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뉴스

한국문화 예술 기획하는 알프스 시골 농부 유재현 씨
출처
YTN
작성일
2022.06.07

한국문화 예술 기획하는 알프스 시골 농부 유재현 씨

동영상 기사 보기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너른 초원을 당나귀와 함께 걸어봅니다.
처음 보는 당나귀에 푸른 자연까지!
삭막한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에게는 무척 새로운 경험입니다.

[수잔네·필릭스 / 당나귀 관광 체험객 : 아이와 함께 체험할 수가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고요. 당나귀와 함께 산책하며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말과 당나귀, 닭들이 자유롭게 자라는, 한인 농부 유재현 씨의 평화로운 목장입니다.
독일인과 결혼한 유재현 씨는 2016년부터 아내의 고향인 이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안야 브란드슈테터 / 이웃 : 재현 씨는 이 마을의 사람을 다 알아요.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하죠.]

유학생 신분으로 처음 독일에 왔던 20여 년 전 무렵만 해도, 재현 씨는 줄곧 도시에서만 살아본, 이른바 도시 남자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서고 도움 주기를 좋아했던 재현 씨,
연로한 장인과 장모의 건강이 약해지면서 시골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는데요.
처가 어른들을 위해 처음으로 시골 생활을 자처하며 농장 운영을 도맡게 된 겁니다.

[유재현 / 농부 : 항상 도시에 살면서 제가 시골을 그리워했어요. 기분 좋은 마음으로 도시를 떠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시골에 들어온 거는 제 희망을 이룬 거나 다름없는 거죠.]

농부가 되기 전까지 재현 씨는 잘 나가는 문화기획자였습니다.
2009년에는 파독 간호사와 광부,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엮어 'DMZ 메시지'라는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당시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초청으로 판문점에서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유재현 / 농부 : 이 땅이 내가 태어나고 자란 땅이 맞나 하는 느낌이 좀 들었어요. 내가 이곳이 나의 주인이 아니라 타인으로서 초대받은 것도 상당히 묘한 느낌을 주더라고요.]

[파리다 유 / 아내 : 남편은 독일과 한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요. 아주 따듯한 품으로 사람을 품으려 하는 멋진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언젠가 사회인이 된다면 살면서 받은 것을 지역에 되돌려주면서 지내고 싶었다는 재현 씨.
항상 소신을 염두에 두고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특히 시골 농부이자 문화 기획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는데요.
자신의 뿌리인 한국 문화와 역사를 독일 사회에 알려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지난해, 문화예술가단체를 꾸려 뮌헨에 소녀상을 초대한 사람이 바로 유재현 씨입니다.
당시 일본이 소녀상 전시에 반대하며 집요하게 철거를 요구해 왔지만, 재현 씨는 동료들과 함께 예정대로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유재현/ 농부 : 실은 소녀상이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일본 측에서의 방해 공작이 어마어마했어요.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바로 예술을 통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그게 민주주의의 상징기도 하고….]

코로나 유행 시기에는 한국을 돕기 위해 모금 운동을 펼치고,
인종 차별을 겪는 이들을 위해 상담센터를 열기도 할 만큼, 기획한 일을 꿋꿋하게 해냈습니다.
농부와 문화기획자,
너무 달라 보이는 두 가지 일이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유재현 / 농부 : 예술가도 농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바로 농부가 예술가인 거 같아요. 실은 농부와 예술가는 그렇게 멀지 않은 가까운 어떤 직업이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재현 씨.
누군가에게는 다소 어려운 주제일 수 있는 정치나 역사 이야기도 예술을 매개체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유재현 / 농부 : 이제는 조금 더 확장해서 아시아라는 영역과 한국의 아시아라는 영역과 독일의 유럽이라는 영역들을 서로 많이 교환하는 그런 것들을 문화 기획자로 담으려고 노력하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