통의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는 진정한 말레이시아를 다루고 있다”며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지만 분열된 상태이며, 말레이시아 영화산업도 말레이계 영화와 중국계 영화로 나뉜다. 하지만 야스민 감독은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고 모두를 아우르는 작품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는 진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늘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다루면서 극작가로서의 소명으로 직면한 문제를 조명하기를 바란다”고 털어놨다.

 

말레이 소녀와 중국계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야스민 아흐마드 감독의 대표작 'Sepet' (좌), 야스민 아흐마드 감독 (우) - 출처 : 'Mashable SE Asia<말레이 소녀와 중국계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야스민 아흐마드 감독의 대표작 'Sepet' (좌), 야스민 아흐마드 감독 (우) - 출처 : 'Mashable SE Asia>

 

이어서 말레이시아 영화의 검열에 대한 이야기도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에드먼드 여 감독은 “말레이시아 영화에서 공무원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금지되며, 경찰은 영웅으로, 교사는 성인군자로 등장해야 한다. 키스 장면도 5초를 넘기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 연출한 영화 ‘죽음의 삶’에 등장하는 키스 장면도 편집해야 했다”고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또한 “말레이시아에는 예술 영화관이 없고 멀티플렉스 영화관 같은 대형 플렉스만 있기 때문에 검열을 통과했더라도 일반 배급이 불가능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에드먼드 여 감독은 ‘킨교’와 ‘야스민 상’에서 두 가지 이야기를 병치, 교차하는 구성에 대해 “실험적인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려고 하며, 누군가 이미 해놓은 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뿐만 아니라 에드먼드 여 감독은 “20대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냈기 때문에 아웃사이더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망명자, 전쟁, 역사 등의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또 다른 토크 프로그램인 ’아세안을 말하다-미래의 영화시장 아세안’에서는 ‘기생충’의 번역을 맡은 달시 파켓 번역가와 고영경 말레이시아 썬웨이대학교 경영대학교 교수가 아세안 영화산업의 흐름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달시 파켓 번역가는 “베트남의 ‘분노’나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의 밤’처럼 아세안에서 흥미롭고 성공적인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어느 정도까지 아세안 영화시장이 성장했는지”질문했다. 이에 대해 고영경 교수는 “동남아시아 영화산업은 매우 큰 폭으로 발전하고 성장해왔다. 6억 5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동남아시아에 살고 있고 그 중 젊은 세대 비율이 높다. 소득 수준도 최근에 더 향상되고 있어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영화산업과 극장업계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양적·질적으로 동남아시아 영화산업은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영화시장은 2015년 자국 영화 점유율은 20%에 불과했지만, 2019년 자국 영화 점유율이 35%가 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세안 대부분의 나라는 대형 멀티플랙스극장이 점유하고 있으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강세로 한국영화 같은 지역 영화가 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세안을 말하다-미래의 영화시장 아세안’에서 고영경 교수와 달시 파켓 번역가가 대담을 나누는 모습 - 출처: '네이버TV'<’아세안을 말하다-미래의 영화시장 아세안’에서 고영경 교수와 달시 파켓 번역가가 대담을 나누는 모습 - 출처: '네이버TV'>

 

이어서 달시 파켓 번역가는 아세안을 잠자는 거인이라고 바라본다면서, 아세안 지역 영화의 성장세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고영경 교수는 “아세안은 젊은 세대 비율이 높고 소득 수준도 향상되고 있어 영화산업과 극장업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다양한 영화와 이야기를 원하다 보니 지역 제작사와 감독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많은 나라의 박스오피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점유하고 있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6천만 명의 최대 영화시장으로 2019년 세계 영화시장 순위에서 16위를 차지했으며, 자국 영화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베트남은 인구 1억 명에 젊은 세대 비율이 높으며, 베트남의 영화 ‘분노’는 높은 수익을 창출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영화산업에 대한 정부 및 기업의 지원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정부의 사례를 들면서, 싱가포르는 단편영화 제작부터 국제 영화제 참가, 투자사와 공동제작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2015년 외국인의 영화시장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고, 베트남은 베트남영화진흥협회를 조직해 자국 영화 지원 미 공동제작 지원에 앞장서고 있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20세기폭스나 할리우드 제작사가 동남아시아 영화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에 반해 한국 영화사는 동남아시아 영화와 합작 영화를 제작하거나, 협력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에는 여전히 영화 검열 문제를 안고 있으며, 2017년에 동남아시아에서 제작된 독립영화는 약 100편에 불과하지만 성적소수자(LGBT)를 다루는 영화가 제작되는 등 아세안 독립영화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세안 지역의 영화산업과 한국이 어떤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인구 면에서 규모가 작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자국 시장에만 집중할 수 없어 아세안 전역을 대상으로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며 “한국 영화산업은 아세안 파트너들이 함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달시 파켓 번역가는 이에 대해 “유럽의 감독들이 각 나라를 넘나들며 밀접하게 협력하는 것처럼, 지역 전체를 바라보고 영화를 만드는 협력 작업을 배워야 한다”며 싱가포르가 아시아 국가와 합작 영화를 만들 때 제공하는 정부 지원금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고영경 교수는 아세안 지역에서 사랑받는 감독으로는 봉준호 감독을 꼽으면서, 몇 년 전만 해도 아세안 사람들은 코미디나 호러와 같은 단순한 이야기를 좋아해 좀비가 나오는 가족영화인 ‘부산행’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드라마는 이야기가 복잡해도 아세안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반면, 영화는 한국 드라마와 성격이 다르다며 대담을 마쳤다.

 

이번 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로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아세안 국가의 작품 상영은 물론이고 다양한 영화 전문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세안 10개국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영화제는 한국 관객들이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아세안 영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평가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아세안 문화와 영화산업을 아우르는 주제로 채워져 한국 관객들에게 아세안 영화세계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 참고자료

2020 아세안 영화제 네이버TV. https://tv.naver.com/asean2020


홍성아 통신원 사진
    -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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