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영국 주요 언론이 주목한 김치 문화전쟁과 김장 전통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0.12.15

재래시장의 김치 가게 – 출처 : Justin McCurry/The Guardian<재래시장의 김치 가게 – 출처 : Justin McCurry/The Guardian>

 

김치의 근원에 대한 논란을 빚은 대한민국과 중국 간의 마찰이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김치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의 주요 일간지인 《가디언(The Guardian)》지와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지가 지난 12월 1일 동시에 보도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 두 일간지는 김치와 김장에 관한 비교적 상세한 보도 또한 내보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문화를 훔친다: 중국이 김치가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자 한국인들이 당황해하고 있다('Stealing our culture': South Koreans upset after China claims kimchi as its own)’라는 제목의 12월 1일 화요일자 보도에서 《가디언》지는 “중국이 김치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국영 방송이 주장을 한 이후 대한민국의 농림축산식품부 또한 이를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고 게재했다.

 

매운맛을 내는 배추 요리인 김치는 한국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데, 중국 측은 중국식으로 발효시킨 배추 요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위와 같은 주장으로 인해 BTS의 한국 전쟁 관련 발언 이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준전시 상황(barrage of criticism)에 돌입했던 한국과 중국에 있는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또 다른 문화 전쟁을 시작한 셈이다. 중국은 걸그룹 블랙핑크가 동물원에서 아기 판다를 안고 있는 장면을 ‘동물 학대’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국과 중국 간에 벌어진 논쟁 중 가장 최신의 사건이 된 김치의 기원에 관한 이번 논란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배추를 발효시켜 만든 김치를 한국 요리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여기고 있어서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중국식 저장 요리 중의 하나가 국제표준식품청(International Organisation for Standardisation ISO)으로부터 '중국이 이끄는 김치 산업에서 국제적 표준'에 상응한다는 공인을 받았다고 중국 신문 《글로벌 타임즈(Global Times)》가 보도를 함으로써 소셜 미디어 상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위의 기구가 인정한 식품은 실제로는 시추안 요리에서 종종 발견되는 일종의 야채 피클의 하나인 ‘파오차이(pao cai)’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이 음식에 김치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중국이 김치를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한 것처럼 여겨져 한국인들 사이에서 성난 비난을 야기시켰다.

 

실제로 한국의 대중 웹 포털 네이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떤 도둑이 우리 문화를 훔치나!(Its total nonsense, what a thief stealing our culture!)”라고 밝히는 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중국이 지금 김치가 자기들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국제적 표준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미디어 스토리를 통해 읽었다. 너무 황당하다”는 서울 시민 김설하 씨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몇몇 미디어들은 중국의 김치에 관한 강경한 욕심은 '세계를 지배하려는 노력'과 유사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한국 농림축산식품부는 “파오차이의 국제표준제정과 김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성명을 내면서 최근 이 문화적 갈등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파오차이와 김치를 구분 없이 보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중국 판 트위터라 불리는 웨이보(Weibo) 등을 통해 “김치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품으로, 연간 2백만 톤이 팔린다. 그중 중국산이 많다. 그러므로 김치는 중국 것이라고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치는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으로 요약할 수 있는 한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데, 지금은 식사때마다 다른 반찬들을 곁들여 먹는 남부 지방에서 특히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UN은 김치가 대한민국산이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듯하며, 유네스코는 김장을 김치를 만드는 공동작업으로 2013년 세계무형문화유산 목록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당시 유네스코는 김치가 “계급과 지역적 차이를 초월하며, 한국인들의 식사에서 하나의 필수적인 부분을 이룬다. 김장이란 집단적 실천은 한국인들의 정체성을 재확인시켜주며 가족 간의 연대를 강화시켜주는 탁월한 기회”라 밝힌 바 있다. 한편, 《가디언》지는 12월 4일 금요일자 보도를 통해 한국인들이 김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10여 편의 사진들을 담은 사진 기사를 내보냈다.

 

김장 과정을 담은 사진들 – 출처: Ed Jones/AFP/Getty Images/'가디언'지 12월 4일 자 사진 기사김장 과정을 담은 사진들 – 출처: Ed Jones/AFP/Getty Images/'가디언'지 12월 4일 자 사진 기사김장 과정을 담은 사진들 – 출처: Ed Jones/AFP/Getty Images/'가디언'지 12월 4일 자 사진 기사

<김장 과정을 담은 사진들 – 출처: Ed Jones/AFP/Getty Images/'가디언'지 12월 4일 자 사진 기사>

 

《인디펜던트》지 또한 지난 11월 30일 자 보도를 통해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도시인들이 김치를 담그고 김장을 하는 어려움과 번거로움 때문에 김치를 사 먹는 음식 문화가 만연해 있으며 특히 중국산 김치가 많이 애용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는 충북 괴산의 한 마을에서 2년째 진행되고 있는 김장 사업을 비교적 상세하게 게재하였다. 성공적으로 열렸던 ‘백마 워크숍(White Horse workshop)’ 이후 괴산 군청은 본격적인 김장 페스티벌을 주최하고 있다. 이 보도는 대한민국의 시골 마을들이 전통적인 김치 제조 방식을 보관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읍 단위 군청 소재지들에서 김장과 김치 만드는 전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장은 한국의 자랑스런 전통문화 – 출처: AFP/Getty/인디펜던트 11월 30일 웹사이트<김장은 한국의 자랑스런 전통문화 – 출처: AFP/Getty/인디펜던트 11월 30일 웹사이트>

 

독일인 친구가 갖다 준 김치 선물의 포장을 뜯어보니 양배추와 고춧가루를 버무려 만든 괴상한 러시아산 야채 음식이 김치로 판매되고 있어 놀란 적이 있다. 물론,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한인 이주민들이 많이 사는 러시아 지역에서는 전라도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김치와는 다른 종류의 김치가 식용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특히 전라도 지역에서 제조되고 식용되는 김치의 맛은 유럽의 어느 곳에서도 맛을 본 적이 없고 구할 수도 없다. 유년 시절 온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김장을 하던 풍경이 간절히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영국에서 통신원이 가끔 직접 담그는 김치는 재료, 양념의 부족과 차이 때문에 고향에서 먹던 맛이 나질 않고 담그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귀한 김치를 담그는 방식을 공장에서만 전수되고 일반 가정에서 사라진다면 그것 또한 슬픈 일일 것이다. 서구인들이 해마다 과일과 야채 피클을 만들고 잼과 케잌을 굽는 것이 일상생활이 된 것처럼 김치 등의 전통적인 한국 음식을 만드는 방식도 여느 가정에서도 체계적으로 보존된다면 한식의 뛰어남은 유난히 선전할 필요도 없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

https://www.independent.co.uk/news/world/asia/south-korea-china-standard-kimchi-world-domination-b1764405.html

https://www.independent.co.uk/life-style/south-korea-kimchi-making-how-b1760454.html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gallery/2020/dec/04/kimchi-from-field-to-lunch-in-pictures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dec/01/stealing-our-culture-south-koreans-upset-after-china-claims-kimchi-as-its-own



이현선 통신원 사진
    - 성명 : 이현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런던 통신원]
    - 약력 : 현) SOAS, University of London 재직,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원 연극 영화 TV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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