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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잊은 예술혼…아르헨티나의 1세대 한인 조각가
출처
YTN
작성일
2022.05.02

나이를 잊은 예술혼…아르헨티나의 1세대 한인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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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대자연을 담은 나무 조각품과 회화 작품들이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1세대 한인 조각가 김윤신 씨의 작품들이 있는 '김윤신 미술관'의 상설 전시 작품입니다.

[수산나 로디 / 관람객 : 이 그림을 오랫동안 보고 있었습니다. 제게 많은 평안과 에너지를 전해 주었습니다. 이 작품은 에너지와 평안함, 활력과 생기를 느끼게 합니다.]

[김윤신 / 조각가 : 관객들이 내 작품 앞에서 느끼실 때 각자가 감정에 따라서 다릅니다. 작가는 이런 주제로 했어도 보는 사람은 다르게 느끼기 때문에 내 작품이 완성됐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거죠. 완성은 누가 합니까, 관객이 합니다.]

한국에서 조소를 전공한 뒤에도 예술에 목마름으로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조소와 판화를 공부할 만큼 열정이 넘쳤던 김윤신 씨.
한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며 후학 양성과 함께 작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아르헨티나에 터전을 꾸리게 된 건 그야말로 우연한 계기에서였습니다.
앞서 아르헨티나에 이민 간 조카를 보러 갔다가 자연에 매료되고 만 겁니다.

[김윤신 / 조각가 : 여기 이 나라에서 비행기에서 내려다볼 때 도착하는 그 날 한국하고는 다르게 대륙의 평평한 땅에 푸른 풍경이 너무나 좋았어요. 그래서 여행을 했습니다. 여행을 한번 하고 보니까 이 나라에 한국에서는 얻을 수 없는 좋은 아름드리나무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워낙 나무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기에 멈추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새로운 도전을 피할 50대 나이에 아르헨티나로 온 김윤신 작가.
김 씨의 예술 세계는 아르헨티나에서도 통했습니다.
2008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세울 정도로,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유명한 한인 미술 작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작품의 주재료는 남미 자생 품종 나무.
이곳의 나무를 '평생의 재료'로 삼아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무를 잘라 쌓아 올리듯 하늘을 향하는 작품을 만듭니다.
언제나 하늘을 향해 정화수를 떠 놓고 뭔가를 염원하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세실리아 아멜리나 / 큐레이터 : (3년 전) 캐롭 나무로 만든 김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보고 작품의 크기, 견고함, 형태와 미적으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것에도 놀랐습니다.]

[김윤신 / 조각가 : 우선 재료가 있으면 재료와 대화를 나눕니다. 어떤 나무인가, 어떤 재료가 생명력을 갖고 있는가, 어떤 돌인가, 캔버스 앞에 있을 때는 어떻게 공간을 쪼갤 것인가, 그걸 완전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 나무가 가진 껍질 부분, 단단한지 생명력이 정말 강한지, 연한지, 이것을 파악한 후에 또 좋은 향기가 있는지 재료 자체를 다 파악한 후에 작업을 시작합니다.]

작품 활동에 푹 빠져 지내다 보니 어느덧 김 씨도 아흔이 가까운 나이가 됐습니다.
그런데도 김 씨는 여전히 예술 작가로서 재료 손질부터 직접 합니다.
무거운 나무를 옮기는 일도, 톱질도 거뜬합니다.
나무에도 뼈와 혈관, 생명이 있다고 생각해 2년마다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서입니다.

[김윤신 / 조각가 :처음 여기 도착했을 때는 이 나라에서 천 점 정도 하면 돌아가리라 생각을 했는데 40년이 가깝도록 매일 내 생활이 작업인데 그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과연 얼마만큼 내가 더 작업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지금까지 만든 작품만 400~500점.
고령에도 청년 같은 열정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다른 많은 예술인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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