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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음악 봉사를 통해 한국을 빛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출처
연합뉴스
작성일
2022.11.23

"홍콩에서 음악 봉사를 통해 한국을 빛낼 수 있어 행복합니다"

홍콩관광청 후원받아 뮤직페스티벌 개최한 피아니스트 미셸 김


홍콩 한인 음악감독 미셸 김

홍콩 한인 음악감독 미셸 김
홍콩차세대예술협회(HKGNA)를 설립한 한인 피아니스트 겸 음악감독 미셸 김


30대 중반 우연히 홍콩에 놀러 왔다가 인생이 바뀌어버린 재미 교포 피아니스트.

홍콩과 아무런 연고가 없었음에도 2009년 현지에 자선 음악재단을 설립하고 비행 청소년부터 장애인, 영재까지 가르치는 재능 기부 봉사자.

홍콩관광청으로부터 400만 홍콩달러(약 7억 원)를 지원받아 지난 18∼20일 대규모 야외 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한 음악 감독.


미셸 김(이하 미셸·한국명 김현경)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이러하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를 3년 만에 홍콩 무대에 세우고 사흘간 수만 명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의 'HKGNA 뮤직 페스티벌 2022'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그는 23일 "행사가 잘 끝나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HKGNA는 '홍콩차세대예술협회'의 영문 이니셜이다. 홍콩 청소년을 위한 음악 치유 활동과 장애인 청소년 대상 음악 교육을 제공하는 자선 단체로 2009년 12월 미셸이 설립했다.


2014년부터 매년 실내에서 뮤직 페스티벌을 진행해오던 HKGNA는 올해 홍콩관광청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현지 대표 문화지구인 서구룡문화지구 야외무대에서 화려한 공연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한인이 설립한 음악 재단이 홍콩 정부 기관으로부터 대규모 진행비를 지원받아 대형 문화 행사를 치른 것이다. HSBC가 메인 스폰서로 붙었고 주홍콩 한국총영사관과 한국문화원, 주홍콩 캐나다와 프랑스 총영사관 등이 적극 후원하면서 수십억 원 규모 행사로 커졌다.

홍콩의 유명 클래식 연주자들과 HKGNA가 선발한 오케스트라, 자폐를 앓고 앞이 안 보이는 장애인 연주자들이 공연했고, 영화가 상영되는 등 사흘간 여러 프로그램이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

미셸은 "우리가 작은 재단이라 과연 홍콩관광청 지원 프로그램에 선발이 될까 싶었지만, 그간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자신감을 바탕으로 도전했다"며 "지원금을 따낸 후에는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으로, 한국을 빛내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몸이 부서져라 준비했다"며 웃었다.


조수미 홍콩 공연

조수미 홍콩 공연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난 18일 홍콩에서 열린 'HKGNA 뮤직 페스티벌 2022'의 개막 무대를 장식했다.


예원중학교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 간 그는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한 뒤 뉴욕을 기반으로 피아니스트로서 '잘 나가는' 삶을 살아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늘 2년치 공연 스케줄이 꽉 잡혀있는 삶을 살고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멋진 연주를 선보일까에 집중했죠. 그러다 2005년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고 어머니도 큰 충격을 받으셔서 진짜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공연 일정을 다 취소하고 아버지 병간호에 매달렸죠. 다행히 아버지는 서너 달 만에 회복하셨는데, 연주 스케줄을 다 취소해 시간이 비었던 저는 우연히 홍콩에 놀러 왔다가 이상하게도 여기가 좋아서 눌러앉게 됐어요. (웃음)"


생각지도 못했던 홍콩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8년 처음으로 현지에서 연주회도 열며 홍콩 음악계에서 저변을 넓혀갔다. 그러다 이듬해 출산을 하면서 두 번째로 인생이 바뀌는 계기를 만난다.

"엄청난 난산이었고 죽을 뻔했어요. 이후 넉 달 간 앉아 있지도 못한 채 누워지내야 했어요. 그때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다시 일어나게 된다면 나누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해서 설립한 HKGNA는 지금껏 네 차례 콩쿠르로 선발한 영재들을 '꿈의 무대'인 뉴욕 카네기홀에 데뷔시켰다. 소외된 계층과 장애인들에 대한 음악교육을 진행하고, 정명화·손열음·용재 오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들과 함께 뮤직 페스티벌을 열어 수익금을 기부했다.

그는 "소년원 같은 시설에서 온몸에 잔뜩 용 문신을 한 아이 등에게도 피아노를 가르쳤는데 신기하게도 그 애들이 6개월 뒤 연주회에서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기도 했다"며 "음악의 놀라움이다"고 말했다.

"제가 어떻게 하다 홍콩에 자선 재단을 하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웃음) 분명한 것은 연주자로서만 살던 때보다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는 겁니다. 또 무엇을 하든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을 대표해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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