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터뷰

[포르투갈] 강대현 대사 / Publico / 기고
출처
외교부
작성일
2011.10.13
원본URL
http://www.mofat.go.kr/webmodule/htsboard/template/read/korboardread.jsp?typeID=11&boardid=754&seqno=303745&c=TITLE&t=&pagenum=15&tableName=TYPE_ASSOCIATE&pc=&dc=&wc=&lu=&vu=&iu=&du=




강대현 주포르투갈대사 / 2011.10.10(월) / Publico



“수교 50주년의 戀書 ; 한국과 포르투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군대를 파견한 최초의 서양 국가는 어디일까? 미국일까? 영국?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임진왜란 때인 선조31년 5월 26일 명나라 장군 팽신고의 막사를 예방한 선조 임금께 팽장군이 “막료가운데 15만 리나 떨어진 파랑국에서 온 해귀(海鬼)라고도 하는 병사는 얼굴과 손발은 새까마며 머리털은 고수머리로 마치 검은 양털 같아 보인다”고 했다. 또한 1599년 4월 명나라 총사령관 형개장군의 14만 2천명 장병이 철군하는 모습을 담은 화폭에는 “불랑국의 해귀는...누르스름한 머리가 방석둘레처럼 펼쳐졌어도 물속에 들어가 적선을 뚫었다”고 쓰여 있다. 400여년 전의 이 해귀들에게서, 연초 소말리아 해적들을 전격 제압하고 인질들을 구출해냄으로서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해군 특공대 UDT/SEAL의 기원을 마치 보는 듯하다. 1557년에 이미 마카오에는 포르투갈 해군이 주둔했고, 포르투갈의 아프리카 식민지 출신 ‘해귀’들이 그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이렇게 명나라 군대와 함께 임진왜란에 참전했음을 보면 한국과 포르투갈이 수백 년에 걸친 오랜 국제친선의 역사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지금 한국 사람들에게 포르투갈하면 에우제비우, 피구, 호날두 등을 배출한 축구의 나라, 애수의 기타반주에 맞춰 부르는 전통가요 파두(Fado), 또는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성모발현 순례성지로 유명한 파티마(Fatima) 정도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15-6세기에 걸쳐 희망봉 발견, 인도항로 개척 및 인류최초의 세계일주 항해 등에서 보듯이, 세계사에 지리상의 발견시대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고, 사실 오늘날 지구촌의 유행어가 된 ‘세계화’를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달성한 나라가 포르투갈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서양인으로서는 최초로 포르투갈인 도밍구스 몬떼이루가 1577년 한반도에 도래하는 등 당시 은둔의 왕국 조선으로 하여금 지구의 저편에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중세 암흑기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당시는 험난하기만 했던 세계 5대양의 바닷길을 헤치며 대항해시대를 개척한 위대한 항해사들의 나라 포르투갈이 한국(‘CORIA’)이라는 나라를 최초로 서양세계에 소개하고 세계지도에 그 위치를 점찍은 것이다.

포르투갈은 연간 1천3백만의 외국인들이 방문하는 관광대국이다. 고유한 문화유산과 더불어국민성도 세계화를 통한 타문화에 대한 포용력과 감수성 탓에 포르투갈을 찾는 사람들에게 푸근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나라이다. 더하여, 지중해성 기후와 대서양의 해양성 기후가 서로 만나 만들어내는 온화하면서도 눈부신 날씨, 그리고 그 속에서 숙성되는 최고의 포도주와 올리브는 우리가 세계 속의 유수한 방문지로 포르투갈을 우선 떠올리도록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인들에게 있어 포르투갈은 다른 유럽국가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하고도 친근한 특성을 갖고 있다. 한국인들의 정서 ‘한’을 너무나 빼닮은 전통가요 파두의 멜로디, 그리고 유럽국가내 1인당 쌀 소비 1위이면서 마늘, 양파와 매운 칠리를 많이 써는 고유한 음식 등이 그렇다. 이 나라 불멸의 국민가수 아말리아 호드리게스는 “패배한 떼쥬강이, 잃어버린 시간이, 떨어져 멀리 있는 그가 나에겐 너무 고통스럽다”고 노래했다 (노래 제목 ‘가장 높은 탑으로부터’). 한국인들에게도 한강의 아픈 기억이 있고 잃어버린 시간에 절망하고 너무 멀리 있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워했던 역사가 있다.

유라시아대륙을 놓고 보면 서쪽 땅 끝이 포르투갈이고 그 동쪽 땅 끝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말에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400년도 훨씬 전에 그 험한 바닷길을 넘어 서양 어느 나라보다도 포르투갈 사람들이 먼저 한국 땅을 찾았던 모양이다. 이러한 인연의 포르투갈과 한국에게 금년은 수교 50주년의 뜻 깊은 해이다. 국제사회의 주목받는 경제 강국으로서 작년 한국의 GDP는 1조 달러를 초과했고 금년에는 해외 무역액도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한국에게 포르투갈은 유럽대륙, 아프리카, 중남미 및 중동지역 등을 향해 모두 문호가 열려있는 플랫폼으로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전략적인 위치에 있다. 한국과 포르투갈 양국의 번창을 위해 새로운 시너지를 기대하여, 이제 한국이 큰 배를 띄워 포르투갈과 5대양을 함께 누비면서 서로 속이 통하는 지구촌의 파트너가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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