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월 5일 바티칸에서 열린 일반 미사에서 “요즘 사람들은 아이를 갖는 대신 개와 고양이를 키우려 하는데 이는 이기주의의 한 형태”라고 발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모로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인류를 약화시키고 인간성이 빼앗기며, 이로 인해 문명은 늙어간다”며 한탄했다. 이어 교황은 유럽 여러 나라가 낮은 출생률과 낮은 사망률, 인구성장률의 둔화, 즉 ‘인구 통계학적 겨울’을 맞고 있는 현실을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에 유럽 펫푸드산업협회(FEDIAF) 2020년 발표 기준 개 701만, 고양이 729만 마리를 키우는 반려동물 강국 이탈리아의 애견인, 애묘인들 그리고 기타 여러 사회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그러나 전 세계에 바티칸 소식을 전하는 《바티칸 뉴스》에 올라온 이 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날 강론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아이 입양을 권고하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도 있다.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새해 첫 수요 일반 알현 교리 교육이었던 이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태오 복음사가와 루카 복음사가는 요셉 성인을 예수님의 친아버지가 아닌 양아버지로 소개하고 있다”면서 “입양을 통해 생명을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들이 특별하며 가장 높은 형태의 사랑, 가장 높은 형태의 부성과 모성”이라며 입양을 권고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혼인하는 사람들은 자녀를 기르고 삶을 헌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성과 모성은 한 인간의 삶을 충만하게 하며, 이를 개발하지 않는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기본적이고 중요한 무엇인가를 놓치는 인생을 살게 된다”라고 말했다.
<인파 속 프란치스코 교황 - 출처: Reuters/Vatican News>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이런 유형의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로마 신문 《일 메사게로(Il Messaggero)》와의 인터뷰에서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들에 대해 “‘문화적 퇴보’가 반영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역시, 동성애 입양에 대한 바티칸의 입장,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아이를 원하지 않는, 혹은 가질 수 없는 사람들, 보육원 부족, 가톨릭 교회의 독신 등 교황의 발언에 맞서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를 이어 나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이탈리아 여러 단체들은 교황의 발언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성차별적인 발언”, “반려동물을 아이 대신 키우는 것이 아닌 보다 복잡하고 인간적인 이유”, “저출산 원인은 개인적 이기심 아닌 사회경제적 문제” 등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 환경 포털은 “어린이와 동물은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이며, 그 사실은 그 누구도, 교황 조차도 부정할 수 없다”라고 반발했다. 또한 이탈리아 동물보호국제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Protection of Italy)의 마시모 콤파로토(Massimo Comparotto) 회장은 “하느님의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전달하는 교황이 우리 삶에 있어 사랑이 제한적이며 동물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이 다른 존재를 덜 사랑하는 일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SNS에서는 자신의 개나 고양이 사진을 포스팅 하고 “교황님에게 인사하는 우리 아들”이라는 글을 올리거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트위터 아이디 ‘@Pontifex_es’ 해쉬태그를 다는 방법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반박하고 있다. 트위터에 아이디 ‘Stephanie'는 “모든 사람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져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교황은 현실에 둔감하고 순진하기 짝이 없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소 과격한 반응도 눈에 띈다. 페이스 북에 아이디 ‘salvatore’는 “여성을 차별하지 마라! 교회에서 벌어지는 아동 성학대를 제대로 추적하라! 하느님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글을 올려 수많은 좋아요를 받고 있다.
<교황의 발언에 반발하는 트위터리안 - 출처: 트위터 @Evayflork1>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이탈리아인 가정 출신으로 평생을 청렴하게 살아와 ‘가난한 이들의 성인’,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얻으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발언은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아이를 갖는 것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이탈리아인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준 것으로 보인다.
※ 참고자료
《Vatican News》 (21. 1. 5.) <Francesco: il 'rischio' dell'adozione, una delle forme più umane di accoglienza>, https://www.vaticannews.va/it/papa/news/2022-01/papa-san-giuseppe-adozione-genitorialita-amore.html
《La Vanguardia》 (21. 1. 8.) <El Papa llama egoístas a quienes prefieren las mascotas a los hijos>, https://www.lavanguardia.com/internacional/20220108/7973813/papa-llama-egoistas-quienes-prefieren-mascotas-hijos.html
《La Razon》 (21. 1. 8.) <Perros y gatos 'mandan saludos' al Papa Francisco a través de redes sociales>, https://www.razon.com.mx/virales/perros-y-gatos-mandan-saludos-al-papa-francisco-a-traves-de-redes-sociales-466412
《Subrayado》 (21. 1. 7.) <Papa Francisco lamentó que animales domésticos remplacen a hijos y su comentario generó polémica>, https://www.subrayado.com.uy/papa-francisco-lamento-que-animales-domesticos-remplacen-hijos-y-su-comentario-genero-polemica-n826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