젯다의 한국인 학교가 있는 거리는 아라파트로(Arafat Street)이다. 이 거리에는 1978년에 개점한 젯다 최초의 한국식품점 코리아나가 있다. 이 거리에는 한때 우리 대사관과 총영사관이 있던 곳이어서 젯다 거주 한국인들에게는 마음의 구심점 같은 곳이다. 그런데 요 근래에 코리아나 한곳만 있던 한국 식료품점이 두 군데나 더 늘어났다. 정확히는 한국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아시아 식품점이다. 사우디 진출 한인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식품점이 늘어난다는 것은 한국인 이외에 현지인들이 한국식품을 소비한다는 증거이다. 사우디는 2천만의 사우디인과 약 1천만의 외국인이 살고 있는데 누가 한국식품을 소비하는지 궁금해졌다. 3군데 가게 중 인터뷰에 호의적인 한 사우디인 주인을 통해 한국식품 판매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언제 한국 식료품 사업을 하려고 생각 했는가?
2013년에 관광 목적으로 가족과 함께 한국을 2주간 방문했다. 그때는 사우디에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 같은 한국관련 콘텐츠들이 유행할 때였다. 사우디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 묵었는데 지하철역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아침에 로비에서 서성거리니 호텔직원이 먼저 다가와서 친절하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리고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었다.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어떻게 승차권을 사고 탑승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우리 가족 일행이 우왕좌왕 하고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이 다가와서 승차권 판매기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자기 돈으로 표까지 끊어주었다. 두 번씩이나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다가와서 도와주는 친절한 도움을 받고 한국인들은 친절하고 평화를 사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여행 후에 사우디로 돌아와서 한국 식품을 팔면 장사가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라면을 팔았는데 인스타그램에 제품 사진을 올려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내가 차를 몰고 직접 배달해주었다. 그러나 첫 주문은 라면이 아니라 한국산 젓가락이었다. 우리가족은 나 빼놓고 아내와 자녀들 모두 젓가락을 사용할 줄 안다. 이렇게 5년 동안 인스타그램에서 한국라면을 팔았다.
장사가 잘 되어서 5년이 지난 2018년 7월에 정식으로 한국식품점을 내고 라면과 어묵, 김치, 김 등 한국과 일본식재료 위주로 제품을 팔고 있다. 필리핀과 태국식품도 조금 있다. 가게를 연 2018년에는 가족과 같이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이때에는 관광 이외에도 사업목적의 방문이었다. 두바이에서 환승하는 대한항공을 이용했는데 한국국적 항공기에 탑승할 때부터 마음이 들뜨고 한국의 향취를 느낄 수 있어서 반가웠다. 특히 한국음식의 기내식이 마음에 들었다.
<튀김가루와 고추가루, 식초 등 식품점에는 대형수퍼보다 더욱 다양한 한국식재료들이 진열되어 있다.>
누가 주요 고객들이고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가?
사우디 손님들이 주요 고객이다. 5-6년 전에 한국음악과 드라마를 보고 사람들은 TV에서 나오는 것을 똑같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TV에서 나오는 한국음식을 먹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잘 팔리는 음식은 고추장, 라면, 김, 그리고 떡볶이 같은 것들이다. 이런 개인 소비자들 외에 얀부 담맘 리야드 같은 도시에서 한국식당을 하는 사람들이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코로나 전에는 식당과 개인소비자들의 구매 비율이 반반이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식당 주문은 줄어서 매출의 65-70%는 개인 소비자이고 30-35%는 식당이 차지한다. 어떤 소비자는 돌솥 비빔밥용 돌솥을 구매하기도 하고 봉지커피인 맥심커피를 구매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템들은 우리 가게가 거의 유일해서 비싼 값에 팔 수 있었다. 처음에 비빔밥용 돌솥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예전에 사우디 사람들은 해산물을 잘 안 먹었고 문어 같은 것은 정말 안 먹었는데 지금은 문어로 해물탕(수프라고 표현했으나 해물탕이라 번역함)도 끓여 먹는다.
<젯다 소재 아시안 식품점에 진열된 라면 진열대, 주로 한국산 라면이 주를 이루는데 다양한 컵 라면류도 같이 팔리고 있다.>
한국, 일본, 태국, 필리핀 식품을 취급하는데 가게에서 각국의 식품 판매 비중은 어떻게 되는가?
