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글학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가르치기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0.12.15

언제부터인가 미국 대다수의 한글학교가 ‘한국학교’라 명명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글학교라 불리던 이름이 한국학교로 바뀌는 흐름은 이곳에서 학생들이 언어로서의 한글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와 역사, 그리고 예술을 접하고 배우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함양해 가는 것을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역사 문화를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함께 공부하며, 한국 독립운동의 역사가 이민사와 맞물려 우리가 거주하는 미주 지역과도 연결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에 한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주제로 공부하는 것인 동시에 우리가 사는 해외 지역에서도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를 찾게 한다는 점에서 한글 학교 학생들에게 주는 의미가 깊습니다. 한글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역사 캠프를 통해 미국 교과서에 잘못 기재된 한국에 관한 내용을 바로잡는 운동을 펼치는가 하면 새로운 사회 교과서 개정안에 한국에 관한 내용을 더 많이 다루기를 제안하는 서신을 출판사에 보내는 등의 활동이 재외 동포 학생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미국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좋은 사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슈화 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한국과 일본 양국의 민감한 외교적 쟁점으로 치부하고 지나칠 수 없는, 이미 세계 여러 나라와 시민 단체들이 보편적 가치에 근거해 주목하고 판단하는 현시대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가까이 샌프란시스코에 위안부 소녀 기림비가 세워진 지 3년이 흘렀으며, 남가주 글렌데일 도서관 광장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지도 7년여가 지났습니다. 이에 필자는 새크라멘토 한국학교 코끼리반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바로 알기 수업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아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배우기를 원하지 않는 두 명의 학생은 줌 미팅의 브레이크아웃룸에서 그 시간 동안 개별 학습을 하도록 했습니다. 한국학교 중급반(4학년부터 10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바로 알기] 수업은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웹사이트에 올려진 초등 5, 6학년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교육자료 파워포인트와 학습 자료를 사용하여 20분의 파워포인트 수업과 20분의 토론, 그리고 30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 힘이 되는 편지 쓰기 순서로 줌 미팅 수업 시간에 한국학교 수업의 일부로 진행되었습니다.



여성가족부 웹사이트에 올려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교육자료-초등 5, 6학년 용 파워포인트 학습자료이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여성가족부여성가족부 웹사이트에 올려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교육자료-초등 5, 6학년 용 파워포인트 학습자료이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 여성가족부 웹사이트에 올려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교육자료-초등 5, 6학년 용 파워포인트 학습자료이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수업을 계획하기에 앞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수업 시간에 다루는 것에 관해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수렴했을 때, 위안부 문제를 가르치고 싶었지만, 성적인 부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러워 시도하지 못했다는 의견과 일본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도록 만들까 걱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반 학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Comfort Women) 문제나 평화의 소녀상에 관해 들은 적이 있는지 물었을 때 있다고 답한 학생은 아홉 명 중 네 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본군 위안부 바로 알기 수업은 이 내용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일본과 일본 사람들에 관해 일반화된 선입견을 갖거나 위안부 문제를 자극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 동영상이 아닌 초등 5, 6학년용 파워포인트 교육 자료로 소개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성폭력에 관한 상세 설명이나 묘사는 하지 않았으며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고 속여서 또는 납치해 데려간 소녀들에게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라는 표현으로 대체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권을 존중하지 않은 반인륜적인 행위였다는 점과 아직도 그 일에 관해 일본이 공식적으로 생존 피해자 할머니들께 사과하지 않고 있는 점이 정의롭지 않다는 점을 학생들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파워포인트 학습 자료에는 역사적 사실이 학생들의 이해도와 학습 목표에 부합하도록 적절하게 제시되어있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 파워포인트 학습 자료에는 역사적 사실이 학생들의 이해도와 학습 목표에 부합하도록 적절하게 제시되어있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1991년 8월 14일에 이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고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 회견 육성을 잠시 학생들과 들어보고, 샌프란시스코에 건립된 위안부 기림비와 남가주 글렌데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소개한 후, 한국의 여러 지역과 세계 곳곳에 계속해서 세워지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담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독일 베를린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개막식에서 베를린 시민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비단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는 보편적 인권과 정의의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우리의 과제라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에 담긴 의미(왼쪽 위)와 집중하여 배우는 학생들의 모습(오른쪽 위), 그리고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개막식(왼쪽 아래)과 시민 인터뷰(오른쪽 아래)이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통신원 촬영, KBS 뉴스

▲ 평화의 소녀상에 담긴 의미(왼쪽 위)와 집중하여 배우는 학생들의 모습(오른쪽 위), 그리고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개막식(왼쪽 아래)과 시민 인터뷰(오른쪽 아래)이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통신원 촬영, KBS 뉴스




20분 동안 파워포인트를 살펴본 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자기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은 “힘없는 소녀들에게 일본이 나쁜 짓을 했다는 것에 화가 나요.”, “일본 정부가 피해자 할머니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해요.”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건강하고 편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토론할 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배우고 알아야겠습니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의 사과를 받도록 돕고 싶어요.”,“주변에서 정의롭지 않은 일이 일어날 때 약한 사람의 편에 서서 도와줄 거예요.” 와 같은 다짐을 말했습니다.



파워포인트에 학생들이 할 일을 생각해 보도록 안내하는 활동 페이지가 포함되어있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 파워포인트에 학생들이 할 일을 생각해 보도록 안내하는 활동 페이지가 포함되어있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이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할머니들의 수가 열 몇 분밖에 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학생들과 함께 할머니들께 힘이 되는 메시지를 담은 카드를 쓰는 활동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바로 알기 수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 힘이 되는 말을 담은 카드를 4학년 박시우 학생(왼쪽)이 들고 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 힘이 되는 말을 담은 카드를 4학년 박시우 학생(왼쪽)이 들고 있다. 오른쪽 7학년 김은현 학생이 쓴 카드에는 소녀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손에 들고 있다. 소녀상을 둘러싼 꽃과 나비가 피해 할머니들의 치유와 평화를 염원하는 듯하다. 사진: 통신원 촬영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인종학 수업(Ethnic Study)을 고등학교 정규 과정에 개설하는 움직임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다른 인종의 문화와 역사를 배움으로써 서로를 더 이해하고 갈등을 줄여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교육 관계자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와 개인이 관심을 가지고 커리큘럼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배우고 진실을 바로잡는 일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누군가를 정죄하고 적대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앞으로 과거의 잘못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중요성을 가집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가르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전쟁 시 행해졌던 반인륜적인 일들이 이제 더는 일어나지 않으며 보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우리의 다음 세대가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불편하지만 가르쳐야 할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보편적 인권과 정의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할머니들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고 또 우리 사회의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도 같은 마음으로 참여하며 이 시대의 정신을 이끄는 한국인들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통신원 조한나 사진
[미국/캘리포니아] 조한나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3, 4, 5기
현) 새크라멘토 한국학교 교사
데이비스 교육구 재직
경력) 대학 강사 및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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