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가요계의 큰 별 가우 코스타(Gal Costa)가 77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가우 코스타는 젊은 시절 자유와 저항을 상징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자 아티스트로서 브라질 대중가요의 한 획을 그은 음악계의 대모이다. 특유의 아방가르드 한 흐트러진 폭탄 머리, 시원하게 웃는 큰 입에서 흘러나오는 서정적인 목소리, 삶을 사랑하는 사람 특유의 따뜻하고 단단한 자신감과 늠름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비보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몇 달 전 비강 수술을 받은 뒤 휴식에 돌입하기 전까지 순회 공연을 돌며 활발한 가수 활동을 펼쳤기에 더욱 더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난 9일 고인이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많은 팬들과 동료 가수들이 줄이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상파울루에 마련된 장례식장에는 룰라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 장자 시우바를 포함해 유명 인사, 동료 가수들이 찾아와 사랑하는 동료를 잃은 비애를 나누었다. 고인의 막역한 동료들은 '브라질의 위대한 가수', '우리들의 누이가 떠났다.', '그녀를 잃은 아픔을 전할 길 없다.'라며 슬픈 이별의 목소리를 더했다. 17일 목요일에 열린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서 아니타는 가우 코스타의 대표곡를 열창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 항년 77세로 타계한 가우 코스타 - 출처: 가우 코스타 인스타그램 계정(@galcosta Instagram) >

가우 코스타는 1964년 까에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와 지우베르뚜 지우(Gilberto Gil)의 곡 <Nós, Por Exemplo...>무대에 오르며 가수로 데뷔했다. 당시 브라질은 1964년 쿠데타로 국가를 장악한 군부 정권이 경제 발전을 빌미로 다양성을 무시하고 문화의 획일성, 서열화를 강조하는 억압된 사회 분위기 속에 있었다. 그러자 정치 억압에 저항하고 주체성과 브라질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이 음악, 영화, 연극, 시 및 시각 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이루어졌는데 트로피칼리즈무(Tropicalismo) 또는 트로피칼리아(Tropicalia)라고 불리는 열대주의는 이 같은 배경 속에 나타난 브라질의 문화 혁신 운동이다.

대중음악에서는 대표적으로 까에따누 벨로주, 지우베르뚜 지우 등이 참여한 1967년 TV 레코드의 제3회 대중음악 페스티벌을 열대주의 운동의 시작으로 꼽는다. 바이아 출신의 젊은 가수들의 브라질 음악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시도는 이후 브라질 대중음악(MPB)에 지대한 미학적 영향을 끼쳤다. 당대 유명가수들이참여한 1968년 <Tropicália ou Panis etCircencis> 앨범은 일종의 열대주의 선언문으로 불린다. 이때 가우 코스타도 동료들과 자신의 이름을 굵직하게 남긴다. 까에따누 벨로주와 함께 부른 곡 <Baby>가 대히트를 치고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다.

< 임시로 결성된 4인조 밴드 'Doces Bárbaros'에서의 가우 코스타의 모습(좌측 상단) - 출처: 가우 코스타 트위터 계정(@GalCosta) >

대중들은 배꼽을 드러내고 흐트러진 머리의 반항적인 소녀의 이미지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자유지상주의적 태도와 당당한 자신감, 과감하고 용기 있는 선곡, 대담한 패션은 저항적인 이미지를 부추겼다. 그녀의 예명 '가우(Gal)'도 그랬다. 《Folha》의 기사에 따르면 원래 그녀는 '그라씽야', '가우(Gau)' 등의 애칭으로 불리고 있었는데 프로듀서가 'U'보다 'L'이 더 여성스럽게 보여 바꾸는 것을 추진했다고 한다. '장군님'을 뜻하는 'General'의 약자와 스펠링이 같아 연상된다는 염려에도 'Gal'을 고집한 프로듀서 덕에 최종적으로 '가우(Gal)'가 됐다.

1969년 첫 솔로 앨범 <Gal Costa>에는 대히트곡 <Baby> 외에도 <Divino Maravilhoso>, <Que Pena> 등 많은 인기곡이 담겼다. 같은해 발표한 사이코델릭 장르 앨범 <Gal>의 무대는 역사적인 흥행을 기록한다. 이후 스윙, 록 등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하며 <Balance>, <Força Estranha>, <Índia>, <Meu Nome é Gal>를 비롯한 대히트곡 <Gal Tropical> 등 많은 곡을 발표한다.