한국식품이 70%정도로 압도적으로 많고 다음이 일본식품이 20%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10% 정도가 필리핀과 태국 식품이다. 한국식품은 9-12개 정도 되는 한국의 식품 회사들과 거래중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사우디 내의 아시안 식품의 소비 비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국인에 비해 필리핀 이민자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대형 슈퍼마켓에는 필리핀 액젓이나 간장류가 한국산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팔리고 그 금액도 비교불가다. 통신원 주)
한국식품점을 경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가?
다양한 한국식품을 수입하고 싶은데 현재 9-12개 정도의 회사와 거래 중이다. 한국에 식품회사가 12개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훨씬 많고 더 좋은 회사들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 회사들을 발굴해서 거래하고 싶다. 그러나 새로운 식품회사 발굴이 쉽지 않다. 보다 쉽게 한국의 식품 수출 회사들을 접촉 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좋겠다. 회사발굴의 다른 어려운 점은 어렵게 발굴한 회사의 홈페이지가 한글로만 정보를 제공하고 영어로 된 사이트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치도 종류가 아주 많다고 들었는데 좀 더 다양한 김치를 수입하고 싶다. 다음으로 식품 인증의 어려움이 있다. 수입을 위해서는 사우디 식약청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인증비는 무료지만 인증을 위해서는 많은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일이다. 한국회사에서 필요한 자료 제출이 미비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다. 또 한국 방문 시 합리적인 가격에 머물 수 있는 호텔이 있으면 좋겠다.
<인터뷰 하는 동안 한국여행 당시 가져온 관광안내 소책자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식품 수출회사를 발굴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토로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모든 사업가들의 꿈이겠지만 더 많은 한국식품을 수입해서 사업이 확장되는 것이다. 사우디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기를 좋아한다. 더 많은 한국식품을 사우디에 소개해서 사우디 사람들의 삶이 더 다양해지고 풍성해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 떡볶이용 떡 만드는 공장도 만들고 싶고 김치 공장도 해보고 싶다. 사우디인의 김치 구매가 상당하다. 한국산 만두나 농심의 칩 종류, 그리고 다양한 음료수도 수입해보고 싶고 GS25같은 편의점의 사우디 파트너가 되어서 한국식품 전문 유통업자가 되어 보고도 싶다. 현재 수도인 리야드에 제2 매장을 위해 내부 공사 중이고 공사가 끝나는 대로 2호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사우디 최초의 한국 식품점인 코리아나 수퍼, 주인인 김 사장님은 최초로 사우디에 진출한 한인 중 한분이다. 이곳도 주 매출은 라면이라고 했다.>
이 야심차고 한국을 사랑하는 사우디 사업가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근에 마주한 코리아나를 들렸다. 두 가지를 질문했는데 어떤 아이템이 잘 팔리는 지와 누가 주요 소비자인지를 물었다. 한인사회의 원로이시며 30년 넘게 식품점을 운영하신 사장님은 “사우디 젊은 여성들이 주요 소비자이며 매운 라면들이 압도적으로 잘 팔리고 떡볶이도 꾸준한 판매가 있다”고 하신다. 또 “떡볶이가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떡볶이의 부재료인 고추장의 소비도 늘고 있다”한다. 3군데 가게 모두 라면과 떡볶이 그리고 고추장이 잘 나가는 한국식품으로 지목했고 어묵과 김도 인기가 있다고 했다. 가게마다 라면의 진열대가 가장 크고 넓어서 라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현지인 경영의 두 군데 식품점은 간판에 한국라면을 그려서 사용하고 있었다.
종합해 보면 한국식품은 현지거주 한국인 보다는 현지인들의 소비가 수요를 이끌고 있다. 식품점은 슈퍼 보다 더 다양한 한국식품을 취급하고 있다. 인기상품은 슈퍼와 마찬가지로 라면이 월등했다. 그 외에 떡볶이 떡과 김, 어묵, 고추장 등이 잘 팔리는 것은 제품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희망적으로 보였다. 그 수요의 동력은 한류의 인기와 맥을 같이 한다.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와 우리 대표음식인 김치가 인기상품이 되고 있었다. 이는 그동안 꾸준하게 김치와 떢볶이, 김밥 만들기 등 한국식품 체험 행사를 개최한 한국학교와 총영사관의 활동도 어느 정도 기여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