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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차 소믈리에에서 초보 와인 생산자로 변신…와인 농부 윤석현
출처
YTN
작성일
2021.12.06

3년째 슬로베니아 와인을 몸소 체험중인 박순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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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동남부의 작은 나라 슬로베니아,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의 다른 나라만큼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포도주 양조장이 3만여 곳에 달하는 와인의 나랍니다.
규모가 크진 않아도 각각의 양조장마다 특색이 있는 것이 슬로베니아 와인의 매력.
포도 수확이 한창인 이 곳에 슬로베니아 와인을 3년째 몸소 체험하고 있는 박순석 씨가 있습니다.

[박순석 / 와인 생산자 : 제가 서울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하던 중에 프랑스의 와이너리(양조장)를 방문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아마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거 같아요. 그들의 삶을 보면서 조금씩 그들의 삶을 갈망하기 시작했고요. 그러고 나서 와인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15년 동안 소믈리에로 일해온 박순석 씨,
슬로베니아에서 온 와인 생산자, 세바스찬 씨의 내추럴 와인에 대한 수업을 듣게 된 것이 인연이 됐습니다.
슬로베니아에 와서 처음 1년은 수도 류블랴나의 식당에서 소믈리에로 일했지만, 지금은 세바스찬 씨의 도움으로 포도밭에서 와인 만드는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바스찬 슈템베거 / 와인 생산자 : 순석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이곳에서 다른 사고방식과 다른 나라 사람으로서 모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고, 이런 경험들이 우리 모두에게 아주 좋죠.]

오랜 시간 소믈리에로 일하면서 과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와인을 만들 때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 등 공부를 많이 해왔는데요.
덕분에 양조장 일은 좀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언어 장벽.

[박순석 / 와인 생산자 : 슬로베니아 말을 못 하긴 하는데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아는 단어나 아는 문장이 나오면 이해를 해요.

진짜 힘든 건 언어가 제일 힘들더라고요. 슬로베니아에 와서 여기서 살려고 하니까 슬로베니아 어를 배워야 하는데, 지금 천천히 시작하고는 있는데 처음에도 어려웠지만 3년 차인 지금도 어려운 게 슬로베니아어예요. 앞으로 잘 되겠죠.]
한국에서는 이른바 서울의 '도시 남자'로만 살다가 유럽의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편리한 서울 생활과 달리 많은 것들을 직접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박순석 / 와인 생산자 : 간단하게 한 단어로 말씀드리면 빨랐던 삶과 약간은 느린 삶인데요. 그리고 그 부분이 약간 에너지적인 부분도 많이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서울에서는 빨랐지만,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굳이 제가 뭔가를 하려고 할 때 버튼을 누를만한 에너지만 있으면 다 됐었거든요. 근데 이제 시골로 와서 여기서 살게 되니 서울과 완전 다르게 모든 것을 다 저의 에너지로 해야 하는. 어딘가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일할 때, 살기 위해서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고 모든 게 다 제가 에너지를 직접 투자를 해서 살아야 하는. 텃밭을 일굴 때도 마찬가지고요. 포도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고. 그 부분이 가장 많이 달라진 거 같아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박순석 씨가 슬로베니아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포도를 키우는 것에서부터 포도를 손질해 와인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조금 불편하고 손이 많이 가더라도 최대한 자연적인 방법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박순석 / 와인 생산자 : 제가 제일 내세울 수 있는 거는 어떤 트릭도 없이 내츄럴웨이로 만든 와인이라는 걸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밭에서도 마찬가지고, 왜냐면 제가 다 관리했으니까요. 제가 앞으로 생산할 모든 와인은 화학비료 사용하지 않고, 와인 만드는 과정 중에도 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와인을 만들고 싶어요. 여기서.]

박순석 씨가 관리하는 밭은 약 600평,
일반 와인 제조 공정이라면 6,700병은 만드는 규모지만, 자연 공정을 거치며 첫해에는 120병의 와인이 나왔습니다.
첫해 만든 와인은 판매는 하지 않고 포도밭을 찾아주는 이들과 함께 맛보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와인을 만들러 왔다는 박순석 씨의 이야기가 알려져 현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박순석 / 와인 생산자 : 라디오 인터뷰랑 TV 촬영이랑 신문인터뷰까지 했는데 그 뒤로 조금 저를 보는 시선들이 달라졌었어요. 처음에 제가 시골에 왔을 때 제 이웃들이 저를 조금은 경계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매체가 나간 후에 저한테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부분은 조금 좋은 장점인 거 같아요.]

현지에서 직접 부딪혀가며 포도 농사부터 와인 제조까지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는 박순석 씨,
내년에는 직접 만든 와인을 판매까지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박순석 / 와인 생산자 : 점차 다른 밭도 빌리고 빌려서 내년에는 내년 빈티지는 1,000병 이상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독립을 해서 제 와이너리(양조장)를 만들고 제 와인 판매가 선순환되면 그다음에는 한국적인 도구들을 이 와인 메이킹(생산)에 접목을 시키고 싶어요. 그 항아리를 사용해서 발효하고 항아리 자체를 조금 다르게 만들어서 에이징(숙성) 하는 데도 사용하고 싶고요. 또 레이블 자체도 약간 한국적인 요소들이 가미된 레이블을 만들고 싶어요.]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박순석 씨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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