일흔이 넘어서도 그녀의 꾸준한 활동은 멈출 줄 몰랐다. <Estratosférica(2015)> 및 <A Pele do Futuro(2018)>으로 젊은층을 사로잡아 전국의 무대를 누비며 식지 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2021년 과거 히트곡을 재녹음한 <Nemhuma dor>는 고인의 마지막 앨범으로 남았다. 77세의 일기 중 음악가로서 57년, 참여한 40여 개의 앨범, 그리고긴 연예 경력에도 사생활은 꿋꿋이 비공개로 대하는 태도에서 그녀가 오롯이 음악에 바친 뜨거운 열정과 끊임없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브라질 대중음악(MPB)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가수라는 찬사가 부족하지 않다.

가우 코스타의 대표곡 중 하나인 'Chuva deprata' 공연 영상 - 출처: Biscoito Fino 유튜브 계정(@biscoitofino)

그녀가 남긴 것은 아름다운 노래뿐만이 아니다. 창의적이고 행동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또 여성으로서 주체적으로 살아온 그녀의 일생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1994년 리우데자네이루 공연에서 가슴을 드러낸 일화가 대표적이다. 90년대 브라질에서도 충격적인 퍼포먼스였다. 헐렁한 셔츠를 풀어 헤친 중년의 여성이 한 손에 마이크를 들고 한 손은 하늘을 힘차게 찌르는 장면은 흔히 노출 사건에서 보이는 선정적인 모습과 다르다. 위풍당당하고 소신 있는 태도는 오히려 색다른 시각적 자극과 그녀가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하게 한다. 약 3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 모습이 회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스타는 떠났지만 앞으로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그녀의 생애를 그린 전기 영화가 내년 3월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이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은 <내 이름은 가우(Meu Nome é Gal)> 동명의 노래에서 따왔다. 그녀가 유명인이 되기 전부터 동료들과 예술 운동을 결성하는 젊은 시절의 가우 코스타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리우데자네이루에두아르두 시장은 가우 코스타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그녀가 한때 리우에 거주하며 즐겨 찾았던 이파네마 해변의 한 부분을 'Dunas de Gal(가우의 모래언덕)'으로 명칭하며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70년대 예술가, 지식인, 서퍼들의 모임 장소였던 이곳은 이제 영원히 그녀의 이름 아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팬들의 적극적인 요청에 응해 그녀의 동상이 세워질 예정이다. 현재 리우 해변가에는 톰 조빙과 카를로스 드루몽드 지 안드라 지를 포함 7개의 동상이 있는데 세계적인 음악가 톰 초빙의 동상은 관광객에게 사진 명소로 꼽히고 있다. 이제 곧 우리는 가우 코스타의 모습도 함께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가우 코스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오랫동안 들려왔다. 아마도 그녀를 기리는 한 이웃이 그녀의 플레이리스트를 한참 틀어두지 않았나 싶다. 통신원 역시 외로운 외국 생활 중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위로를 받고는 했다. 《ibahia》 기사에서 발췌한 짧은 소개 한 줄을 남긴다. '수정 같은 목소리, 독특한 음정과 애티튜드의 이 천칭자리 예술가는 우리 여성들이 더욱 자유롭도록, 노래하도록, 우리가 믿는 바를 이어가도록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녀가 앞으로도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로 불멸하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 가우 코스타 인스타그램 계정(@galcosta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galcosta/

- 가우 코스타 트위터 계정(@GalCosta), 

   https://twitter.com/galcosta

- Biscoito Fino 유튜브 계정(@biscoitofino), 

   https://www.youtube.com/c/biscoitofino?app=desktop



참고자료
- 《ibahia》 (2021. 11. 16). Conheça cinco produções que contam e celebram a história de Gal Costa, 

https://www.ibahia.com/colunistas/luz-alfazema-e-acao/conheca-cinco-producoes-que-contam-e-celebram-a-historia-de-gal-costa

- 《Folha de S.Paulo》 (2021. 11. 11). Saiba por que o nome Gal Costa incomodava Caetano Veloso, 

https://www1.folha.uol.com.br/ilustrada/2022/11/saiba-por-que-o-nome-gal-incomodava-caetano-e-o-lembrava-da-ditadura-militar.shtml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